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자유게시판

김수환 추기경님을 욕보이려는 자들의 底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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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9-02-20 ㅣ No.131231

 

1995년 6월초쯤으로 기억된다.

MBC라디오 김한길씨가 진행하던 "11시에 만납시다”라는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아 출연하게 되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TV방송이 다양하지 않았고 또한 아침과 저녁시간에만 TV가 방영이 되었던 관계로 라디오방송을 청취하는 이들이 많았고 특히 MBC의 “11시에 만납시다”는 라디오 프로 중에서도 인기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그 당시 인도네시아의 독립을 도와준 외국인 독립영웅으로 인도네시아 국민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는 구 일본군출신 “梁七星”이란 한국인이 창씨개명으로 인한 “야나카와 시치세이(梁川七星)”이라는 이름 때문에 일본인으로 자바섬에 있는 인도네시아 국립 독립영웅묘지에 묻혀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15년 동안 양칠성의 이름과 국적을 되찾아 주려는 노력을 하면서, 그해 3월에 “양칠성 국적 이름 찾아주기 시민운동본부”라는 단체를 만들고 사무총장 역할을 맡아 KBS 라디오 “박찬숙이 진행하는 하오의 데이트” KBS 사회교육방송 등에 출연하며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었을 때였다.

 

김한길씨가 진행하는 “11시에 만납시다”는 생방송이 아니라 녹음방송이어서 오후3시에 여의도에 있는 MBC 라디오 녹음실에서 김한길씨와 1;1로 마주앉아 약 20분간 김한길씨가 질문을 하면 내가 대답을 하는 대담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녹음이 있기 약 10여분 전에 구성작가가 질문요지를 프린트한 것을 내게 주었는데 주로 양칠성이 어떤 사람이며, 내가 어떤 동기로 그 사람의 이름을 되찾아 줄 생각을 했는지, 그간의 경과며,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척될 것 같으냐는 등의 질문들이어서 대담 전반부 약 10여분 동안은 NG없이 잘 넘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진행자인 김한길씨가 질문요지를 적어준 종이에 없는 돌출질문을 내게 던졌다.

“일부에서는 당시 일제에 의해 학병으로 갔거나 군인 또는 군속으로 징용을 간 사람들 대부분이 자원을 해서 간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시선이 곱지 않은데 권선생님께서는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는 질문이었다. 

순간, 그 질문이 내게 준 내용에 없는 질문이어서 나로서는 약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답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과거에 있었던 오래 된 일이나 역사는 당시의 잣대로 재야지 시대상황이 다른 오늘의 잣대로 과거에 있었던 역사를 잰다는 것은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빨갱이나 공산당들이 자기들이 남한보다 친일청산을 확실하게 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 주장을 하거나 말을 쓰는 것이지 그 당시 자원입대는 자의보다 타의에 가까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계속하여 말을 하려고하자 진행자인 김한길 씨가 그쯤에서 내 말을 끊고 들왔다.

“공산당이나 빨갱이가 주장한다는 말씀에는 좀 어폐가 있습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반대로 이번에는 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제 뜻도 그러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시 일제치하 고관들의 자녀들이었다든가 정말로 천황한테 충성을 다짐하고 자원한 사람도 있을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게 아니었잖습니까? 살기 위해서 또는 가족들이 받는 핍박을 생각해서, 어차피 끌려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심정에서, 그 사람들이 자원을 했다면 그것까지 친일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공산당 식이라는 거지요.”

진행자인 김한길씨가 또 뭐라고 해서 서로 오고 간 말이 좀 더 있었지만 김한길 씨가 그쯤에서 끝내고, 갑자기 또 화제를 돌려, 그날 처음 그와 인사를 하면서 선사한 내 책(중앙일보사 간행 소설 상하권)을 펴면서

“양칠성씨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을 내고 권선생님께서 이번에 쓰신 책인 ‘그들은 나를 칼리만탄의 임금이라 부른다’의 주인공 최계월 회장의 이야기를 잠시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며 구성작가와 전혀 상의도 하지 않은 내 책에 대한 이야기로 방향을 틀어 약 10여분간 대담을 더 주고받으며 방송녹음을 마쳤다.

