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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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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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10-31 ㅣ No.58321

 

 친구가 어제 뮤지컬 ‘사랑의 묘약’을 보았다고 합니다.

친구 말로는 우리 ‘춘향전’이 더 좋다고 하지만 이야길 들으니 재미있더군요.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나를 사랑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세상은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인연만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짝사랑도 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있는 것이겠지요.

 

 오늘 10월 31일입니다.

예전에 모 가수가 애잔하게 불렀던 ‘잊혀진 계절’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체 당신은 떠나갔지만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하는 건가요.

 그날의 쓸쓸했던 추억도 그대의 진실 인가요...‘

 

 가사가 잘 생각나지 않지만 10월의 마지막 밤이란 말이 가슴에 와 닿았던 노래입니다.

 

 어제 24년 전에 함께 지냈던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습니다. 잠시 24년 전의 그 순수했던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도 없었던 시절, 놀 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성당에서 모여 함께 지냈던 그 시절이 그립고, 참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당은 우리들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성당에서 우리들은 시를 읽었고, 연극을 했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성당에서 우리들은 다투기도 했고, 화해도 했고, 산으로 들로 캠프도 갔습니다.

 

 사랑의 묘약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리운 사람은 그리움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미운 사람은 용서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욕심과 이기심을 버리고 나눔과 희생을 담았으면 합니다.

 

 사랑의 묘약은 돈으로는 살 수 없을 겁니다.

사랑의 묘약은 깊은 산 속으로 가서 얻을 수도 없을 겁니다.

사랑의 묘약은 현대의 과학 기술로 만들 수도 없을 겁니다.

 

 사랑의 묘약은 사거나, 만들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줄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가 사랑의 묘약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황산벌처럼 사투리로 기도하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화의 성님,

짜잔한 나지만이라 이넠 것으로 써 주시소.

미음이 있어본 곳에는,

옴팍지게 사랑하게 해 주시고라 잉.

그라고 쌈박질만 하는 곳이 있어불면

싸게 싸게 용서하게 해주시쇼.

 

그라고 거 머시냐

맴이 상해갖고 트라진 곳이 있으믄,

겁나불게 하나가 되게 해 주시고라

아리송 다리송 하는 곳에는,

신앙을 심게 해 주시드라고요잉 - -

 

그라고 또

딱딱한 곳이 있어불면,

쪽바로 가게끄름 진리를 쪼깐씩 찾아불고라,

벼랑박이 있는 곳에는, 희망을 주시쇼.

 

그라고 성님, 거시기

슬퍼서 찔찔 짜는디는, 허벌나게 좋아부는

기쁨을 전하게 해 주시랑께라.

이 모든 말씸을 겁나게 좋아불고

착하디 착하고 허벌나게 이쁜

우리 엄니와 그 외아들

우리 주 야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빌어불그만이라.

아멘이지라 .

 

평화의 주님요, 쬐그만 나지만예

그마 당신의 도구로 팍 써 주이소.

우쪘거나 , 미움이 있는 곳에는예.

사랑을 억수로 주시고예

찌지고 뽁고 한다카믄예

내사 마 먼저 빌게 하이소.

 

미잖은 게 있으믄예

마 팍 바다 주이소.

찌부둥한게 있으믄예

그저 희망을 심어주이소.

 

위로받기 보다는예

다 지가 먼저 달래고예

이해받기 보다는예

내사 마 밑에 서 있게 하이소.

그라고 사랑받기 보다는예

마 지가 먼저 사랑해뿌기라예

하므예 데낄이지예.

 

지를 그냥 마 팍 주뿌리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카든데

맞지예. 하모 평화의 주님요,

하찮은 나지만예

당신의 도구로 막 써주이소.

내가 마 예수님 이름으로

그켔습니데이, 아멘입니데이.

 

참! 웃음도 ‘사랑의 묘약’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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