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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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주의단상(9)신종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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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화 [ppssm] 쪽지 캡슐

2001-10-13 ㅣ No.25228

聖職主義斷想(9)신종 면죄부

 

우리 교구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유명한(?) 신부님이 한 분 계시다. 이 신부님은 어느 성당을 가든지 그 유명세를 톡톡히 낸다. 바로 이 게시판에 떠오른 신부님이시다.

 

이 신부님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대표적인 것이 마구잡이 강론이다.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는다. 민망해서 듣기 거북한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그 본당 신자들이 이 게시판에서 실명을 들어 신부님을 비난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만 그러한 방법밖에 없었나?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미우나 고우나 신부님은 우리 신부님 아닌가?

 

그 신부님이 M성당에 계실 때이다.

이 성당은 우리 교구 管轄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他 道에 있다.

성탄 때인지 사순 시기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그 쪽 어느 회장님께서 한 백여리 떨어진 우리 성당으로 성사를 보러 오셨다.

어쩐 일이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여기 온 김에 성사를 보고 갈려고 오셨단다.

그러려니 했다.

 

성사가 끝난 후에 우리는 다실에 들러 차 한 잔을 했다.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그 회장님은 한숨을 내쉬시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세상에 이런 성사도 있나?"

"네"?

" 내 말 들어봐" 하시더니 신종 免罪符 이야기를 해주셨다.

 

공동고백이 있었단다.

그런데 그 고백의 방법이 묘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라 할 만했다.

고백할 내용을 편지에 조목조목 적어서 성당에 제출하면 그것을 보고 성사를 주시겠다고 하셨단다.

참 좋은 방법인 듯했다. 성사를 보다보면 당황해서 생각해냈던 죄목도 잊어버리는 수가 있고, 또 생각해내지 못하는 수도 있는데 집에서 차근차근 적으면 그만큼 좋은 성찰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야!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했다.

그랬더니 그 회장님은 "좋지, 거기까진 좋았어. 그런데 그 뒤가 문제야" 하시면서 다음 얘기를 해 주셨다.

그 편지 봉투 속에 현금을 넣어 내라 하셨단다. 2만원 이상을. 그것도 죄 값으로.  

 

"세상에 이런 성사도 있나? 그래서 여기로 성사를 보러 왔네" 하셨다.

 

나는 할 말을 잊었다.

그 악명 높은 면죄부의 악령이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듯해서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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