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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남편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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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아내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 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쓰더군요. 그러기를 몇 달, 하루는 퇴근길에 어떤 과일 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 탁자에 올려 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내 손으로 귤을 한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그 순간 뭔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 간이나 결혼 후에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 되었다는 걸 알았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 한가지를 만들어도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 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마지못해 첫 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넘어 가더군요.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남편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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