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바보 양반 이제 그만 잘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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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9-05-29 ㅣ No.135365

 

흥분 속에 1주일을 보냈다.

너무나 큰 충격이어서 그랬을까, 내 몸부터 이상이 왔다. 급성 장염인가 속이 좋지 않았다. 먹은 것이라고는 봉하마을을 가는 유무상통 실버타운 버스 안에서 할머니들과 나누어서 먹은 찰떡콩설기와 찐 고구마 뿐, 그것도 고구마는 껍질 채로 먹었는데....봉하마을에서 연도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밤 11시가 다 되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은 잔치국수 아마도 그게 탈이 난 것 같았다.

 

왜 유족들이 국민장으로 합의했을까? 돌아오는 차중에서는 오로지 그 생각만 했다.

나로서는 정말 마뜩치 않았다. 원칙주의자인 그래서 자신을 바보라고 한 노무현 스타일에는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서였다.

비타협이 그의 대명사 아니었던가? 국민장이 마치 그를 죽음으로 내몬 이들과 타협을 한 것처럼 생각되어 계속해서 찜찜했다.

버스 안에서 연도를 하며 내려갈 때와는 달리 오히려 올라오는 길에는 아무하고도 대화조차 나누기가 싫었다. 오로지 그 생각만 골똘히 했다.


차라리 가족장을 했더라면 오히려 그것이 진정한 국민장이 아니었을까?

왜 그것이 그토록 아쉽게만 느껴질까?

생각해보니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그를 죽음으로 내 몬 이들에 대한 분노였다.

자살을 잘 한 일이라고 할 마음은 전혀 없다. 이유가 어쨌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믿는 교리에도 어긋나고 가족과 국민, 나라를 위해서도 그런 식으로 죽어서는

아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직대통령마저도 죽음으로 내 몬 그들, 나는 도저히 그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로마 황제 카이사르가 파르티아 원정길에 오르기 직전에 원로원에서 그의 측근들을 위시한 정적들에 의해 암살당했을 때, 카이사르의 죽음에 흥분한 로마시민들은 갈리아전쟁의 영웅이며 귀족과 특권층에 맞서왔던 카이사르를 연호하며 그의 시신을 로마 시민정치(원로원은 간접민주주의 즉 대의정치, 시민정치(광장정치)는 시민이 직접의견을 내는 직접민주의형식)의 중심이었던 로마노포럼의 제단에 바치고 화장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의 시신 앞에서 맹서를 했다. 카이사르의 살해자를 색출하여 꼭 복수를 하겠다고....그리고 그날의 암살에 가담했던 이들은 차례차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왜 자꾸만 내 나라 역사도 아닌 로마역사가 뇌리에 떠오를까?

사랑과 용서, 분열보다는 화합과 일치,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신앙의 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늘 내가 바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노무현의 죽음. 결코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 그는 죽음으로서 사는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끝까지 보여주었다. 결코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노무현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죽음으로 자신이 영원히 사는 길을 택했다.

이런 말을 하면 또 나더러 노무현교신자라고 욕하는 이가 있겠지만 좋다, 내게 돌을 던져라. 던지는 대로 맞아주마. 그래야 똑똑한 그대들에 대한 내 증오심을 키울 거니까.


노무현 그가 왜 바보인가? 원칙만 고수하면서 현실과 타합하지 않으면 항상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남들은 타협해서 이득을 보는데 나는 못하니 늘 손해만 보고, 그러니 바보 아닌가.

FTA를 추진하고, 이라크파병을 하고...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지켜주던 이들마저 등을 돌렸을 때도 국가(國家)의 수장으로서 국가이익 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자신을 그토록 지지하며 사랑해주었던 진보들이 등을 돌리는 것을 눈물을 머금고 지켜보아야 했던 것도 노무현이 바보였기에 그랬던 것이다.

부자들에게 거둬들인 돈을 부자들에게 다시 되돌려주는 일 같은 것은 바보는 절대로 할 줄 모른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 바보정신으로만 정치를 하면 나라가 바로 될 텐데.....” 하던 그의 말뜻은 곧 인간 본성인 자기 양심에 따른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이들이 늘어나는 세상이 되어야만 나라가 바로 되고, 또 좋은 세상이 된다는 큰 바보의 가르침이었다.


바보가 아니었으면 3당통합에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보가 아니었으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떨어질 것이 빤한 부산에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바보가 아니었으면 조중동에 얻어맞지 않을 수 있었다.

바보가 아니었으면 검찰에게 ‘이쯤하면 막가자는 것이죠?’ 하는 말도 안 했을 것이다.

바보가 아니었으면 이라크 파병을 해서 자기를 지지해준 이들이 등을 돌리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삼권분립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그 안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곧 독립권이 지켜져야만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다는 헛된 이상(理想) 그것 또한 그가 바보라는 증거이다.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려고 호렙산을 오르는 아브라함도 바보였고, 자기가 매달려 죽을 십자가를 어깨에 지고 갈보리 산을 올랐던 예수 또한 바보였다.

그래서 나는 바보를 사랑하고 진실한 바보를 계속해서 그리워하는 지도 모른다.

 

기억할 것이다. 똑똑한 당신들, 얼마나 깨끗한지를 두고두고 지켜볼 것이다.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것이다.

가슴에 독을 품고 지켜볼 것이다.

똑똑한 그대들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다.


노짱. 이제 그만 잘 가시오.

너무 슬퍼하지 마라 해서 더욱 슬퍼했소이다.

미안해하지 마라 해서 더욱 미안했소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해서 더욱 원망했소이다.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했지만 가슴 속에 큰 비석 하나를 세웠소이다.

당신은 영원한 승리자,

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영원한 대통령으로 내 가슴에 살아 있을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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