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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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원하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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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J. You [bsilio] 쪽지 캡슐

2002-08-17 ㅣ No.7009

모처럼 만에 아들 딸이 손자손녀들을 대동하고 모이니, 제법 한 가문다운 모습이다.

"예전에는 그저 한 가족이 이랬는데" 하면서  서 교장은 새삼 세월이 변하면서 가족

이라는 단위도 이렇게 변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두들 오랜만에 만나서 아주

즐거운 대화 속에 빠져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울려 장나치며 즐긴다. 모두들

즐겁게 떠드는 중에도 유심히 서교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사람은 그의 부인 한 여사다.

이심전심이라고 모두가 모였건만 둘째가 지난 추석에도 못 오면서 10월달 아버지 생신

에는 꼭 오겠노라고 전화로 약속을 했건만 아직도 못오는 것을 보니 이번에도 또 못

오는가 보다. 이미 시각이 밤 10시가 넘어서 못 오는 것은 분명한데 아무 전화도

없으니 이제는 무슨 사고라도 생긴건가 하는 걱정이 일기 시작한다.

 

"아버지, 이제 주무시지요. 둘째놈 안옵니다. 올 놈 같으면 벌써 왔지요. 녀석 하고

다니는 꼴이 여전해요. 변한 게 없어요. 지난달에도 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제놈 형수 한테 돈을 꾸어 가고는 함흥차사에요. " 큰아들은 더이상 그녀석 믿고 싶지도 않으니 아버지도 이제 그만 희망을 버리고 잊어 버리라는 말이었다. "형제끼리 뭘 그러니?

형편이 좀 나은 형이 도와 주어야지."  한여사의 방어용 선제 공격이다. "어디 그것도

한두번 이지요?"금년 들어서 벌써 세번씩이나 적지 않은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는단다.

형인 본인이야 그렇다고 쳐도 애들 엄마 보기가 민망하다는 얘기다. 서 교장은 잠자코

듣고 있다가 슬그머니 일어나면서"네 동생이면 너와 일심동체인 네 처의 동생기도 한것을

께우쳐 주어라." 하고는 밖으로 나가신다.

 

"아버지는 우리가 와서 기쁜 것 보다 둘째 오빠가 안와서 서운하신게 더욱 견디기 힘드신

거에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안오고, 둘째 오빠만 왔으면 저렇지 않으실걸?" 하고 막내
딸이 투정어린 투로 서교장의 불편해ㅡ 하는 심기를 불평한다. 서교장은 속으로 "맞다, 너히들 모두가 온 것 보다 둘째 그놈 하나가 나타나 주는 것이 나에겐 큰 기쁨이지 암!"

첫째는 어려서 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면서 너무도 부모를 기쁘게 해 주었다. 말썽은 커녕 늘 우등생이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공부 잘해서 소위 명문대학을 거쳐서 지금 그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쟁쟁한 중견 재벌의 오너집안 딸과 혼인 하여 그야 말로 떵떵거리며 산다. 막내딸 역시 어려서 어머니 말씀대로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해서 음악

대학을 졸업하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연애하던 남자친구와 결혼 아주 잘 살고 있다.문제는

둘째다, 이녀석은 애당초 공부와는 인연이 없는 녀석이다. 서 교장 부부가 둘째로 인해 말 다툼  할 때마다 서로 우긴다."틀림없이 당신을 닮았어."그러나 따지고 보면 양가를 이잡둣이

뒤져 보아도 예를 찾을 수가 없으니 돌연변이 임에 틀림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하겠다고 설쳐 대는데, 정통음악을 한다면 도와 주기라도 하겠다만 매일 째즈다 하드락이다 하면서 떼를 지어 다니니 도와 줄 방법도 모르고 결국은 대학 가는 것은

포기 한채  밴드를 조직해서 여기저기 유랑생활 하기를 벌써 10년째다. 그것도 남들처럼

텔레비젼에 얼굴 한번 못나오는 속칭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란다. 그럼에도 바쁘기는 일류가수 뺨치게 바쁘다. 무명가수가 벌이인들 있을리가 없으니 언제든지 호주머니는 비었을 터이고, 그래도 꼴에 팀리더라고 5-6명 되는 단원들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한다.

그러니, 형을 쫓아가고 형에게 미안하면 손아래 누이동생에게도 손을 벌리는 모양이다.

 

"아버지, 전 음악이 좋아요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고 있으면 전 아주 행복해요." 행복하단다. 비록 돈은 못 벌지만 음악을 연주하고 있으면 행복 하단다. "그리고 아버지

앞으로는 많은 관중앞에서도 연주 할 기회가 오고요 그러면 돈도 벌 수 있어요."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은 행복의 잣대를 돈벌이로 내미는 세상이기에 아버지를위로하기 위해 한

말임에 틀림없다. 그는 돈을 못 벌어도 하고싶은 일을 하니 행복 할 것이다. 서 교장은

행복해 하는 둘째를 생각하며 큰아들을 생각 해 본다. "새로운 학문정보와 후배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게을리 할 수가 없어요. 특히 후배들이 차고 올라 오는데 아주 불안해요."그래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란다.선후배간의 암투 또한 한눈 팔새가

없이 긴장 된 삶을 산단다. 막내는 어떤가? "연애 할때하고는 달라요. 이제는 사랑이 식

었는지, 밤 낯으로 일일일 뭐야 그럴바에는 일하고 결혼하지." 하면서 남편에 대한 불만

을 털어 놓는다. "그럼 너도 이제 부터라도 네일을 해 피아노를 가르친다든지 해봐." 한 여사가 무료하기 그지 없어 해 하는 딸에게 면박을 준다. "엄마, 나보고 피아노를 다시?

