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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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안테나(32)-족발 세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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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HL1YE] 쪽지 캡슐

2002-03-29 ㅣ No.31495

                족발 세례식?

 

십자가를 안테나로!

 

  성주간이 시작이 되자 로마의 신학대학들과 영성학교들은 전례실습등으로 모두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각자 자기나라에 있었으면 신학생들을 데리고 성주간 전례실습을 가르쳤을 학생신부들이 여기 수도회에서는 십자가잡이, 향지기, 촛대잡이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원장 신부님은 좀 불만스러워하는 저희들에게, 신학교 전례학 교수님처럼 하나하나 로마전례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면서 이번에 저희들이 하는 전례봉사도 우리 각자의 삶에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을거라면서, 전례봉사 역할을 각자가 정하라고 하셔서 저는 촛대잡이를 자원했습니다. 왜냐하면 초는 자신을 태우고 녹이는 아픔이 있지만 빛을 발하지 않습니까? 저는 세상의 빛이 되기 기꺼이 촛대잡이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수년전 어느 지방에서 수도회 후원미사를 마치고 회원들과 조촐한 식사를 같이 할 때였습니다. 아마 그때도 사순시기였나봅니다. 곧 영세를 받는다는 어느 자매님이 조심스럽게 제게, "신부님예, 와 성당에는 남자들만 족발 세례식합니꺼?" 그바람에 저희는 먹던 음식이 다튀어나오도록 웃고 말았습니다. 아마 그 자매님은 세족례라는 용어를 아직 제대로 익히지 못해 아주 재미있는 교회용어를 발명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 족발 세례식이란 용어가 아주 의미 용어였답니다. 왜냐하면 제가 59년 돼지띠거든요.^^*

 

  80년대초, 대구대교구 청년연합회(젊은이 협의회) 총무를 맡아볼 때의 일입니다. 회의를 하다가 성목요일 미사가 있다고 해서 청년회 지도신부님께서 청년간부들은 다 만찬미사에 참석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대주교님께서 그날 세족례를 해주신다는데, 그 세족례에 참석하기로 한 계산성당 사목위원 2명이  퇴근시간이라 차가 막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지도신부님께서 청년회장과 총무인 저에게 대신 그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나 당황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침 그날 학교에서 교련을 하는 바람에 운동화를 신고 왔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신은 바꾸어 신었지만 발을 씻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날 황송하게도 대주교님께서는 그 꼬랑내가 진동하는 저의 족발을 정성껏 씻어주셨습니다. 너무나 황송해서 저는 그때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또 너무나 영광스러워 며칠간 집에서 발을 씻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대주교님을 통하여 그냥 저의 발을 씻어주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보고 열심히 뛰라고 발을 씻어주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후 저는  가톨릭 아마추어무선사회 창립등으로 저의 교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뛰어야 했고, 이제는 성바오로수도회 회원으로 매스컴 선교사도직을 통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꼬랑내나는? 발을 씻어주기위해 전세계적으로 뛰어야, 아니 날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목요일 만찬미사에 하는 세족례의 의미에 대하여 주님께서는 아주 명확하게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저희들에게 가르쳐주십니다.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들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4)  <로마에서 가브리엘 통신>

 

추신: 성목요일 만찬미사에서 십자가잡이를 하겠다던 폴란드 신부님이 갑자기 배가 아파 만찬미사에 참석할 수 없게 되자, 원장님께서 제게 하시는 말씀,"가브리엘신부님이 십자가를 안테나로! 살고 있으니, 당연히 십자가잡이를 해야하지 않겠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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