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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혼인성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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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4.10.164.*]

2012-10-03 ㅣ No.10006

혼인에 대하여

 

           -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남궁민신부-

 

 

1.혼인 : 교회혼인의 특성

 

"가톨릭 교회의 혼인은 왜 이렇게 까다로운가? 좋은 사람끼리 만나 잘 살면 그만이지 당사자도 아닌 교회가 신앙생활 하겠다는 사람들을 두고 혼인에 문제가 있어서 조당이라느니, 이미 잘 살고 있는 혼인을 무효니까 다시 하라느니...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무조건 탓할 수 만은 없는 불평이다. 불평과 오해를 넘어서기 위해 교회에서 바라보는 혼인의 특성을 함께 살펴보자.

 

 

혼인의 신성성: 신적 제도인 혼인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거나 인간의 편의를 위해 변할 수 있는 제도와 변할 수 없는 제도가 있다. 앞의 것은 인간이 정한 제도(人定法), 뒤의 것은 하느님이 제정하신 것(神定法)이라고 한다. 영성체 전 몇 분 동안 공복제를 지킬 것인가 하는 규정은 인정법이므로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십계명은 신정법이므로 역사가 변했다 하더라도 바뀔 수 없는 것이다.

 

혼인은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부터 만드신 하나의 제도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변화시킬 수 없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 규정이 바로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이다. 즉 혼인으로 남녀가 결합하여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하느님이 원하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혼인이란 순수한 자연적 사건이 아니며 인간의 뜻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므로, 교회는 하느님 지혜의 이러한 안배를 반대할 권한이 없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640). 따라서 세부적인 혼인거행 규정등은 변할 수 있지만 혼인의 본질인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은 교회도 변화시킬 수 없는 부분이다.

 

혼인성사성: 은총의 표지인 혼인성사

 

이렇게 거룩한 혼인은 "영세자들 사이에는 주 그리스도에 의해 성사의 품위로 올려졌다"(교회법 1055조 1항). 누구나 알고 있듯이 聖事란 '보이지 않는 은총의 보이는 표지'이다. 신앙인이 가장 열망하는 은총 중의 하나는 하느님과의 일치일 것이다. 이 사랑의 일치는 일찌기 구약의 예언서에서 결혼 계약에서 적합한 본보기로 제시되었다. 나아가서 하느님과 사람들 사이의 일치는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신부인 교회를 위해서 십자가 위에서 감수하신 희생에서 결정적으로 완성되었다. 이로써 "창조 때부터 남자와 여자의 인간성 안에 부여해 놓으신 계획이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서 완전히 드러났다"(가정 공동체 13).

 

그러므로 혼인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합에서 흘러나오는 은총을 뜻하고 또 그 은총을 나누어 주기 때문에, 영세자들의 혼인은 신약의 참 성사가 된다(DS 1800, 가톨릭 교회 교리서 1617: 참고 - 개신교회에서는 루터 이래로 혼인성사가 아닌 속사(俗事)로 본다.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그밖의 일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혼인에 대해서도 그런 입장을 취한다).

 

혼인성사성의 결과

 

혼인성사성 덕분으로 부부는 결코 풀릴 수 없는 정도로 서로 매어지는 것이다. 성사로 매어짐은 구속이라기 보다 혼인이 그리스도의 부부적 사랑에로 격상되고 그분의 구원의 힘으로 유지되고 풍요롭게 되는 것을 뜻한다. 그들의 상호유대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 자체에 대한 성사적 징표이고 진정한 표현이므로 부부들은 십자가 위에서 일어난 일을 계속 상기시킨다. 그들은 서로에게나 자녀들에게 구원의 증인이 되고, 성사는 그들을 구원의 참여자로 만든다(가정 공동체 13).

 

혼인의 본질적인 특성: 단일성, 불가 해소성

 

하느님이 정하신 혼인의 본질적인 특성은 단일성과 불가 해소성이다. 단일성이란 일부 일처제의 근간으로써 한마디로 부부 사이에 그 누구도 끼어 들 수 없다는 말이다. 하느님이 맺어 주시는 부부 사이에 다른 여자나 다른 남자, 심지어 부모나 친척도 끼어들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축첩이나 이중혼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외도도 하느님의 뜻에 어긋남을 의미한다. 부부의 사랑은 이런 의미에서 유일하고도 철저히 배타적인 사랑이어야 한다.

