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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꽃동네 방문기(오마이뉴스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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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미 [elvila] 쪽지 캡슐

2003-02-25 ㅣ No.48696

꽃동네방문기

수박의 겉모습만 보고도 그 수박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을까?

 

강수천 기자    

 

충북 음성군 맹동면은 수박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 꽃동네가 위치해 있다. 자원봉사하는 가톨릭신자들, 학생들, 군인들, 일반인들이 연중 수천명에 이르고 장기봉사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곳. 그러나 워낙 살고있는 가족이 많다보니 늘 봉사의 손길이 그리운 곳. 그곳 꽃동네를 직접 찾아가 보았다.

 

수박겉핥기라는 말이 있다. 겉모습만 보고 수박임을 알지만 그 수박이 단맛이 나는지 설익은 수박인지는 깨보거나 잘라보거나 최소한 따보아야 아는 법이다.

 

가난한 자들의 성지이며, 한국 복지시설의 요람으로 불리는 꽃동네가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꽃동네라는 수박의 참맛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게중에는 겉이 너무 번지르르해서 따보나마나 더이상 지원해줄 필요가 없을거라며 지레 회원탈퇴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오히려 도대체 꽃동네가 어떤 곳이기에 이렇게 국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지 궁금해하며 직접 자원봉사를 해보는 사람들도 있다.

 

꽃동네에 자원봉사차 찾아가겠다고 전화신청을 하고 2월22일 꽃동네를 찾았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이날도 계속 내려서 시야가 흐렸지만 진천톨게이트를 빠져나가 달린지 약 10여분 후 뚜렷하게 꽃동네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꽃동네의 규모를 가리기 위해서 방음벽을 설치했다는 소문이 얼마나 악의적인 소문인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막상 문제의 방음벽을 만난 첫 느낌은 답답하다는 느낌이었다. 도로의 폭이 좁아서 상대적으로 높은 방음벽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반면에 직선도로여서 과속하기 딱 좋은 지점이었는데 실제로 본 기자도 속력을 내는 바람에 꽃동네 입구를 놓칠뻔 하였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방음벽을 이해할 수도, 문제삼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동안 꽃동네를 다룬 기사들이 방음벽 문제를 다룸에 있어 너무도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지역주민의 입을 빌어 방음벽 때문에 시야가 가려 사고위험이 많다고 한 부분은 지나친 과장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약간 굽은 정도인 직선도로로서 오히려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날 수는 있을지언정 운전자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시야를 가리지는 않았다.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도로가 남북으로 뻗어있어 방음벽 때문에 도로에 드는 일조량이 적어 결빙구간이 생긴다는 말에는 공감이 갔다.

 

또한 다른 관점에서 보면 꽃동네에서 생활하는 심신장애 가족들을 위해 그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국도에서 더 가까이 있는 모 초등학교에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꽃동네앞에 설치된 방음벽이 권력의 상징이라는 것은 일반화의 모순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국도에서 더 가까이 있다는 그 초등학교에 방음벽을 설치해주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물론 보기에 답답하고 꽃동네를 고립시키고 있는듯한 느낌이 좋지는 않았지만 방음벽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을 만들어내는 모습들은 방음벽의 존재사실보다 더욱 큰 문제라는 생각이다.

 

꽃동네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덩그러니 차량출입을 관리하는 시설물이 있어 방음벽에 이어 또다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자원봉사 왔습니다"라는 한마디에 친절하게 사무실을 찾아가는 방법까지 설명해주시던 관리인의 모습을 보면서 시설물에 대한 당혹감은 녹아내렸다. 무엇이든 보는 것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안내해주신 분으로부터 방음벽의 이야기와 차량출입을 관리하는 시설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방음벽의 경우 밤에 과속하는 차량들이 많아 가족들의 잠을 방해한다는 이야기였고, 차량출입을 관리하게 된 것은 절도사건을 몇번 겪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깥에서 보기에 불필요해 보이고 권력남용으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정말로 필요한 것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낄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을 접수받고 배치하는 사무실은 작은 건물의 1층에 있었는데 상당히 소박해 보이는 공간이었다. 안내실과 상담실, 사무실로 구분되어져 있는 공간이 4천여명의 가족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의 머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궁금해 담당자분께 묻자 "꼭 필요한 공간이 이만큼인데 저희 편하자고 가족들의 공간을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꽃동네의 분위기를 보고 오려던 목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 것은 안내해주신 분과 함께 정신요양원인 ’환희의 집’을 찾으면서였다. 환희의 집을 살펴보는데만 거의 두세시간이 흘렀으니 말이다.

