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신부연습

스크랩 인쇄

홍성호 [celestinu] 쪽지 캡슐

2002-10-05 ㅣ No.39833

"아빠! 예수님이 뒤로 들어갔어!"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가 유치원때

주일학교에 다녀와서 헐레벌떡 뛰어와서 하는 말입니다.

영문을 몰라 물었지요.

"예수님이 뒤로 들어가시다니?"

"응 오늘 어떤 형아들이랑 예수님이 십자가 옆으로 해서 들어 갔어"

순간 나는 "쿡" 하며 웃음이 나왔읍니다.

상황을 이해 할만 했읍니다.

어린이 미사를 끝내고 퇴장하시는 신부님을 예수님이라 표현한것 같아

한편으론 웃음도 나오면서 이제야 주일학교에 보낸 내 자신이 부끄러웠읍니다.

아이에게 설명을 하자니 너무 길었읍니다.

그분은 예수님이 아니고 신부님이시지 하면 "신부님은 누군데?"

드디어 우리아이 주특기인 말꼬리잡기가 시작되었읍니자.

그날 저는 정말 힘(?)들었읍니다.

 

그러던 아이가 하루 하루 많을걸 알아가더군요.

왼손을 주로 쓰는터라 성호경도 왼손으로....^^*

하던 아이가 드디어 오른손으로 하고 토요일이면 주일학교에 가는걸 좋아하더군요.

주일학교에 가면 생기는게(?) 있거든요.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느 하루는 장래 희망이 바꾸었다지요.

신부님으로.

"꺄오!"

나는 환호를 했지요.

그때까진 속으로만 이녀석 신부하면 어떨까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더욱 기뻤지요.

 

장래희망이 신부로 바뀌어서인지 그날부터 신부연습(?)을 하더군요.

얇은 여름 이불을 머리에서 부터 걸치고 하는 말.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그 다음은 횡설수설.

옆에서 놀던 딸아이 하는 말.

"오빠 틀렸어!"

"그래. 그럼 서엉부와 서엉자와 성령께서....횡설수설"

미사경본을 안보고 하는 연습이라 도무지 횡설수설하는 아이를 보면서

많은 기도를 했읍니다.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

백일도 안돼서 결핵성 임파선염으로 두번의 수술을 받은 아이가

어느새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다니 그저 감사 했읍니다.

 

신부가 되든 아니되든

지금처럼 그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기도 했읍니다.

 



636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