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자유게시판

만원짜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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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3-06-15 ㅣ No.53474

               

               

     

     

    남편이 잠 못 들고 뒤척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주머니에서 꼬깃한 만원짜리 한 장을 꺼냅니다.

    무슨 돈이냐며 묻는 아내에게

    남편은 자기의 비상금이었는데.....

    당신의 핼쓱한 모습이 안스럽다며

    내일 몰래 혼자 고기뷔페에 가서

    소고기 실컷 먹고 오라고 주었습니다

     

    만원짜리 한 장을 펴서 쥐어주는 남편을 바라보던

    아내의 눈가엔 물기가...

    "여보.. 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어젯밤 남편에게서 만원을 받은 아내는

    뷔페에 가지 못했습니다.

    못먹고 산지 하루 이틀도 아닌데..

    노인정에 다니시는 시아버지께서

    며칠째 맘이 편찮으신 모양입니다.

    아내는 앞치마에서 그 만원을 꺼내

    노인정에 가시는 시아버지 손에 쥐어드렸습니다.

    "아버님.. 만원이예요..

    제대로 용돈 한 번 못 드려서 죄송해요..

    작지만 이 돈으로 신세진 친구분들하고 약주 나누세요.."

     

    시아버지는 너무나 며느리가 고마웠습니다.

    시아버지는 어려운 살림 힘겹게 끌어 나가는

    며느리가 보기 안스럽습니다.

    시아버지는 그 돈 만원을 쓰지 못하고

    노인정에 가서 실컨 자랑만 했습니다.

     

    "여보게들! 울며느리가 오늘 용돈 빵빵하게 줬다네~~"

    그리고 그 돈을 장롱 깊숙한 곳에 두었습니다.

     

    다음 해 설날..

    할아버지는 손녀의 세배를 받습니다.

    기우뚱거리며 절을 합니다.

    주먹만한것이 이제는 훌쩍자라 내년엔 학교에 간답니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습니다.

    오냐.. 하고 절을 받으신 할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놓은 그 만원을 손녀에게 세배돈으로 줍니다.

     

    " 할아버지.~~ 고맙습니다아~~~"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는 외동딸 지연이는

    마냥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세배돈을 받은 지연이는

    부엌에서 손님상을 차리는 엄마를 불러냅니다.

     

    "엄마.. 책가방 얼마야??"

     

    엄마는 딸의 속을 알겠다는 듯 빙긋 웃습니다.

     

    "왜? 우리 지연이 학교 가고 싶니??"

     

    지연이는 엄마에게 할아버지에게서 세배돈으로

    받은 만원을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엄마한테 맡길래..

    내년에 나 예쁜 책가방 사줘어??"

     

    요즘 남편이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안하던 잠꼬대까지..

    아침에 싸주는 도시락 반찬이 매일 신김치쪼가리 뿐이라...

    아내는 조용히 일어나 남편 양복 속주머니에

    낮에 딸 지연이가 맡긴 만원을 넣어 둡니다.

     

    ’여보 내일 좋은 것 사서 드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만원어치 행복을 나누어 드리며..기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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