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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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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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06-15 ㅣ No.35066

 성당 수녀원 뒷마당에 조그만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배추를 심어서 김장에 보탬을 주었습니다. 올 봄에는 쑥갓,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오이, 호박을 조금씩 심었습니다. 상추는 20개, 쑥갓은 10개, 고추는 20개, 방울토마토는 2개, 오이 2개, 호박 2개입니다. 그래도 매일 물을 주면서 조금씩 자라는 그 모습들을 보는 재미는 아주 쏠쏠합니다.

 

 이 중에서 오이, 호박, 고추, 방울토마토는 줄기가 약해서 인지 줄을 매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고추는 가는 나무를 옆에 박고 줄을 매주어야 합니다. 줄기가 약해서인지 그렇게 해 주지 않으면 줄기가 부러진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물을 주면서 보니 고추 2대의 줄기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농사짓는 분들이 여름에 비가오지 않아 타들어 가는 땅을 보면서 비통해 하는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부러진 줄기를 다시 세우려 했지만 이미 부러진 그 줄기는 생기를 잃고 있었습니다. 미사에 나오신 자매님께 물어보니 바람에 부러졌을 거라 이야길 하십니다.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바람은 그렇게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고추 2대를 부러트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바람이 멈춰 야지만 고추는 부러지지 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때 물가에서 놀 때가 있었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물이 이내 뿌옇게 흙탕물이 됩니다. 그 흙탕물이 다시금 깨끗하고, 맑은 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릇으로 물을 퍼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퍼내면 퍼낼수록 오히려 그릇이 바닥의 흙을 건드려 더욱 뿌옇게 됩니다. 그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조용히 기다리면 어느새 뿌옇던 흙탕물을 다시금 투명한  물로 변화되는 것을 봅니다.

 

 우리들 마음에도 수없이 바람이 붑니다. 선거의 바람이 불었고, 월드컵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분노, 욕심과 이기심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런데 그런 바람에 집착하고 그 바람을 잠재우려하면 할수록 마음은 더욱 혼탁해지고, 그 혼탁한 마음에서는 나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기가 어려워집니다.

 

  성서 말씀이 생각납니다.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 한 줄기가 일어 산을 뒤흔들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산산조각 내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 다음에는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길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불길이 지난 다음 조용하고 여린 소리가 들려왔다. "

 나의 욕심이 커지고, 나의 분노가 커지고, 나의 교만이 커질 때는 주님의 현존을 느끼기 어려운 것인가 봅니다.

 

 월드컵은 지구촌의 축제이고, 게임을 통해서 화합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게임은 승자와 패자가 있고, 승자는 기쁨을 패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간직하리라 생각합니다. 이긴 팀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진 팀에게는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대 - 한민국 짝짝 짝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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