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자유게시판

아들 녀석 백일을 지내고.

스크랩 인쇄

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4-05-17 ㅣ No.67032

 

 어제 주일 날 난생 처음으로 아들녀석 백일을 치루었습니다.

 

하긴 난생 처음이 아니라면 상당히 의심스럽고 우스운 얘기가 되긴 하겠지요? *^^*

 

과거엔 이 백일이라는 잔치가 꽤 의미도 있고 또 돌잔치 못잖게 치루는 경사였다고 들었습니다만 요근래 주위에서 돌잔치 초대장은 받아 봤어도 백일잔치에 초대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봐선 점점 그 의미가 퇴색 되어지는 것 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늦장가를 가서 나이 불혹에 얻은 아들 녀석이라 마음만은 온 동네 떠들썩 잔치를 치루고도 싶었지만 요즘 추세상 유난스럽다란 소리 들을까봐서 그저 동네 떡 방아간 집에서 백설기와 수수팥떡 약간 만들어 조촐히 치루었습니다.

 

물론 백일 날 필수코스인 사진 찍기도 빼어 놓진 않았지요.

 

저도 백일 사진이 있습니다.

 

흑백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투실투실 젖살 늘어진 채로 요즘 연예가에서 부는 누드열풍에 미리 편승해 한방 콱 박은 사진 말입니다.

 

그때는 그게 백일 사진의 전부였지요.

 

그런데 어제 아들 녀석 백일 사진을 찍기 위해 어린이 전문 포토샾에 들렀더니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당일날 찍지를 못한다고 하여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겨우 당일 저녁때 예약을 하곤 적지 않은 돈 투자해서 작품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물론 녀석도 애비와 똑같이 나체 사진도 한 방 잊지 않았습니다.

 

비싼 돈 투자했기에 한 번 방긋 웃는 모습 잡아보려 앞에서 얼르고 달래며 별의 별 재롱을 다 떨어보았지만 "당신 지금 뭐해?"하는 표정으로 저의 재롱을 마치 점잖지 못하다고 나무라듯 쳐다보기만 하더군요. ㅠ.ㅠ

 

그래서 그냥 진지한 표정으로 몇 방 찍은 뒤 집에 데리고오니 애비 놀리기라도 하듯 그때서야 방긋방긋 웃지 뭡니까?

 

아~! 본전 생각나데요?

 

아무튼 덕분에 처음으로 녀석 데리고 장시간 외출 해봤습니다.

 

어른들 말씀 중에 아기 키우는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뭐, 이 말씀은 심각하게 비난하는 말이 아니라 그 만큼 아기가 신기한 짓 몇 번 하면 그 장면을 옮기면서 그저 같이 귀여워서 못믿겠다는 듯 하시는 말씀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여러분들이 에이~! 그건 못 믿겠다. 거짓이다. 할 만한 몇 가지 신기한 사실이 있어 적어 봅니다.

 

녀석도 여느 아기와 같이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혹은 기저귀 갈 때 쯤 되면 떼 쓰고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워낙 순해서 키우시는 아버님, 어머님께서 이런 아이라면 열명이라도 키우겠다고 말씀은 하십니다.

 

그런데 녀석이 신기하게도 벽에 달려있는 십자고상과 눈이 마주쳤다하면 아주 장시간 시선을 돌리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 본다는 사실입니다.

 

울다가도 십자고상과 눈이 맞았다하면 잠시 울음도 멈추고 뚫어져라 쳐다 보는데 더 가관인 것은 가끔 음악을 틀어주는데 클래식이고 동요고 별 반응을 보이진 않습니다만 신기하게도 성가 [누구보다 주님은 우리 사랑하셨네]만 틀어주면 떼 쓰다가도 뚝 멈추고 조용히 음악감상(?)하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집에는 항상 그 성가 틀어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무슨무슨 징조가 아니겠느냐?는 방정은 떨지 않겠습니다만 애비로서 기분이 좋고 묘한 것 만큼은 감추진 않겠습니다.

 

어제 주일날 백일을 치루었고 이제 곧 치룰 일은 바로 녀석의 유아세례식이 남아 있습니다.

 

5월 첫 주 토요일에 하기로 했습니다만 그만 여차저차 사정상 한달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아침 등산을 하시다 발목을 다치셔서 깁스를 하는 바람에 할머니 빼놓고 하기 뭐해서 한달을 더 미루느냐? 마느냐?하는 기로에 서 있는 상태입니다.

 

아내는 베드로로 세례명을 원했지만 외국에 나가있는 녀석의 큰 아버지가 성인 프란치스코를 강력 추천하며 그분의 일대기를 엮은 책을 소개해주어 저와 아내는 프란치스코로 심증을 굳힌 상태입니다.

 

하긴 그분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문구를 비록 그대로 따라 살진 못해도 어쨌거나 참 개인적으로 좋아하긴 합니다.

 

아직 세례는 받지 않았으나 거의 프란치스코로 세례명을 보시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김 찬수 프란치스코...어떻습니까? 어울릴 것 같지 않습니까?

 

어제 아내와 들뜬 마음으로 아들 백일 잔치를 치룬 여흥이 아직 남아서인지 오늘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도 쓸데없이 마음이 들떠 두서없이 글을 쓰게 되는군요.

 

끝으로 백일사진은 아니지만 최근에 찍은 녀석의 사진 한장 올리면서 여러분께 감사하단 말씀 꼭 올리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428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