 

또한 불가 해소성이란 "하느님이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된다"(마태 19. 6)는 예수님의 말씀에 근거한 이혼 금지 규정이다. 이혼율이 25%를 넘어선 현대 상황에 맞지 않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규정은 하느님이 정하신 것이기에 사람이 바꿀 수 없는 법이며, 그 이유는 바로 인간에게 끝까지 충실하신 하느님의 사랑처럼, 참된 행복을 위해서 부부는 서로에게 죽을 때 까지 충실한 사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혼인의 본질적인 요소: 부부애, 자녀 출산과 양육

 

혼인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는 부부애와 자녀 출산이다(사목헌장 48항참조). 여기서 부부애란 다름이 아니라 서로간에 행하는 자기 증여와 수용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상대방의 어떤 점이 마음에 끌려 좋아하거나 감동하는 차원의 사랑이 아니라, 하느님이 자신의 외아들을 내어주신(자기 증여) 사랑, 그 외아들 예수께서 인강을 위해 목숨을 내어 주신(자기 증여) 사랑을 따르는 자기 증여가 하느님이 맺어 주시는 부부의 사랑인 것이다. 이러한 자기 증여는 전체적인 사랑을 뜻하는 바, 육체 까지 포함하는 전 인격적인 삶의 공동 생활을 의미한다.

 

자기 증여로써의 부부 사랑에서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혼인의 또다른 본질적인 요소가 유래한다. 즉 참된 부부애는 결코 둘 만을 위한 이기 주의여서는 안되고, 모든 영역으로 자기 증여의 사랑이 분출되는 바, 각별히 부부애의 선물로 하느님이 주시는 자녀를 출산하고 올바로 양육함으로써 가정과 교회가 건설되고,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어간다.

 

 

2. 혼인 : 혼인 전에 지켜야 할 절차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혼인에도 예외 없이 적용 될 수 있는 말이다. 신적 제정에 의해 성사의 품위로 올려진 거룩한 혼인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교도권의 가르침 중 구체적인 몇가지만 함께 알아보자.

 

 

혼인 당사자의 준비

 

혼인 예정자는 적어도 혼인하기 1개월 전에 주임 사제와 의논하고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리를 교육 받아야 한다(사목 지침서 104조). 이를 위해 혼인 전 교리의 이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준비 과정으로, 좋은 도움을 줄 것이다. 세속의 빗나간 혼인 행태에 반하여 교회는 혼인을 앞둔 이들에게 내적, 영적 준비에 우선적으로 주력하고 외적, 물질적 준비는 절도있게 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지침서 104조 2항; 사목회의 가정사목 의안. 30-37항). 또한 될 수 있는 대로 혼인 당사자는 혼인 전에 견진 성사와 고해 성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교회법 1065, 지침서 104조 3항).

 

혼인 당사자들의 부모의 의무:

 

자녀의 행복을 위한 건전한 혼인의 주선은 부모의 의무에 속하므로 부모는 자녀의 혼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나 방임이 아닌 관심과 대화로써 이끌어가야 한다(지침서 105조). 부모와 가정의 상황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한다면 언젠가는 없어질 혼수 준비에 눈이 멀기에 앞서,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 마음의 혼수를 표양으로 준비해 주어야 할 것이다.

 

혼인성사 신청 절차

 

1)혼인 교리 이수: 혼인을 하기로 결정하였으면 당사자들은 혼인 교리를 반드시 이수하여야 한다. 이 의무는 다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혼인 당사자들을 위한 것으로, 진정으로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한 마음의 준비과정이므로 혼인 당사자 중 한 편이 신자가 아니라면 더욱이 함께 이수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하느님 안의 참된 혼인 성사가 무엇인지 함께 이해하고, 은총속의 성 가정이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 함께 생각하는 준비이기 때문이다.

 

2)혼인 신청서: 혼인 교리를 이수하고 늦어도 혼인 한 달 전 본당신부에게 가서 혼인 신청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때 혼인 일자, 장소, 예식방법. 혼인문서의 제출일자 및 방법 등을 정한다.

