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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도자, 그들은 누구인가?-가톨릭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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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4.10.164.*]

2012-05-15 ㅣ No.9894


수도자, 그들은 누구인가
 
 [커버스토리 ⑨] 수도회 3苦 시대

“수도자는 본당이나 사회복지 단체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수도회 숫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별 차이도 없는데 통합하면 되지 않을까?”
“수도자들은 남의 사목활동에 참견하지 말고, 그냥 기도하고 너그러운 어머니처럼 뒤에서 도움이나 주면 좋겠다.”
수도자의 정체성이, 수도생활이 크게 곡해되고 있다.
한국 교회 안에서 수도자는 여전히 일하는 ‘기능인’으로 인식된다. 수도자의 삶을 의료인이나 법조인, 예술인처럼 어떤 전문 분야로 이해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비단 사제와 신자들만의 오해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도자 스스로도 정체성의 혼란과 영성의 빈곤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피폐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도 영적 갈증을 느끼지만, 수도자들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
사도직 환경도 급변했다. 전문화·다원화된 사회 흐름과 함께 교구 사제의 증가, 평신도의 역량 강화 등은 수도자들이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기존에 진출한 사도직을 없애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계속 유지하기도 어려워 어느 순간부터 수도자들의 사도직은 ‘계륵’이 됐다. 이미 유럽과 미국 교회 등이 겪은 대로 성소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수도회의 쇠퇴와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한국 수도자들은 영성의 약화, 사도직 환경의 변화, 성소자 감소라는 ‘3고(苦)’를 겪고 있다.
이 땅에 수도회가 발을 내디딘 지도 벌써 120년을 넘어섰다. 초기 한국 교회가 뿌리 내리고 성장해온 원동력의 중심에는 수도자들의 투철한 헌신이 있었다. 이후에도 수도회는 한국 교회 성장에 꾸준히 기여하며 2007년 현재 153개 수도회, 1만1400여 명의 수도자가 활동하는 규모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 안에서 어느 위치에 서야 하는 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수도회가 늘고 있다. 수도회가 직면한 3고는 이 시대 수도회들이 피해갈 수 없는 장애물이 됐다. 올바른 쇄신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수도회 존립 자체를 보장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이형우 아빠스는 올해 봉헌생활의 날 담화를 통해 “날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교회 안에서 오늘날 수도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보다 외적인 성장과 조화를 이루는 내적 성장을 위해 현대인들의 ‘영적 쉼터’가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각 수도회 장상들도 “지금은 무엇보다 수도자들의 회개가 필요한 때”라며 “수도자들이 그동안의 안이함과 편안함을 벗어버리고 빈 몸으로 복음정신을 올바로 살아가는 본연의 모습을 지킬 때 한국 교회 미래와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생활의 가치와 방식들은 현대사회 안에서 실효성을 잃은 것이 아니다. 이 시대는 더욱 더 철저하게 복음정신을 살아가는 모범과 영적 동반자를 필요로 한다. 우려되는 것은 ‘수도자의 존재적 역할’에 대한 이해부족과 내적 쇄신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지적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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