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유머게시판

♡ 『 다 이 어 트 대 작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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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경 [snowhite] 쪽지 캡슐

2000-09-05 ㅣ No.1169

 

그녀는 뚱뚱합니다.

엎어지면 그녀의 등이 6인용 식탁이 될 정도니까요.

아버님 친구가 놀러오면 그녀는 아주 훌륭한 바둑판이 되기도 합니다.

인생의 행복은 먹는 것에 있다고 그녀는 믿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중심적인 가치도 무너지고 맙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면접보기를 수 차례.

면접관들의 탈락 이유는 한결 같았습니다.

“회사의 건물이 당신의 체중을 지탱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군요.”

결국 그녀는 1,000만원 이상을 들여 부풀린 살들을

제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프로젝트 네임

감량 목표는 일주일에 2kg이었습니다.

그녀의 일주일간의 일기를 훔쳐봄으로써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가를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루 째 ---

 

에이스 크래커를 하나 샀다.

오늘은 이걸로 식사가 끝이다.

책상서랍에 넣어놓고 배가 고파 죽기 직전에

하나씩 꺼내먹었다.

점심 때에 조카가 왔다.

조카랑 놀아줄 힘이 없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바라봤다.

지구가 돌긴 도는 모양이다.

어지러웠다.

갑자기 ‘바사삭’소리가 났다.

소리의 진원지로 시선을 이동시켰다.

이럴수가!

조카가 책상서랍에 있던 에이스 크래커를 꺼내 먹고 있었다.

침대에서 뛰어내려 조카를 때렸다.

생존권을 건드리는 대상은 나이를 불문한다.

조카는 울고 언니가 달려왔다.

언니는 자신의 딸을 때린 것에 대해 분노했다.

난 조카를 때린 것보다 훨씬 강한 강도로 두들겨 맞았다.

맞으니 배고팠다.

그러나 첫날부터 규율을 어길 수는 없었다.

 

---이틀 째 ---

 

새벽에 깼다.

배가 고프니 잠도 제대로 자질 못한다.

참을 수 없었다.

참을 수 없는 체중의 무거움.

무거움을 유지하려면 영양이 필요하다.

영양과잉상태에서 영양결핍 상태로 급작스럽게 변하고 있다.

두렵다.

부작용과 합병증이 올까 두렵다.

방문을 열고 나왔다.

배가 고프니 개념이 없어진다.

싱크대에 동생의 도시락이 눈에 띄었다.

정신을 차리니 동생의 도시락을 다 먹고 난 후였다.

배가 부르니 눈이 감겼다.

얼마나 잤는지 모른다.

배가 아팠다.

눈을 뜨니 동생이 배를 밟고 있었다.

“너 때문에 오늘 점심 굶었어!”

 

--- 사흘 째 ---

 

흐느적흐느적거린다.

다이어트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오전에 의류점에서 미니스커트를 골랐다.

점원은 제일 큰 사이즈를 꺼냈다.

“어쩜 이렇게 딱 맞아요? 딱이네! 딱!”

점원은 호들갑스럽다.

작은 듯싶었으나 점원의 말을 믿고 카드를 긁었다.

집에 와서 입으니 작았다.

오후에 교환하러 갔다.

“작은데요.”

“어머머~~ 그새 살 쪘네요.”

나쁜년이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 날 기만했다.

저녁 시간에 엄마는 고기를 구웠다.

고기 익는 냄새가 미치도록 했다.

하지만 참았다.

고기를 먹으면 내가 고기가 된다.

 

---나흘 째 ---

 

답답해서 외출을 했다.

공원에 갔다.

공원 앞에서 오뎅을 파는 노점상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오뎅을 먹는 여자 둘이 있었다.

호리호리하다.

저런 여자를 보면 열받는다.

먹는데 살이 안 찐다고 투정거린다.

때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 체중이 실린 펀치는 살인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다.

공원에서 햇살만 먹다가 집으로 왔다.

잠을 자고 나니 밤 11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편의점에가서 라면, 김밥, 우동, 소시지, 치킨을 먹었다.

집으로 와서 손가락을 집어넣어 오바이트를 했다.

변기가 막혔다.

모르는 척 방에 가서 누웠다.

거실에서 동생이 두드려 맞는 소리가 들렸다.

“이 새끼가 벌써부터 술처먹고 다녀!”

동생에게 미안했다.

 

--- 닷새 째 ---

 

거울을 보니 핏기가 없다.

서랍에서 에이스 크래커를 꺼내 먹었다.

구역질이 나왔다.

누구는 밥만 먹고 살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난 에이스 크래커만 먹고는 살 수 없다.

미친듯이 냉장고로 달려갔다.

닥치는 대로 꺼내 먹었다.

배가 부르니 행복했다.

행복했지만 뒷처리를 말끔하게 처리해야만 한다.

먹은 것을 생각해냈다.

편의점으로 가서 똑같은 것으로 사왔다.

다시 냉장고에 집어 넣었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 방으로 왔다.

배가 부르니 눈이 감겼다.

엄마의 목소리가 단잠을 깼다.

“이상하다.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이라서 버리려고 했는데

새걸로 바뀌었네.”

속이 뒤집혔다.

엄마가 안방으로 들어간 틈을 타 오바이트를 했다.

또 변기가 막혔다.

“이 새끼가 또 술처먹고 오바이트했네.”

거실에서 동생이 어제처럼 맞았다.

동생에게 다시 한번 미안했다.

 

--- 엿새 째 ---

 

어제 먹은 음식 때문에 운동을 해야 했다.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축구 선수들은 뚱뚱하지 않다.

뛰는 사람들은 뚱뚱하지 않다.

영업 사원은 뚱뚱하지 않다.

긴장을 많이 하면 뚱뚱하지 않다.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뛰는 것과 긴장감을 동시에!

도둑질이 최고였다.

남의 집 앞에 있는 우유를 들고 뛰었다.

발바닥이 마르고 닳도록 뛰었다.

한참이나 뛰다가 학교가는 동생을 만났다.

당황스러웠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다이어트 한다더니 새벽에 나가 남의 집 우유나 훔쳐먹고 있었군.”

할 말이 없었다.

살을 빼기 위해서 이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 이레 째 ---

 

뿌연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영혼이 육체에서 이탈된 듯했다.

하얀색 소복 입은 여자가 곁에 다가왔다.

내가 죽은 것인가?

“살려주세요!”

소리쳤다.

“겨우 23살이란 말이에요!”

웃음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시선을 또렷히 했다.

간호원이었다.

하얀색 소복을 입은 여자는 간호원이었다.

“영양 실조에요.”

아! 꿈에도 그리워하던 단어!

영양실조!

내가 드디어 영양과잉이 아닌 영양실조라는 단어를 듣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엄마의 목소리가 내 심장을 무너뜨렸다.

“으이구~~ 이것아!

너는 병원에서도 그러냐!

링거액 값이 일반 환자의 두 배다!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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