 

3)세례 증명서와 호적등본 제출: 세례 증명서는 세례받은 본당에서 발부하며, 호적등본은 당사자의 민법상 혼인장애 유무, 생년 월일, 성명을 확인할 목적으로 둘 다 발행된지 6개월 이내의 것이어야 한다. 만일 교회법적 형식을 결여한 채 이미 민법상 혼인하여 살던 부부가 기존 혼인의 유효화를 위해 혼배성사(혹은 관면혼배)를 청할 경우에는 여자측은 자신의 이름이 말소된 친정측의 호적인 제적등본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 혼적 등본은 당사자의 신상에 대한 삭제 사항이 전혀 없는 상태라야 한다(전의 혼인 관계, 이혼 사항 등이 삭제 없이 전체적으로 기록 되어야 하며, 만일 이 사항을 삭제하였을 경우에는 원적 등본을 제출하여야 한다)

 

4)혼인 전 당사자의 진술서 작성: 혼인 당사자들이 교회법과 민법에 정해진 장애의 유무를 확인하고, 혼인의 의미, 혼인의 목적 특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일러주며 당사자들의 혼인 합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이 진술서는 혼인의 유효성의 법적 근거 서류가 되는 매우 중요한 문서이므로 반드시 본당의 주임 신부나 그 위임을 받은 사제 앞에서 개별적으로 사제의 질문에 따른 답변의 형태로 작성되어야 한다(사제 앞에서 당사자들 두 명이 함께 작성하거나, 사무장 앞에서 당사자들이 기록하는 경우 등은 모두 불법적이다). 또한 당사자들은 하나의 요식 절차가 아니라, 진정으로 심사 숙고한 분별력으로 질문 내용을 숙지하고 자유로운 의지로 자신의 분명하고 솔직한 의사를 표명하여야 한다.

 

5)혼인 공시: 혼인 공시는 본당신부가 혼인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하고, 상기된 서류절차가 끝나면 본당 게시판이나 주보 등에 게재한다. 이는 신자들 중에 그 혼인에 대해 어떤 장애를 알고 있으면 알리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다른 근거(예:호적등본)로 이 사실이 확인되면 혼인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교회법 1066, 1067조, 지침서 107조).

 

6)혼인 예식 당일의 증인과 혼배반지: 성당에서 혼인 예식을 거행할 때에는 반드시 양쪽에 한 사람씩 증인을 세워야 한다. 이들은 혼인 예식에 반드시 참가하고 예식이 끝나는 대로 혼인 대장에 주소를 적고 기명을 해야 한다. 아울러 혼인의 증표가 될 혼배 반지를 준비한다.

 

 

3. 혼인 : 혼인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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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혼인 : 이혼하면 조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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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혼인 : 혼인이 무효가 될 수 있는 경우 - 혼인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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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혼인: 무효한 혼인의 유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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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혼인 : 혼인 조당

 

"이혼 후 새로운 혼배성사를 받을 수 없어서 교회 밖에서 재혼한 신자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조당이라고 해서 성당에 다닐 수 없다던데요, 그래도 신앙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는지요?" 계속 늘어가는 냉담자 문제와 연관되어 안타깝게 제기되는 혼인 조당에 관한 어려운 질문들이다.

 

 

▶ 조당이란?

 

세례 받은 천주교 신자에게는 신자로서의 권리와 이에 상응하는 의무가 주어진다(교회법 224-231조). 그런데 이 의무 중에서는 교회와의 친교를 지속하기 위하여 반드시 지켜야 할 항목이 있는 바, 만일 이 의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그리스도와 교회의 근본적인 가르침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신자로서 누릴 몇 가지 권리가 제한되게 된다. 이 경우를 일컬어 조당이라고 한다.

 

마치 한 국가에서 운전 면허가 있는 사람은 운전할 자격이 있지만, 음주 운전이라든가 너무 자주 사고를 낼 경우 사회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면허를 임시로 정지시키고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친 후 다시 운전을 허락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어떤 경우에 혼인 조당인가?