 

녹음을 끝낸 후, 김한길씨와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만 건네고 약간 어색한 분위기로 헤어져 녹음실을 나오니 구성작가가 녹음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질문요지에 없는 책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서 방송 취지였던 양칠성씨 이야기가 희석이 된 것이 좀 그러네요. 책 이야기는 전혀 상상조차 한 것이 아니었는데 마치 책 팔러 나온 것처럼 돼버려서 제 기분이 좀 묘하네요.” 했더니

“괜찮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얼마 안 되지만 출연료....”하며 봉투를 주기에 받아서 떨떠름한 기분으로 MBC를 나왔다.

다음날 아침 11시에 방송을 들어보니 대담 중간부분이었던 자원입대와 공산당 등의 대담내용은 편집에서 잘려나간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래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새삼스레 이 게시판에 올리는 이유는 짐작하시겠지만 김수환추기경님의 학병지원을 친일행위라고 욕보이는 이들에 대한  답을 주고자 함이다.

일제강점 당시, 이 땅의 민초들의 자유라는 것은 강압체제하에 제한 된 자유였을 뿐이었다. 잔악한 일본경찰과 그 밑에 빌붙어 백성을 감시하고 황국신민화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들 앞에서 죽음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누가 감히 그 서슬 앞에 대항을 하며 그들의 명을 거역할 수 있었겠는가?

전장이 차츰 넓어지면서 더욱 많은 병력이 필요하게 되자 일본은 당시 자기들의 식민지였던 여러 나라에서 병력을 차출하기 위해 자원입대라는 형식으로 젊은이들을 뽑아갔다.

주로 대학생들이 1차 목표대상이었다. 더구나 학생들에게는 장교나 사관후보생 또는 하사관으로 복무케 하며 기술직이나 행정병으로 보직을 주기 때문에 사선에 나갈 일은 절대로 없다. 앞으로 귀군들이 사회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군경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전시동원령이 내려져 어차피 모두가 군에 가게 되는데 지금 지원을 해서 입대를 해야만 그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지 나중에 가게 되면 최전선 총알받이로 가게 된다고 부추겼고, 실제로 그 바람에 많은 학생들이 자원을 하였으며, 또한 장애를 가진 이들 외에는 학교를 자퇴하거나 지원을 하는 경우 외에는 선택의 여지조차도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그 당시 김수환 학생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 있는 천주교계통 대학인 상지대학에 유학 중이었다. 같은 시대에 와세다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었던 최계월 회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신체적 장애가 없는 학생들이 선택할 방법은 퇴학이냐 지원이냐 둘 중의 하나 밖에 없었고, 특히 반도출신 조선인이나 식민지 나라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는 퇴학이 곧 감옥행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게끔 공포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한다.

윤동주 시인이 일본유학중 동경에서 감옥에 간 것처럼 특별한 항일운동을 하지 않아도 징병을 기피할 경우는 반일로 몰아 감옥을 보내면서 심지어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까지 불이익을 준다면서 공공연히 엄포를 놓는 바람에 대학생들이 스스로 입대지원서류에 손도장을 찍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부모나 본인이 친일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그 당시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 밖에 없었던 학병지원 하나를 가지고 지금에 와서 친일이라고 몰아세우는 행위는 과거를 과거의 자가 아닌 시대상황이 전혀 다른 오늘의 자로 재단하는 잘못이다.

뿐만 아니라 억지를 써서라도 굳이 그런 것을 트집 잡아 김수환추기경님을 욕 보이려고 하는 저들의 의도와 행위는 친일청산을 확실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남한과 구별하는 김일성정권의 논조에 동조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행위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 억지 주장을 통해서라도 돌아가신 추기경님을 욕보이고자 하는 그들의 속셈이야말로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심으로 그분께서 베푸신 사랑을 흠모하며 화해와 사랑으로 우리국민 모두가 일체감을 이루려는 것을 방해함으로서 우리사회의 분열을 획책코자 하려는 친북세력의 음모라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한 판단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못된 독사들아!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있으면 나와서 돌을 들어라.

속 빤히 들여다보이는 분열책동을 즉각 중지하고 그 더러운 입부터 다물라고 그들을 향해 큰소리로 꾸짖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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