그 지겨운 피아노를 또?" 아니란다 자기는 피아노가 좋아서 한적이 한번도 없단다.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서 그야 말로 죽기살기로 했단다.

 

밤새 기다려도 둘째는 오지를 않았다. 아침 일찍이 기상한 식구 모두가 전통에 따라 아침

생일상에 둘러 앉았다. 서 교장은 아이들에게 편이를 주기 위해서 언젠가 부터 생일 당일을

고집하지 않고 생일이 있는 주 토요일에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날 미역국을 준비한

아침 생일식사를 한후 다 같이 성당으로 향하는 것을  전통 아닌 전통으로 지내왔다. 평일 바쁜 아이들을 오가게 하는 것도 싫고 핑계삼아 출가한 자식들과 주일 미사를 함께 드리는 행복을 맛보기 위한 실리적인 생일행사이다.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왜 일요일 이렇게 교회에 옵니까? 바쁜일을 제쳐놓고, 즐거운일을 마다하고, 일요일날 이렇게 성당이 꽉 차도록 모여서 미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늘 따라 신부님은 아주 진지하게 꼭 대답을 들으시겠다는 결의에 찬 음

성으로 말씀하신다. "모두가 성당에 오시는게 즐거워서 오십니까? 그리고 일요일이 기다려

지십니가? 성당에 가고 싶어서?" 다구치듯이 재차 물으신다. "아뇨." 정적을 깨고 앞줄에

엄마와 아빠사이에 끼어 앉아 있던 꼬마가 용감하게 대답한다. 신부님의 얼굴에 미소가

돈다. 드디어 오늘의 주제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 것을 신부님은 매우 고맙게 생각 하시는 것 같다. "오. 드디어 대답이 나왔어요. 그래 넌 본명이 뭐지?"모든 시선을 받고는 있지만 인자하게 웃으시며 물으시는 신부님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는둣이 대답한다."프란치스코입니다." "그래 프란치스코 몇살이지?" "7살 입니다." 일사천리로

인정심문이 끝났다. "자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프란치스코는 이제 7살입니다. 아주 영리하게 생겼고 그리고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착한 소년입니다. 맞지요?" 하고 신부님이 교우들의 동의를 청한다."예~"하고 모두들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

한다. "프란치스코 다시 대답해 봐, 너는 성당에 오는게 싫으니? 좋으니?"질문을 받은

프란치스코 이번에는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올려다 보면서 묵시적인 허락을 요청한다.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락을 표시 하니까 "싫습니다."하고 아주 또렷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왜 너는 여기를 왔지?"신부님은 여전히 잔잔한 미소로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는

엄마 아빠 눈치도 보지않고 아주 큰 소리로 또렷이 대답한다. "아빠가 자꾸 가자구 하니

까요."온 성당안이 웃음 바다가 되었다. 신부님도 따라 웃으셨다.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 사랑하는 7살짜리 프란치스코로부터 들었습니다. 물론 여러분 생각속에 있는 대답도 모두 정답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아버지가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버지가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버지 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교회를 허락 하시고 미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신다는 이유 이상으로 큰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원하시는

아버지의 뜻에 다라서 이렇게 모인 여러분을 하느님은 보시고 어떻실가요? 물론 기뻐

하시겠지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신부님의 강론은 계속된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요?, 우리는 그동안 살아온 얘기도 해드리고 도움도 청하고 해야지요. 왜냐하면 아버지시니까."모두들 마음이 가벼워졌다. "맞아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면서 아버지처럼 대해 보질 못했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신부님은 드디어 마무리를 지으시려 한다. "그럼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원하는 이자리에 안온사람들을 어떻게 할까요?" 신부님 계속하신다. "물론 벌 주시겠지요 그러나

하느님의 부성으로서의 사랑은 여러분 인간으로서 부성의 사랑과는 비교 할 수 없을만큼

큽니다. 하느님은 못온 자녀들을 걱정하시고 마음아파 하시면서 기다리십니다." 서 교장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막내의 모습이 선명히 떠오른다. "주님, 아니 아버님 도와

주소서 그의 앞길을.." 영성체후 기도를 마치고 고상을 바라보는 순간 김교장의 표정은

환희로 가득찬다. "여보 도밍고가 왔어요." 아내가 말한다. "봤어요, 옷 입은 꼴하구는

영 맘에 안들어." 성체를 모시고 돌아나오며 도밍고가 가족들을 향하여 찡긋 눈 웃음으로

인사를 보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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