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RE:18482]봄은 나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스크랩 인쇄

김성은 [canis] 쪽지 캡슐

2001-03-14 ㅣ No.18543

저에게 봄은 놀라움입니다...

 

한겨울 추위에 다 죽은 것처럼 보이던 것들이

봄햇살 맞으며 여리디 여린 새 생명을 티워냅니다.

놀라움 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만을 의미 있는 것으로 여기는

요즘의 우리들을

봄은 그렇게 부끄럽게 만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라고,

의미 없는 것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음을..

 

그렇게 봄은 죽은 것같은 온갖 것들 속에서

새 생명을 힘겹게 피워냅니다..

놀랍고, 경외롭기까지 합니다...

 

우리를 위해, 아니 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 죽음을 가시는 주님..

그 죽음을 보며 사람들은 바보같다고, 어리석다고,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부활한 주님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또 다시 부끄러워집니다.

이제는 누구도 우리 주님의 죽음을

의미 없다고,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봄은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을

말없이 가르쳐줍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지금의 힘겨움이나 어려움들이

의미없다고, 불행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봄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그렇게 혹독한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그렇게 여리고 귀한 생명들을 피워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도 그렇게

힘겨운 십자가 죽음을 통해

부활의 영광을 얻으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주님의 죽음을

"따사로운 봄햇살"이라고

부릅니다...

죽음에 갇힌 온갖 생명들을 피워내는

그런 따사로운 봄햇살...

그렇게 우리 주님의 죽음은 따사로운 봄햇살입니다..

우리 주님의 죽음...  내게는 행복입니다..

우리들 새 생명으로 피워내는 그런 행복입니다..

감사함입니다...

 

해마다 봄은 그렇게

저의 마음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진정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의 우리들의 힘겨움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님을...

말없이 받아 안아 삭혀야 하는 것임을 ..

그렇게 말없이 알려줍니다...

 

사순의 한 가운데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참, 보내주신 답신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만날 수 있음 또한

제게는 새롭게 내려주신 행복입니다...

또 뵙지요..

 

혜화동 낙산자락에서 베드로가 씁니다...

참, 저를 아시겠다구요?  이런...^_^

 



104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