 

구체적으로 혼인 조당에 해당되는 경우들은 대략 두 가지 이다. 첫째로 혼배성사를 받지 않고 사회혼만 하고 혼인신고를 마쳤을 때: 신앙인에게 있어서의 혼인은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인 약속이 아니라 하느님이 제정하신 제도이기 때문에 교회적 행위이자 성사적인 행위이고 전례적 행위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630-1631). 따라서 교회는 신자들에게 교회적 형식(혼배성사)에 따라 혼인할 것을 요구한다(트리엔트 공의회: DS 1813-1816). 교회법적 혼인 거행의 형식을 따르지 않은 혼인은 따라서 무효(교회법 1108)이고, 이에 해당하는 당사자는 부부가 아닌 채 동거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므로 성사 생활이 불가능한 것이다.

 

둘째로 혼인성사를 받았던 첫번째 혼인이 민법에 따라 이혼하고 재혼을 하였는데, 전 배우자가 살아 있는 경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 "누구든지 자기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그 여자와 간음하는 것이며, 또 아내가 자기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도 간음하는 것이다" (마르 10, 11-12)에 충실하여, 만일 첫 혼인이 유효했다면 새 혼인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 놓인 이들은 객관적으로 하느님의 법에 어긋나는 처지에 있다. 왜냐하면 이 때는 한 사람의 배우자가 실질적으로 두 명이기 때문에 혼인의 단일성이 지켜질 수 없고, 먼젓번 혼인이 하자가 없다면 불가 해소성 역시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이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성체를 모실 수 없고, 일정한 교회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문제가 풀릴 때 까지 고해성사가 불가능한 조당 상태가 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650).

 

▶ 그런 경우 어떻게 하면 될까요?

 

교회는 구원의 도구요, 교회법은 영혼의 구원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조당이니까 하며 신앙생활을 체념해서는 안될 것이다. 먼저 조당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보고(의외로 다양한 길이 있다), 그래도 안되면 또 다른 길을 섭리해 주실 것이다.

 

 

8. 혼인 : 조당 해소 방법의 모색

 

혼인 조당에 해당되는 경우에 따라 그 해소 방법도 달라진다.

 

 

첫째로, 혼인 형식의 결여(혼배성사를 받지 않고 사회혼만 하고 혼인신고를 마쳤을 때)는 본당 주임신부와 상의하여 다시 그 형식을 밟음(혼인의 유효화)으로써 어렵지 않게 신자의 권리를 되찾게 된다(교회법 1156-1165;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122-123조).

 

둘째로 혼인성사를 받았던 첫번째 혼인을 민법에 따라 이혼하고 재혼을 하였는데, 전 배우자가 살아 있는 경우: 이때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은 혼인의 불가 해소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 명의 배우자만 남도록하여 단일성을 지키면 되는 바 구체적으로는 사례에 따라 다르다:

 

① 먼젓번 배우자의 사망 시(혹은 사망이 추정될 때):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 해소성은 당연히 살아있는 당사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망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는 사망 추정 절차를 밟는다(교회법 1707;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119조).

 

② 주임신부의 첫번째 혼인의 무효 선언을 통해: 신자의 첫번째 혼인이 혼배성사를 받지 않고 민법으로만 이루어졌을 경우의 교회법적 형식의 결여는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임신부의 조사와 선고만으로 그 혼인이 무효가 될 수 있다 (교회법 1108, 1117,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120조).

 

③ 비영세자였던 사람이 세례를 받고 영세자와 새로운 혼인을 맺는 사실 자체로: 영세자의 신앙의 혜택을 위해 주어지는 바오로 특전 (교회법 1143-1147;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118조)에 의해 먼젓번 혼인 유대가 해소될 수 있다.

 

④ 교회 법원을 통해 첫번째 혼배가 무효였음을 판결 받음으로써: 문제된 혼인의 유, 무효 여부를 검토하여 교회 법원은 이혼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혼인의 무효를 선고하게 되는 바 자세한 절차는 교회 법전 제 7권의 소송 규범을 따른다.

 

⑤ 교황에게 직접 청원함으로써: 혼인은 부부의 성행위로 완결되기 때문에 혼배 예식만 하였을 뿐 부부의 성행위를 한 적이 없는 경우에는 미완결 혼인이라하며 교황에게 직접 청원함으로써 혼인 유대가 해소될 수 있다(교회법 1142; 1697-1706).