 

꽃동네에 대한 의혹사건 수사가 진행중인 마당에 오마이뉴스에 기획특집기사가 계속해서 실리면서 독자게시판을 통해 여러가지 제보와 의혹들이 제기되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내용이 정신요양원인 ’환희의 집’과 관련된 의혹들이었다. 그래서 ’환희의 집’을 먼저 방문하게 해달라고 하였다. ’환희의 집’ 시설관리자로부터 허락을 맡고 바로 환희의 집을 찾았다.

 

게시판에서 떠돌던 일부 이야기들과는 달리 환희의 집 앞마당에는 많은 환자들이 나와서 담소를 즐기고 있었고 출입문도 잠겨있지 않았다. 내부는 깨끗했고 1, 2, 3층은 여성환자 4, 5, 6층은 남성환자들이 함께 요양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시설관리자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1층과 6층은 완전개방, 그리고 2, 3층과 4, 5층은 반개방으로 환자들을 구분해 두었다고 하였다. 1층부터 차례로 올라가며 환자들을 접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수용되신 분들은 낯선 사람들이 나타나자 이내 관심을 보이며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시설관리자 한분과 낯선방문객 두명은 그렇게 따로따로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시설 내부를 둘러보기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일부에서 제기해왔던 방문객이 환자 가까이 가는걸 막는다거나 몇몇 곳만 골라서 보여준다거나 하는 말들은 사실이 아니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환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봉사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때로는 무작정 안겨드는 환자분들과 손도 잡고 그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각 층마다 의무실과 상담실, 사무실과 배식판 소독기등이 갖추어져 있었고, 철저히 층별로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1층부터 차례로 올라갔는데 층을 올라갈수록 중증의 환자들이 지내고 있어서 분위기가 층마다 사뭇 달랐다. 시설관리자분의 말처럼 1층과 6층은 완전개방되어 있었고, 2, 3층과 4, 5층은 무작정 시설을 벗어나 배회하는 중증 환자 한 두 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유롭게 지내고 있었다. 각 방에는 개인사물함이 있었고 빨래를 하는 사람, TV시청을 하는 사람, 독서를 하는 사람, 창밖만 물끄러미 내다보는 사람등 각자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꽃동네 정신요양원을 둘러보며 느낀 점은 다른 시설들보다 상당히 실험정신이 강하구나 하는 점이었다. 예컨데 화분과 꽃들을 정신요양원에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선입관도 꽃동네의 실험정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요양원에 놓인 플라스틱 화분과 꽃들을 궁금해 하자 "오히려 가족들이 꽃을 가꾸고 물도주고 화분도 닦아주는 등 생각보다 치료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돌아왔다.

 

한층 한층 구석구석까지 둘러보고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너무도 빨리 흘러갔다. 하루에 꽃동네 시설들을 다 둘러본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6층까지 둘러본 후 환자들을 위해 설치해 놓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프로그램실과 이발소, 발전실과 성당등이 들어서 있었는데 눈에 띄는 것은 각종 프로그램치료들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실들이었다. 환자들이 직접 작업한 작품들로 가득찬 그림치료실, 체육프로그램실, 도서실등의 시설들은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과 환자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또한 성당에 앉아 기도하는 봉사자와 수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그들 봉사자들과 수용된 환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언어의 린치들을 생각해보니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환희의 집을 돌아보는데만 거의 몇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만큼 시설이 방대하였지만 각 층별로 자치가 이루어지고 봉사자들의 숨결이 느껴지고 있어 오기를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희의 집 뒤편 건물에는 환희의 집 본관 지하 프로그램실과는 별도로 레크레이션실과 회의실, 디스코텍, 심지어는 DDR기계들까지 놓여있는 프로그램실이 따로 있었다. 지하 프로그램실이 너무 좁아 형식적인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있던 기자일행을 당황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환희의 집 방문을 마칠 즈음 식당으로 들어오는 봉사자와 환희의 집 가족들을 보게 되었다. 서로 장난도 치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왜 일부 네티즌들이 직접 와보지도 않고 일부 사람들의 말만을 믿고 판단하는가 하는 씁쓸함을 가질 수 있었다.

