2024년 7월 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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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생 집밥 VS 김여사 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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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15-10-23 ㅣ No.86101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백선생 집밥 VS. 김여사 잡밥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168


요즘 나는 삼식이다.

삼식이는 하루 세 끼 꼬박 아내의 신세를 지며 식생활을 해결하며 살아가는 남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어찌 보면 자기 노력으로 한 끼도 해결하지 못하는 아주 주변 머리 없는 남자를 이르는 말인데

삼식이라는 호칭 끄트머리에  ‘이라는 접미사를 하는 붙여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이 그 설움을 고스란히 가슴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남자들이

대부분 이 부류에 속해 있다.

그런데 주변머리가 없다고는 했지만

하루 세 끼 꼬박 아내라 해 올리는 식사를 거르지 않고 할 수 있음도

어찌 보면 능력혹은 하늘이 내린 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오늘 아침 메뉴를 살펴 보기로 하자.

먼저 떡과 야채 주스그리고 커피.

떡은 어제 장에서 사 왔고 야채 주스는 아침에 케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채소에

사과와 바나나 같은 단 맛이 나는 과일을 갈아 만든 것이다.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건강에 좋은 것이 야채 주스다.

주스를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 것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점심 메뉴를 살펴보기로 하자.

가끔 아내는 형식을 가리지 않고 요리를 한다.

오늘 점심 메뉴도 그런 자유 분방한 그녀의 특성이 잘 드러난 밥상을 차렸다.

나는 그런 밥을 '잡밥'이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어떤 범주에 넣기가 상당히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오늘도 점심 도시락을 마주하고 잠시 혼란스러웠다.

직사각형의 유리 그릇 안의 내용물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뭘까?


내 노안은 그런 걸 빨리 식별하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뭐가 들어간 음식인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는 것이었다.

음식 맨 위를 덮고 있던 Garden Salad를 살짝 걷고 나니 조금 윤곽이 들어났다.

뭔가 희고 구불구불한 것에 칼집 같은 것이 있는 걸로 보아

처음엔 오징어 덮밥인 줄 알았다.

그릇 한 귀퉁이엔 고추장 같은 것이 있어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덮밥이었다.

밥과 고추장을 이리 비비고 저리 섞어서

마침내 오징어 덮밥이 완성되고(이 비비는 시간이 왜 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한 숟갈을 듬뿍 떠서 입 안에 넣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오징어 덮밥이 아니었다.

쫄깃한 맛이 나야 할 오징어는 아무 저항도 없이

어금니 공격에 너무 쉽게 함락이 되었다.

매콤해야 할 고추장 맛도 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돋보기를 쓰고 내용물 분석에 들어갔다.

불고기떡국 떡파스타버섯 , 토마토 소스,  ,

그리고 맨 위에 야채를 얹은 것임이 밝혀졌다.

오징어인 줄 알았던 내용물의 정체는 파스타였다.

동양식과 서양식이 적당히 버무려진 잡밥이었다.

그런데 내용물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이렇게 아내의 손으로 해 주는 한 끼 식사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럴 때 토를 달면

정말 삼식이이 된다는 걸 깨닫는 눈치 정도는 갖고 있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는 백선생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진행하는 집밥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Tv 프로그램에서 만드는 음식을 메뉴로 해서 운영하는 식당도 몇 개나 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가 만드는 음식이 정말 집밥일까?

먼저 식당을 운영하는 목적은 뭐니뭐니 해도 머니(Money).

그러니 식 재료 선정부터 함량까지 돈이 남느냐 아니냐가 주된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내 김여사에게 있어서 음식을 먹는 남편인 나의 건강만이 유일한 관심사다.

결국 백선생의 집밥과 김여사의 잡밥의 차이는

이윤과 마음의 차이다.

이윤을 따지는 식사는 절대로 집밥이 될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오늘 점심 메뉴로 아내가 만든 잡밥은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덮밥보다는 맛이 덜 했다.

그러나 조미료도 쓰지 않고 순수한 맛을 내는 아내의 잡밥엔 사랑이 그득 들어 있었다.

사랑이 빠지고 맛만 있는 집밥보다도

맛은 좀 덜해도 사랑이 그득 들어 있는 아내 김여사의 잡밥이야 말로


진정한 집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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