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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 성화의 날] 신자들은 사제의 어떤 모습에 감동을 받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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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제 성화의 날] 키워드로 정리한 ‘아름다운 사제, 이런 사목’
신자들은 사제의 어떤 모습에 감동을 받을까.
발굴하기 위해 신자들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사제, 이런 사목’이라는 주제로 양 냄새 나는 사제 이야기를 공모했다. 응모작 가운데 눈에 띄는 몇 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익명으로 소개한다. 신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 이야기들이 사제들에게 작은 귀감이 되면 좋겠다. 글=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그림=문채현 ▧ 섬김
A 신부님은 언제나 웃으시며, 신자들을 만날 때마다 깍듯이 고개를 숙여 절을 하시고, 반드시 두 손으로 악수를 청하셔 때로는 미안할 정도다. 90세 이상 어르신 생일이 있는 달에 어르신에게 꽃다발을 드리는데, 어르신이 몸이 불편해 미사에 나오지 못하면 저녁에 신부님 혼자 찾아가 꽃다발을 전하고 인사를 드리는 모습에서 친자식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본당에서 이임한 후 다른 데서 만나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벌떡 일어나 90도로 절을 하시며 두 손을 꼭 잡고 오랜만이라며 앉지도 않고 계속 서 계셔서 친절이 몸에 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주보에도 주임과 보좌 대신 바오로 신부, 베드로 신부라 표기하는 등 보좌 신부님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자궁암 수술을 받고 누워 있는 자매가 있었다. 의식이 깨어나면서 뭔가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B 신부님이 오셔서 손을 꼭 잡고 계셨다. 얼마나 놀라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B 신부님은 이렇게 그늘에 가려져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그들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다. 이 카드에 감화돼 성사를 보고 신앙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많은 신자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러시나? 그것은 짧은 생각이었다. 1000원짜리를 새 돈으로 준비해서 유아 어린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세뱃돈을 주셨다. 생각지도 못할 놀라운 광경이었다. 지금까지 신앙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느끼는 색다른 감동이었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비록 1000원이지만 그 기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보화를 손에 쥐는 것과 같았다. 굳게 닫혀 있는데 대성당에 불이 켜져 있어 들어가 봤더니, 모두가 추석 명절을 지내는 동안 C 신부님 혼자 밀대를 밀며, 대청소하고 계셨다. 또 성당 관리인이 병원에 입원하게 돼 사목회에서 교대로 성당 경비를 서겠다고 자청했으나 C 신부님은 자신이 대신하겠다면서 열쇠 꾸러미를 들고 다니며 저녁 10시경에 손수 문단속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문을 열어주기를 보름 동안 하셨다.
대영광송이나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살펴보는 신부님이 많은데, E 신부님은 신자들과 똑같이 기도하며, 너무나 정성스럽게 미사를 집전하기에 모두 미사에 빨려 들어간다고 한다. 인기영합식이 아니라 그날 성경 말씀에 충실하며 신심을 돋우고 영성을 함양시키는 강론을 하시기에 미사에 몰입되는 것이다. 같이 기도하는 모범을 보이신다. 장례 미사가 끝나면 상주들과 함께 서서 마치 상주인 양 애도하며, 예를 최대로 갖춰 끝까지 배웅하시는 모습에서 고개가 절로 숙어졌다. 또 성당 현관 옆에 상담실을 만들어 그곳에서 근무하며, 누구나 드나들도록 배려하셨다.
사제관 식복사는 일정 시간만 일하게 하고 직접 빨래하고 밥을 지어 드신다. 손님을 모시는 단골집이 오래된 작은 중국집일 만큼 소박하다. 신부님 침실은 책장과 겨우 누울 공간 정도다. 겨울에는 난방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를 정도로 춥게 생활하신다. 사목회 등 단체 회식을 할 때는 인근 호프집을 가장 선호하며 비싼 곳은 절대 사양하시기에 신자들도 저절로 검소한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직접 나눠주시는 모습에서 가난한 이웃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