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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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얼치기와 나부랭이와 사이비들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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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10-01-28 ㅣ No.149159

              얼치기와 나부랭이와 사이비들의 세상
                             【주장】서민 나부랭이가 출세한 나부랭이들에게  





세상에는 머리 좋은 얼치기들과 우아한 나부랭이들이 많기 마련이다. 이른바 '출세'를 한 사람들, 입신양명의 화려함 속에서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머저리와 얼치기와 나부랭이들은 많다.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의 보편적 실상이다. 음양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의 이치 때문에 그리 되는 면도 있다.

정치 무대에서 가로 뛰고 세로 뛰는 사람들 가운데는 진정한 '정치가'보다는 '정치배'들이 많기 마련이다. 정치가이기를 아예 포기하고 정치배로 날뛰기를 좋아하는 무리들은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한갓 얼치기이고 나부랭이이며 사이비들이다. 오늘의 작은 이익을 확보하고 지키기에 급급한 무리들인데, 오늘의 작은 이익만 결부시키면 언뜻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정치판의 얼치기들과 나부랭이들과 사이비들을 난장판 국회의사당에서 쉽게, 여실히 보고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 '미디어 법'이라는 것을 통과시키던 국회에서 머리 좋은 얼치기들과 강단 좋은 나부랭이들이 차고 넘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아무리 머리가 좋고 명패가 화려하더라도 역사의식이라는 게 없다. 세상을 위해 바르게 공헌하고, 후세에도 이름을 명예롭게 남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좀더 바르고 살기 좋은 세상, 상식이 통하고 진실이 존중되며 정의로움이 살아 흐르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진지한 고뇌도 없고, 그 노력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포괄적인 시야도 없다. 그저 있는 것은 낡은 이데올로기에 기초하는 편가르기 근성과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습성뿐이다. 오늘의 작은 이익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계층의 기득권 수호 의지뿐이다.  
  
좋은 머리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출세를 하긴 했지만, 자신이 가진 힘을 좋게 활용하고 확대해서 정의롭게 역사를 발전시키는 일에 주축이 되거나 중심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졸개 근성과 부역 근성을 발휘하면서 보신과 영달을 위해 처신하는 것을 최고로 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머리 좋은 얼치기들은 애초 출세만이 목표였다. 좋은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오로지 출세만을 위해서 공부를 했을 뿐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사회적 고민에는 무관심했고, 부유한 부모들로부터 사회에 공헌하고 역사를 발전시킬 가치관을 주입 받지도 못했다.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도 없고 역사의식도 갖추지 못했으니, 그들은 출세라는 목표를 이룬 것으로 끝이다. 약자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도 없고, 역사 앞에서 올바르지 못한 처신에 대한 수치심도 없다.            
    
좋은 머리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출세를 하긴 했지만, 오로지 출세만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들은 머리 좋은 머저리와 얼치기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역사의식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그들은 단지 출세만을 했을 뿐 그 출세 영역의 본령이 되지 못하고 나부랭이가 될 수밖에 없다. 나부랭이들은 역사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 그래서 나부랭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 고학력 소지자들과 지식인들이 차고 넘치는 나라이지만, 대한민국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다. 코미디 같은 이상한 일들이 너무나 많이 벌어지는 나라다.

이유는 사회 곳곳에 머리 좋은 얼치기들과 출세한 나부랭이들과 사이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르게 멀리 보지 못하는 그 부류들은 정치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찌라시' 수준의 신문 지면에 현란할 정도의 곡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정론이라고 우기는 사이비 언론인, 언론 나부랭이들도 있다. 기가 막히게 글을 잘 쓰면서도 얼이 빠져 있는 유명 문인들도 있다. 또 쫀쫀한 문장력으로 그럴 듯하게 판결문을 써내는 법조 나부랭이들은 헌법재판소에도 있고, 대법원에도 있고, 수많은 법정들에 널려 있다.

오로지 현실권력에 봉사하고 기득권 세력의 이익 보호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곧잘 '민중의 지팡이'라는 수사도 사용하는 경찰 나부랭이들도 있다. 또 나부랭이와 사이비들은 예수님과 부처님을 기막히게 팔아대는 성직자 계층에도 있다. 또 교육 아닌 교육을 교육이라고 우기는 교육계의 나부랭이들도 있다.

하여간 사회 곳곳에 얼치기와 나부랭이와 사이비들이 너무 많은데, 많은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오늘 엄청난 위력으로 여기저기에서 위풍당당하게 행진을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가 질주하는 형국이다.

나야 공부도 많이 하지 못하고 출세도 하지 못한 서민 나부랭이이지만, 저 출세한 나부랭이들의 천박함과 분별 없음을 목도하며 살아야 하는 괴로움과 안타까움이 실로 크다. 애초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던 세종시 문제, 수만 년 유유히 구불구불 흘러온 아리랑 곡조와도 같은 우리의 강들을 마구 훼손하는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의 자연 능욕 문제, 일련의 사법부 판결에 반발하여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려는 작태들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를 무겁게 뒤덮고 있는 '얼치기 나부랭이 사이비 문제'를 절감케 한다.

연초부터 어지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암울해하거나 절망할 일은 아니다. 얼치기 나부랭이 사이비들의 준동에 의한 반사작용으로 민주주의가 좀더 성숙해 가는 측면도 있으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 28일치 '태안칼럼' 난에 게재된 글입니다.


10.01.28 12:05 ㅣ 최종 업데이트 10.01.28 12:05  지요하 (sim-o)  
신뢰 상실, 가치전도
출처 : 얼치기와 나부랭이와 사이비들의 세상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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