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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버지에 대한 미움 어떻게 극복해야 될까요? 조언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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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4 ㅣ No.3985

마음이 답답해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마음 속에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 분노, 미움...이런 감정때문에 정말 힘이 듭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얼굴볼때마다 밀려오는 그 감정은... 잊어버렸고, 용서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울컥하게 만들고 다시 예전의 기억들이 머리에 스쳐지나가곤 합니다.

 

지금 저는 30대 초반의 미혼남성입니다.
부모님이 세례를 받기 전...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어머니를 구타하며 밥상이 날라가던 기억...
이성을 잃어버리고 자해하려고 했던 기억...
수없는 부부싸움과 입에 담지 못할 말들...그리고 자녀에게 어머니에 대한 않좋은 이간질..
공부못하면 공장에 보내버린다고 하던 말들...
대학교에 떨어지고 재수를 고민할때 재수하는데 돈이 든다며 전문대에 진학하기를 원했고
아버지 말에 따라 진학한 일...
그러나 친척들 만나면 자식은 공부많이 시켜야 한다고 힘닿는데까지 공부시켜라고
하던 말들...
군대 제대후 팔이 부러져 집에서 쉬고 있는데 다른 집 자식들은 과외해서 돈벌어오는데
너는 뭐하냐? 일하러 나가라고 하던 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머니가 3일 밤을 꼬박 새며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는데, 나중에 퇴원하고서 병원에서 환자에게 잔소리나 한다고...밤 새는 게 무슨 큰 일을 한거냐고..하던 말...
...

너무나 많은 모순된 일을 겪고도 그냥 아버지니까...그래도 가족들 먹여 살린다고
고생하셨는데...아버지의 삶도 참 힘들게 살아오셨다...하며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면 많이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물론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랑할 줄 모르고, 가족에게 무관심하고,
밖에서는 너그러운 척하며 웃는 모습이 너무나 위선적으로 보입니다.
지금 이렇게라도 살고 있는 게 혼자 잘해서 그런 줄 압니다.

 

20대 중반 운좋게 서울 대기업에 취직이 되어 올라가는데 50만원들고 고시원생활하면서 월급 저축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젊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기죽지 않고 열심히 일해왔습니다.
그런데 학벌의 벽 때문에 직장상사와 동료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극복할 수 있다고...마음 먹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한번은 회사를 옮기기 위해서 최종 면접을 보는데 그 회사 사장님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회사에 전문대 출신은 회사 창립이래 니가 처음이다.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전 그래도 "다른 사람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배우겠습니다."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습니다.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번번히 학벌에서 당하는 무시와 차별은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아버지를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고3때 기회만 한번 줬으면 하구요.

 

지금은 서울 생활을 잠시 접고 고향에 와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모아놓았던 돈을 새로 집 구입하는데 돈이 좀 모자르다고 해서 다 보탰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어렵게 살아온 것을 봐와서 그런지 집만은 꼭 있어야 한다. 부모님이 편하게 노후를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보탰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그 태도가 정말 화나게 합니다.
아쉬울 때는 가족들에게 자상하게 이야기하면서...이젠 아쉬울 것이 없어서인지
가족들의 고마움은 커녕, 아무런 관심도, 삶에 대한 의욕도 없는 것 처럼 보입니다.
자식들이 결혼을 하던 말던, 취직을 하던 말던...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처럼 보입니다.

제가 또 다시 서울로 올라가려고 해도 어머니가 고향에서 직장구해서 살았으면 합니다.
하긴 이 나이에 가진 돈도 없이 서울로 가서 취업하기도 걱정이 되긴 합니다.

지금 저희집이 이 정도라도 살고 있는 것을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말..
때론 하느님께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열심히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일하고 기도해왔는데..제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요즘은 제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의 미래를 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한때는 아버지를 미워하며 이렇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한 집안에 가장이 큰 돈은 못벌지라도 올바른 정신과 따뜻한 마음만이라도 있으면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된다. 
능력없이, 준비된 마음없이 무작정 애낳고 산다고  사는게 아니다.
능력없으면 결혼도 하지 말고, 애도 낳아서는 안된다. 그것은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구요...
그러나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창조사업은 남녀가 한몸이 되어 많은 자손을 낳고 번성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하느님의 창조사업의 목적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창조사업이 나의 현실(결혼문제)이라고 생각하니 가진 것 없이 어떻게 이 어두움을 헤쳐나갈 것인가 막막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미움, 원망, 서운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 잊어버리게 하소서. 타인의 허물을 잊어버리게 하소서.
이 어두움을 극복하게 하소서.
십자가의 고통을 이기시고 부활하셨듯이 이 상황을 극복하고 이기게 하소서.

 

 

여러분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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