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문 신부님의 쾌유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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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9-10-23 ㅣ No.141762

어제 저녁에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문규현 신부님께서 단식도중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했지만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문 신부님은 전주교구 신부님이십니다. 이제 나이가 60이 넘었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쾌유하시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문 신부님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임수경 양과 함께입니다. 남과 북이 분단된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온 최초의 민간인들이었습니다. 문 신부님은 혼자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올 임수경 양을 생각하였고, 임수경 양이 받아야 할 수 많은 고통과 고난을 생각하였고, 착한 목자의 심정으로 임수경 양과 함께 돌아오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지금은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임수경 양은 통일을 위한 꽃이 되려 하였고, 문 신부님은 그 꽃이 허무하게 꺾이는 것을 염려하여 함께 하였습니다.

그 뒤에 문 신부님의 소식을 듣는 곳은 어김없이 가난하고, 약한 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진 사람이 볼 때는 별 문제가 없는 일들입니다. 하지만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들도 있습니다. 문 신부님은 바로 그런 삶의 현장에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해서 전국의 강줄기를 따라 삼보일배를 하기도 하셨고, 환경과 생명을 위해서 지리산에서 묘향산까지의 오체투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직 묘향산까지는 가지 못하였는데 그만 쓰러져서 중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보지 못하기 때문에, 뉴스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먹을 것이 없어서 지금 죽음 직전에 있는지를 모릅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어린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든 고향 땅을 떠나 낮선 이국땅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이방인의 삶을 사는지 잘 모릅니다. 개발의 현장에서 이리저리 쫓겨 다녀야 하는 세입자들은 또 얼마나 있는지 잘 모릅니다. 신문과 방송은 그런 아픈 곳, 어두운 우리의 현실을 잘 보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련되고 화려한 도시의 생활을 보여주며, 개발의 결과 나타나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육의 관심사는 죽음이고, 성령의 관심사는 생명과 평화입니다. 육의 관심사는 하느님을 적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것은 하느님의 법에 복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복종할 수도 없습니다. 육 안에 있는 자들은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없습니다.” 문 신부님은 성령의 관심사를 생각하였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였고, 불의와 폭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이들도 하느님의 사랑 받는 이들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더욱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갈릴래아에서 죽은 사람들이 우리 보다 죄가 커서 죽은 것이 아닙니다. 실로암 탑이 무너져서 죽은 사람들이 여러분 보다 더 큰 잘 못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도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육의 관심사는 죽음입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화려함의 뒤에는 많은 이들의 눈물과 한숨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무관심이 언젠가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올지 모릅니다. 오늘 나의 욕심과 이기심이 메아리가 되어 내가 사랑하는 이들 또한 고난의 현장에서 눈물을 흘릴지 모릅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악인의 죽음을 기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악인이 자기 길 을 버리고 돌아서서 사는 것을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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