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사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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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임 [healen77] 쪽지 캡슐

2002-07-11 ㅣ No.36020

오늘 처음 게시판의 내용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사제’에 대한 얘기가 많이 있어서 제가 아는대로 몇자 적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신부님이나 수녀님들 가까이에서 그 분들의 삶을 많이 엿볼 기회가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요즘 성당신축 이니 건립이니 해서 헌금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하는 신부님이 예전보다는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물론, 신앙이란 자신과 하느님과의 긴밀한 관계를 의미하므로 이 외적인 요인들이 신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전제 아래,  그러나 우리 모두가 공동체라는 의식 속에서 좀 더 나은 천주교 신자가 되고, 사제가 되기 위해 많은 글 들이 실렸다고 생각합니다.

사제란 참 외로운 직업입니다.  그래서 성직이라 하나 봅니다.  저도 청년기에는 신부님들이 헌금 얘기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성당이 어떤 곳인가 부터 정의 내려야 겠습니다.  성당은 우릭 영혼이 쉬어가는 곳, 우리 영혼의 집입니다. 이제는 결혼하여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이런 일들을 보니 이해가 됩니다.  재물이 없이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성당의 매 미사시간마다,  혹은 주일학교 교육에,  많은 신심단체의 회합에 우리는 무심코 참석할 수 있지만 그 모두는 ’비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남편의 봉급을 쪼개서 아이의 학비며 세금이며 저축이며 등등을 해야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의 집인 성당도 지불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전력이 성당이라 해서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등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여러분 여러분이 집장만을 위해서 알뜰살뜰 돈을 모아 땅을 사고 집을 산다면 그 집이 누구의 집 이겠습니까.   우리 모두의 집입니다.  또한 성당에서 미래의 이 성당을 지켜나갈 어린아이들이나 중등부 학생들에게 기꺼이 많은 것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가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투자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들 영혼의 집을 짓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것을 어떤 이는 많이 어떤이는 적게 냅니다만,  누가 그것을 탓합니까.  우리는 한 가족이기 때문에 탓하지 않습니다.  모두 자기 마음의 움직임에 맡길 뿐입니다.

물론 어떤 신부님들은 그 성직에 나름대로의 타성에 젖어서,  많이 신선한 이미지가 아닐 수도 있고 또 어떤 신부님들은 아직도 정열적으로 열심히 자신과 고뇌하며 살아가십니다.  우리의 판단이  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더 많이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를 이끌고 가실 목동이시니 더 많이 기도하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신부님들도 돈 얘기하는 것  좋아 안하시는 분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그 큰 살림 꾸려 가시자니 안하실 수도 없답니다.  또 신부님들은 일년 내내 보너스가 없으며, 신부님들 중에는 꼭 청빈을 약속해야 하는 분(수도회 소속)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 수 있고 그 분들 중에는 많은 상속을 물려받는 분들도 계시며 대체로 교회를 위하여 쓰시고,  신부님들의 봉급은 미사봉헌 예물과는 아무 상관 없고,  미사를 바치는 예물과 관계 있으며 제가 알기로는 그것도 50%는 교구에 바쳐져 많은 사회사업과 민간복지 일에 쓰여지고 교구 관리에 쓰여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성무활동비가 별도로 지급되지만 신부님들도 외출해야 할 일이 많이 있고 또한 청년들이나 학생들에게도 이따금 쓰셔야 되고,  그분들도 가난한 형제나 꼭 도와주어야 할 동창신부님(주로 유학하시는 신부님들은 용돈이 별로 없으므로)께 친구로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으십니다.  오랜 우정을 지켜온 수녀님들이 떠나실 때나 전임 오실 때도 (수녀님들은 청빈을 약속하셔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들은 벽촌에 계시거나 빈민사업을 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많지 않은 걸로 압니다만 용돈이라든지 하는 개인 돈은 별로 없어서) 그저 신부님들이 작은 선물로 시계라든지 수녀님들께 필요한 무엇을 선물한다든지 하는 데에도 재물이 필요 합니다.

많은 의구심을 갖고 계신분 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렸는지 모르겠네요.  또 제가 오래전에 알고 있던 것을 토대로 얘기를 했는데, 신부님께나 수녀님께 누가 되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잠시만 외출하여도 돈이 금방금방 없어집니다.  우리의 잣대가 너무 (신부님이나 수녀님에 대한 외경때문일지도 모르나) 엄격한 것은 아닌지...

 

그러나 타성에 젖은 많은 신부님께도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교회는 우리의 어머니이고, 언제나 영혼의 집이어야 합니다.  신부님 처음 서품 받으셨을 때를 이따금 생각하셔서 보다 맑은 영혼으로 하느님의 집을 지키기를 부탁드립니다.

 

얼마전 천국의 열쇠를 다시 읽으면서 생각했었습니다.  우리에겐 인간의 마음에 더 많이 드는 안셀모 밀리 같은 신부님도 필요하지만,  그러나 치셤 신부님 같은 순수한 열정을 가지신 분이 비록 인간의 마음에는 흡족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느님 보시기에는 더 좋지 않을까하고...  그러므로 신자인 우리도 우리 마음엔 흡족하지 않으나 하느님 마음에는 드는 그런 신부님을 혹 우리가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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