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사제 - 고통당하는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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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love153] 쪽지 캡슐

2001-12-19 ㅣ No.27694

평화!

게시판을 들어올때면 어느때부터인가 기분좋은글만 골라 읽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거의 하나하나 모두 읽어내려가며, 후다닥 지나버린 시침을 보며,

화들짝~ 놀라던 저였는데 말입니다.

몇주전 책을 읽다가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 글이 있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 올립니다. 좀 길더라도 꼭~~ 읽어주세요

올한해는 어느해보다도 기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해였습니다.

이제는 저를 , 저의 가정을 위하는 만큼 사제를 위한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su베네딕따 (꼬미^^)

사   제

 

"성모님께 이 미사를 봉헌합니다."

새 신부님의 첫 미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말씀의 전례에 막 들어갔을 때였다. 내 옆에 앉은 왠 여자아이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소리도 내지 않고 제대 쪽을 향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물었다. 겨우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그 아이가 제대 위 십자가를 가리키며,

"어쩌면 사람을 저렇게 못박을 수 있어요?"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온몸을 휘감은 전율을 느꼈다.

할머니 손을 잡고 오늘 처음 성당에 나왔다는데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와락 안아주었다. 아이의 심장은 쿵쿵 뛰고 있었다. 놀라운 사건을 목격한 사람처럼.

그렇다면 예수처럼 살겠다고 나선 사제역시 또 다른 고통당하는 예수가 아닐까?

그렇다면 성모님께서 영의 눈이 열린 무죄한 한 아이를 통해 우시는게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사제가 가시관을 쓸 때, 십자가에 못박힐 때, 성모님의 마음도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 같았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예수께서 읽고 선포하였던 이사야의 두루마리 내용이 인생의 목표인 사제의 길이 고난에 찬 십자가의 길이란 것을 나는 사제가 흘린 눈물을 보고 알았다.

외국인 선교 사제가 이국 땅 병상에 누워 손에 묵주를 쥐고 서럽게 우시는 것을 본적이 있다. 어떤 사제는 은경축 때 꽃다발을 안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다. 칠순을 맞은 사제가 당신의 고희 기념 미사를 집전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을 때 나는 매우 슬펐다.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에게는 자유를 주는 사람들.

"내 생각에는 하느님께서 우리 사도들을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처럼 여기시고, 그들 중에서도 맨 끝자리에 내세워 세상과 천사들과 뭇사람의 구경거리가 되게 하신 것 같습니다. "(고린1. 4, 9)

완벽한 사제요. 무죄한 인간 예수가 시기와 질투, 미움 때문에 고난을 당하셨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그분을 대리하는 사제의 삶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되고도 남는다. 더욱이 인간으로서의 사제보다는 사제로서의 인간으로만 이해되어질 때 더욱 고통스러운 삶이 될 것이다.

사도 바오로께서 대변하고 있는 사제의 아픔이 계속 들려온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바보가 되었고,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믿어 현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약자이고 여러분은 강자입니다. 여러분은 명예를 누리고 있는데 우리는 멸시만 받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매맞으며 집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고린1. 10-11)

그들은 하늘 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버렸다. 부귀영화보다는 거룩한 가난을, 명예보다는 굴욕을, 오만보다는 겸손을 택했다. 그들에게는 사랑하는 아내도 자식도 없다. 오직 신자들만이 전부요, 희망이다.

"영원한 사제이신 예수여, 고통받고 있는 사제들을 위로해 주시고, 그들에게 맡겨진 모든 영혼들이 그들의 더없는 ’기쁨이요 면류관’이 되게 하소서."

 

---------------<날개가 상한 새도 다시 날 수 있다> 중에서 -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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