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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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37053]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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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everycan] 쪽지 캡슐

2002-08-08 ㅣ No.37059

어린 학생에게 고해소에서 입맞춤을 했다..

정황을 확실히 알 수 없어 뭐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엄밀한 의미에서 아동 성추행입니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습상담을 하다가 학생에게 입맞춤을 했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진료를 하다가 어린 환자에게 입맞춤을 했다.

이런 경우와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아니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교사나 의사의 경우보다 더 심각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군요.

 

그 어린 학생들이 자라서 사춘기를 겪고 성인이 되었을 때...

어느 순간 자신들의 유년기에 겪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그것이 사제에게 당한 성추행이었음을 인지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이런 일들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때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열심히 잘 사시는 동료 신부님들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잘 사시는 신부님들도 많이 계시니까요.

그렇게 제대로 사시는 신부님들께선 이번 파라과이에 관한 글들을 보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실까요?

아마 무척 참담하고 허탈해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잘못을 저지르는 신부님을 ’그래도 그 분이 악한 분은 아니다’라며 옹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가 알고 보면 착합니다.

그 신부님은 물론, 그 신부님의 잘못을 공개하며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모두가 알고 보면 착할 겁니다.

 

이 게시판의 분위기를 따르자면...

만약 그 신부님께서 이 게시판에 ’사실은 내가 알고 보면 교회를 사랑하는 착한 목자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잠깐 판단을 잘못해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했다.’라고 만에 하나 해명을 한다면...(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 때는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하고 조용히 넘어가야 할 겁니다.

이제 신부님께서 사과의 글까지 올리셨으니 이제는 그만 하고 조용히 덮어두자.

이렇게 하는 것이 신자의 도리가 되는 걸 겁니다.

 

하지만...

어린 소녀들을 포함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는데...

그 깊은 상처는 어찌 해야 할까요?

나중에 주님께서 다 갚아주신다. 열심히 기도해라.

이런 말로 그들의 상처가 씻겨질까요?

물론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가면 주님께서 다 갚아주실 겁니다.

하지만 그 어린 소녀들에게는 이 세상에서 남은 날들이 너무나 깁니다.

알고 지내던 옆집 아저씨도 아니고... 영적인 아버지인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신부님의 명예와 사제로서의 직분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어린 소녀들이 남은 삶 동안 신앙을 잃지 않고 어두운 기억을 가지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 만약 제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 신부님께서 충분히 뉘우치고 다른 곳으로 떠나셔서 남은 인생 동안 그 곳에서 좋은 목자가 되시라고 기도하지 못할 겁니다.

하느님께 죄송스럽지만 전 그런 기도 못 합니다.

아마 하느님을 원망할 겁니다.

왜 하필 저런 목자를 보내주셨냐고. 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양을 죽였다고.

애당초 왜 저런 사람을 사제로 만드신 거냐고.

 

참 이상한 일입니다.

전 그 신부님보단 피해를 당한 소녀들의 상처가 더 먼저 상상이 되던데...

안 그러신 분이 참으로 많은가 봅니다.

자식이 없는 신자분들이라 하더라도..

’만약 내 자식이 저런 일을 당한다면..’이라는 것을 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상상보다는 ’신부님께서 얼마나 힘드시고 심적으로 고통스러우실까’를 상상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군요.

 

아마 그것이 신앙의 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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