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자유게시판

당신이 천주교 신자라면서? (신앙 MANIF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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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6-05-01 ㅣ No.98920

 

500명이 들어 갈 수 있는 넓은 성당에 맨 뒷자리에 앉은 사람의 시력으로도  볼 수가 있도록 큰 글씨로 쓴 ‘공약(公約)’이라는 카드와 “공약(空約)”이란 카드 2장을 바쁘게 번갈아가며 보이시면서 그분은 강론 하셨다.

 

“요즘에, 5,31 전국지방 동시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다리를 놔 주겠습니다. 노인복지를 실현하겠습니다 하면서 공약 들을 많이 하지요? 하지만 강도 없는데 가서 다리 놔준다고 할 정도로 이런 公約이 아닌 이런 空約들을 주로 많이 하지요?

지킬 수 있는 公約 이걸 해야 하는데 응이, 걸핏하면 지키지도 못할 이런 空約을 많이 한다 그 말입니다 응이. (그분은 다시 마니페스토(MANIFESTO)라고 쓴 큰 종이를 두 손으로 펼쳐 보이셨다.)

 

이거, MANIFESTO라는 이 말은 원래 이태리語에서 손으로 만져서 확인한다는 뜻의 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응이. 정치인들이 이런 空約이 아닌 실현 가능한 公約을 해 놓고 유권자가 그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언론에서 지금 한창 얘기를 하고 있지요, 응이.

이제는 정치인이 다리를 놓겠다는 공약을 하려면 언제까지 어떤 식의 다리를 얼마를 들여서 놓을 것이며 거기에 드는 돈은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 까지 자세하게 공약을 해야한다 그말이지요 응이. 또 예를 들어 노인 일자리를 창출한다 하면 어떤 일을 하는 노인 일자리를 몇 개 만들고 거기에 드는 예산은 어떤 식으로 만드느냐? 이런 것 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 말입니다 응이. 그렇게 하는 사람을 이제는 우리가 일꾼으로 뽑아야 하겠죠? 응이.

 

그럼 우리 신자들. 아빠 아버지 하느님을 믿는다는 우리들 신자들도 이젠 마니페스토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느님을 믿는데 그냥 입으로만 믿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아빠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신 것을 따르기로 했으면 우리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그 말씀을 실행할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대자대비하신 아빠 아버지 하느님께 먼저 약속을 하고 반드시 그걸 실천하라는 것이지요. 응이.

내 가족을 사랑한다고 약속했으면 가족과 함께 한 달에 외식은 몇 번 하고 여행은 몇 번 가고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약속을 하고 그것을 이행해야 그것이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지 말로만 백번 사랑한다고 해서 되느냐 이거죠 응이.

이제부터 우리 천주교 신자들부터 각자가 내 신앙의 마니페스토를 하자 그런 말이지요. 응이.

 

오늘이 특별히 우리 교회에서 정한 외국이민자들을 위한 주일이어서 오늘 이 미사에는 특별히 멀리 필리핀에서 베트남에서 농촌총각들한테 시집을 와서 이곳에 살다가 아이를 낳지 말라거나 일을 잘 할 줄 모른다고 시집식구들한테 구박받고 심지어 남편들한테 두들겨 맞고 쫓겨나서 오갈 데조차 없는 불쌍한 이민여성들을 보호하는 수녀님과 피해여성들이 자리를 함께 해서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죄인이지요. 응이.

우리 이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박수를 한번 보내주시지요.

(그리고는 베트남에서 온 여성이 마이크를 쥐고서 앳된 목소리로 띄엄띄엄)


“저는 우시아라고 합니다. 한국에 온지 00개월 됩니다. 남편이 때렸습니다. 남편 도망쳤습니다.”그리고 필리핀에서 왔다는 2년차, 또 한 명의 필리핀에서 왔다는 여성은 설움이 북받쳐 울기만 했다.

(이어서 수녀님이 마이크를 받으셔서)

“농촌으로 시집와서 두들겨 맞고 쫓겨나고 피해를 당해 오갈 데가 없는 여성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청하고자 함이 아니라 여러분의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하시는 데 왜 그리 내 콧등이 시큰거리든지...

이 미사를 집전하고 신앙의 마니페스토에 대한 훌륭한 강론 말씀을 해주신 신부님은 바로 유무상통(有無相通) 마을의 촌장신부님이신 방상복 안드레아 신부님이셨다.


누가 그랬다. 거긴 미사 때 엎드려 3배(拜)를 한다고....이단이라고....

그래서 나는 내 본당에서 특전미사를 드리고 갔다. 여러 사람이 함께 가서 미사를 드리기로 해놓고서 나 혼자만 미사에 빠진다는 것은 좀 그렇고, 가급적이면 출입문 가까이 앉아서 미사에 참례했다가 여차하면 슬그머니 빠져나올 심산이었다.

미사 전 준비기도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입당성가에 맞춰 방 신부님께서 들어오시는데 모두들 일어서지를 않고 앉아 계셨다. 방문객 이외에는 모두가 양로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이시고 그 중에는 거동조차 불편하신 노인 분들이시니 그러시는 것 같았다. 미사순서도 미사경도 지극히 보편적이었다. 다만 국악미사인 것이 특이했는데 사실 국악미사는 내가 몸담았던 답십리본당에서 당시 주임신부님이셨던 김경회 바오로신부님께서 약 1년 동안 하신 바 있어서 나는 숙달된 조교였다.

남의 말은 역시 믿을 게 못 된다. 우리 옛말에도  “서울 안 가 본 사람이 서울 가 본 사람의 뺨을 친다”고 하지 않았던가? 만약 내가 특전미사 드렸다고 유무상통 미사에 참석치 않았더라면 이 좋은 말씀을 못 들었을 것 아닌가 생각하니 그렇게 다행할 수가 없었다. 

일단 여기까지 “유무상통‘마을에서 드린 감동적인 미사 녹화중계를 마치고 훗날 방상복 신부님을 뵌 감상과 방상복 안드레아 신부님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함께 못 하신 신성자 클라라 이순의 제노베파님을 비롯한 여러분께 먼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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