 

⑥ 현재 동거 중인 사람과의 "완전한 절제 가운데, 즉 부부의 성행위를 포기하면서 살아갈 의무를 채울 때"(가정 공동체 84; 가톨릭 교회 교리서 1651): 이 때는 재혼을 혼인으로 보기보다 마치 한 가정의 남매처럼 공동생활을 하는 관계로 간주하여 성사 생활을 허락한다.

 

⑦ 개인의 양심에 따른 고해성사의 내적 법정을 통해: 개인의 양심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따라서 외적으로 드러난 위의 모든 경우의 해결 시도가 불가능하지만, 양심에 따라 진정으로 문제된 혼인이 무효였음을 확신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악표양의 위험이 없는 경우 비밀리에 고해성사를 통해 무효를 확인 받고 성사 생활을 할 수 있다. 비 공개적이고 많은 주의가 요청되므로 미리 주임신부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⑧ 죽을 위험이 있을 때: 영혼의 구원에 우선하는 법은 없다. 따라서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는 어떤 경우이든 고해성사와 영성체가 가능하다.

 

 

9. 혼인 : 혼인 조당자의 신앙생활

 

조당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해결 방법이 적용될 수 없는 경우나 적용되기 전에 조당자는 어떻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가? 그냥 냉담해야 하는가? 성당에 나올 권리 조차 없는가? 다른 구제 방법은 없는가? 이 문제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왜 교회가 성사 생활을 원하는 신자의 앞길을 가로 막는가? 조당을 고수하는 근본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을 이해해야 바른 신앙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혼인에 연관된 조당의 이유

 

혼인에 연관된 조당은 가톨릭 교회의 혼인에 관한 두 가지 근본 원칙: 단일성(일부일처제)과 불가 해소성(하느님이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함)의 의무에서 기인한다. 이 두 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신자의 권리인 영성체와 고해성사가 제한된다. 왜냐하면 영성체의 경우 "그들의 상태와 생활 조건이 성체가 의미하기도 하고 결과하기도 하는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사랑의 일치와 객관적으로 반대되기 때문"(가정 공동체 84) 이며 또한 사목적으로도 "만약 그들의 영성체가 허용된다면, 결혼의 불가 해소성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하여 신자들은 오해와 혼란을 갖게"(상동)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해성사 역시 "그리스도에 대한 계약과 충실의 징표를 깨트린 것을 통회하는 동시에, 혼인의 불가 해소성과 더 이상 반대되지 않는 생활을 시작하려는 진정한 각오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줄 수 있다"(상동; 가톨릭 교회 교리서 1650).

 

▶ 조당자의 신앙생활

 

먼저 분명히 할 것은 교회는 어떤 경우도 양심에 따른 신앙생활 자체를 가로막을 권리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조당'이라고 부르는 상태는 범죄자로서 단죄 받은 상태도 아니요, 구태의연한 제도의 희생물도 아니다. 다만 교회의 근본 가르침을 준수하여 바른 신앙인으로 이끌고, 교회 공동체의 선익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을 지키려는 과정의 하나로, 신앙인의 권리 중 일부가 외적으로 제한된 상황일 뿐이다. 당사자의 내적 상태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으로 존중되고, 구원을 위한 영성이 심화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더더우기 마치 '연좌제'처럼 조당자의 가족에게 신앙상의 불이익이 되돌아가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따라서 조당 상태에 놓여 있으면서도 신앙을 보존하고 자녀들을 그리스도교 정신에 따라 키우기를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 교회 공동체는 신앙을 막거나 외면하기보다 정 반대로 "극진한 관심을 보여주어 자신들은 교회에서 떨어져 나갔다고 여기지 않게 해야 한다. 그들은 세례를 받은 사람으로서 교회 생활에 참여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651; 가정 공동체 84).

 

비록 고해성사와 영성체는 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미사성제에 참여하며, 끊임없이 기도하고, 정의를 위한 공동체 활동과 자선사업에 기여하도록 초대받아야 하며, 그리스도교 신앙에 따라 자녀들을 키우며, 참회의 정신을 키우고 매일 매일 하느님의 은총을 간청하도록 격려받아야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651; 가정 공동체 84). 교회는 그들을 단죄하거나 처벌하기보다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그들을 격려하며 인자한 어머니답게 행동함으로써 그들의 신앙과 희망을 유지하여야 한다(가정 공동체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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