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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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입구역에서 생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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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jekl20] 쪽지 캡슐

2001-04-12 ㅣ No.3266

[을지로 입구역에서 생긴일]

 

 

가톨릭회관에서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신도림 방향의 전철 개찰구 앞에서,

한 행인이 개찰구 4개를 가로막은 채, 쓰러져 잠들어 있었습니다.

 

개찰구를 나오는 사람마다,

발에 그 사람이 혹시 채일까 매우 조심스러이 행동하여,

줄이 길게 밀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깨울까 생각하다가,

잠깐 깨우기야 하겠지만,

노숙자 같은 데, 일으킨 후의 대책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반대쪽의 표 파는 곳으로 가서,

역무원에게 이 사실을 알려,

역의 관리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나는 왜 선뜻 그를 깨워 일으키고,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 못했을까?’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많은 성찰을 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복음 내용도 생각이 났습니다.

알고도 실행을 못하는 제 모습이,

’열매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같습니다.

 

무엇이 두려운지...

 

아직도 저는 복음서처럼 행하지 못합니다.

그저, 제게 아무런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있는 사람에게 알립니다.

 

 

3년 전 쯤인가 겨울에,

업무차 문래역에서 늦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올 때 쯤,

술자리를 마감했는데, 상대방에게 택시 잡아드리고 나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술기운에 용감해 진 저는 집까지 걸어오기로 결정했습니다.

 

늦은 새벽, 집으로 걸어오는 길은

조용하고 나름대로 운치있었습니다.

 

큰 길에서 조금 접어들었을 무렵,

셔터내린 가게 앞에 쓰러져 있는 행인을 발견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술을 조금 마시면 매우 용감해졌으므로,

저는 바로 그 행인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술에 많이 취하여, 전혀 거동이 없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동사라도 할 것 같은 생각에,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가며, 어떻게 업어라도 보려고 했습니다만,

만만치가 않아, 계속 시도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길을 가던 다른 행인이 제게 소리를 칩니다.

길에 쓰러진 사람에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저는 바로 해명을 했지만, 그 행인도 약주가 과하여,

제 얘기를 전혀 못알아 듣습니다.

 

정신잃은 자에게서 지갑이라도 빼가는 줄 알았다는

그와 10 여분이나 실갱이 하다가,

결국은 순찰중인 경찰관이 와서야, 모든 일이 해결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만나면,

가까운 파출소로 연락하든지,

112번을 이용하여 위치를 알려주는 정도입니다.

 

제가 어떤 일을 경험하였든지, 다 지나간 일이고 변명일 뿐입니다.

지금 제가 어떻게 행하는지가 참 중요한 일입니다.

 

습관처럼 별일 아니게, 타인에게 인도해 주던 일이,

오늘따라 유난히 스스로 성찰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저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작은 군중일 뿐입니다.

 

 

[이재경 세자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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