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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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7 ㅣ No.9397

님께서 환멸을 느낀 천주교의 어느 부분 때문에,
그 천주교라는 것에 더 이상 깊이 못 들어가는 것이 있으신듯합니다.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제도적인 면과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요...

님께서 발목 잡힌 그 부분, 제도적이라고 하는 부분을 천주교의 못된 점이라고 비난하실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던 간에 반드시 드러나는 시험, 혹은 시련이라고 하는 것에 걸려서
님께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신 상태라고 말할 수 있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개신교나 성공회에 천주교에 있다고 하시는 그 제도적인 결점이
보완되는 어떤 면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개신교나 성공회는 완벽할까?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나름대로 또 다른 결점들이 있고
님께서는 그것을 발견하고서 또 다시 좌절을 하시겠지요.
그러면 그 다음은 어디로 가실까요?

한 우물을 깊게 파지 못하고
우물을 제대로 판답시고
구멍 수만 늘려가실 생각이십니까?

어느 종교나 사람이 모여서 이뤄가는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결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것을 보완주는 요소는 신적 존재의 영향력인데,
문제는 믿는 사람과 믿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먼저 믿지 못하면 수백년을 종교에 몸담고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결정적인 진리를 깨우칠 수 없습니다.
이건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어떠한 구조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제대로 믿지 못하면서 감내놔라 배내놔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톨릭에서는 그 결정적인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서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있는데, (그 답은 안 가르쳐 드립니다)
그것은 제도나 제사, 예식 참여, 혹은 신과의 친밀감 정도로는 절대 얻을 수 없습니다.
또한 한 번 얻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평생동안 영원토록 지속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꾸준히 나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하지요. 그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거기까지 가지도 않고서 마치도 가톨릭 신앙생활의 맛을 이미 다 본 것처럼
이야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성령세미나도 해 봤고, 피정도 많이 가 봤고, 특강은 수도없이 들었고, 영신수련도 해 봤는데
모르겠다. 나 간다. 그러시는데,
성령세미나도, 피정도, 특강도, 영신수련도
결국에는 그 결정적인 진리에 이르는 그것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지요.
그걸 자기가 못하고서 천주교는 아닙네 하는 것은
수박 겉만 핥고서 수박 맛을 다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님께서도 혹시 그런 부류가 아니신가요?
그래서 천주교의 제도적인 그 일부의 면에서 모든 것을 본 것인양 멋대로 환멸을 느끼고
그 일부가 전체를 대체한다고 장담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 관점을 고수하신다면, 어디 가시나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은 또 어느 정도 선에서 환멸을 느끼고 다른데로 가실 겁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맞는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부정이 먼저 앞서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긍정할 수 있지만, 그래도 끌리는, 그래도 이게 좋다하는 것이 나에게 맞는 것이지요.
부정적인 면을 보고 돌아서 버린다면,
결국 언제까지나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전체를 보고서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사실은 그 판단 자체가 결점 투성이이고,
그렇게 판단하는 내 존재 자체가 결점투성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지요.
내가 결점투성이인데,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선택은 님꼐서 하시는 것이니, 제 말은 잔소리만 될 뿐입니다만,
진정한 신앙은 제도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도에 걸려넘어졌다면,
아직 신앙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겠지요.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실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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