 

환희의 집을 둘러보고 나서 한참동안 시설관리자께서 해주신 말씀들이 귓전을 때렸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실지로 법을 위반한 사항들도 많을 겁니다. 그런 점들을 고쳐 나가는 것이 발전이 아닐까요?"

 

인권유린, 폭력행사, 협박, 자살등이 자주 있다는 일부 의견들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었다. 물론 하루를 다녀보고 어떻게 알겠느냐 하겠지만 평화로운 눈빛과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과장되고 오해의 소치인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시설에 살고있는 가족이 봉사자를 폭행하면 그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봉사자가 가족을 폭행하거나 협박하거나 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죄가 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말씀 속에도 정신요양원에서의 봉사활동이 얼마나 힘이 들고 조심스러운가 하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고계신 분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물론 그 가족들에게도..

 

환희의 집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다른 시설들은 꼼꼼히 살펴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꽃동네 구석구석을 차로 돌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꽃동네의 거대화를 이야기 하지만 사실 꽃동네는 하나의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시설들이 모여있는 형국이었는데 각 시설마다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사실 거대화라는 말은 꽃동네의 외형만을 보고 말하는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환희의 집을 나와 둘러본 시설들은 꽃동네에서 자립능력을 갖추신 분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구)평화의 집과 (신)평화의 집, 그리고 인곡자애병원과 노인요양원, 천사의 집과 심신장애인 요양원,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등이었다. 각 시설마다 자원봉사자가 부족하여 봉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겨울지를 척 보면 알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계속해서 꽃동네 가족들이 늘어나다 보니 시설을 늘리기 위해 수녀원, 수도원들이 각 건물의 옥상에 가건물을 짓고 들어가 위치해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사실들마저 애써 감추려는 수사님, 수녀님들의 겸손한 모습을 보니 인터넷의 공간에서 잘 알지도 못한 채 떠들어 대던 우리가 얼마나 못난 사람들인가 하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꽃동네 연수원에서 꽃동네에 대한 거창한 소개만을 듣고 돌아가 꽃동네는 이렇게 자기자랑만 늘어놓는 곳이더라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눈에 이런 사랑의 모습들이 보일리는 만무할 것이다.

 

무엇이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에는 외형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될 것 같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시설을 갖춘 곳일지라도 그 안에는 행복과 사랑이 넘칠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겉보기에 화려하고 거대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하여 그 안에 행복과 사랑이 없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도 잘못된 판단일 것이다.

 

또한 꽃동네가 법을 위반하고 만에 하나 개인의 치부를 위해 횡령을 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그러한 개인의 문제를 가지고 꽃동네 개혁이라는 거창한 구호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그곳에서 봉사하는데에 정열을 쏟고 계신 분들과 그러한 시설들의 도움을 받고있는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을지를 조금이라도 신경쓰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꽃동네도 계속해서 투명하고 열린 공간으로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설로 남아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꽃동네 천사의 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사랑의 연수원 마당에서 본 낙태아들을 위한 십자가무덤을 떠올리며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채 수박껍질 속에서 묵묵히 달콤한 수박을 만들어 내고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꽃동네를 나섰다. 꽃동네가 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도덕적 의혹들 마저도 침묵으로 외면하는지 그 이유도 알 수가 있을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꽃동네에 쏟아지는 수많은 욕설과 의혹들에 일일이 대꾸할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곳 봉사자의 말대로 일일이 대꾸하고 논쟁을 벌이느니 한사람의 가족에게 그만큼의 시간을 쏟는 편이 더 낳을 것이다.

 

꽃동네를 나와 음성IC를 향하는 거리 곳곳에 맹동수박, 음성수박을 광고하는 광고판들을 볼 수 있었다. 과연 맹동의 수박은 그 이름만으로도 달콤함을 느낄 수 있듯이 꽃동네 그 이름만으로도 사랑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꽃동네에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가서는 꽃동네를 둘러보는데에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왔다. 참으로 죄송스럽고 창피했다. 시간을 내서 몇일간 자원봉사를 해보는 것이 이렇게 꽃동네를 둘러보는 것보다는 더 꽃동네를 잘 알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리다친 비둘기에게 음식을 주는 사람을 보면서 "저사람이 비둘기의 다리를 부러뜨렸구나"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참으로 저사람은 따스한 마음을 가졌구나"하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3/02/24 오후 2:54

ⓒ 2003 OhmyNews  

 

~~~~~~~~이상 오마이뉴스에서(사회면 잉걸기사에서)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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