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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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예수님도 사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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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canis] 쪽지 캡슐

2001-04-01 ㅣ No.19051

안녕하세요.

나탈리아 선생님^_^

 

4월의 첫날입니다..

이른 아침 새벽 공기를 마시며

아침 미사를 마치고 나온 학교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아시겠죠?

싱그러운 나무들과 노란 싹들 피워내고 있는

개나리들의 그 수줍은 미소를...

 

우리 재소자 형제들에게 편지를 보내시게 되고,

이렇게 갇혀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신

선생님의 배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음 이쁘신 선생님...

(마음만 이쁜가??^_^ 농담입니다...)

 

저도 5년동안 함께 편지를 주고 받고 있는

우리 사형수 형제님(프란치스코 랍니다)의

편지를 한 통 소개해 드릴께요..

 

+찬미예수님

3개월 동안 정붙였던 형제들과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5년동안 겪어온 일인데

왠지 이번에는 마음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아마 중간에 방을 한번 더 바꿔와서 이제 막 한달을

겨우 넘긴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소자들은 규정상 3개월에 한번씩 방을 바꾸게 되어 있습니다.)

본래 처음 방을 옮기면

한달은 낯익히고, 한달은 정붙이고,

마지막 한달은 이별 연습을 하는데

이곳에서는 이제 정이 들기 시작하는데

훌쩍 떠나려니 아쉬운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 땅에 사시는 동안 당신 몸 하나

편히 누이실 자리 없이 떠돌아 다니신 주님을 생각하면

마냥 아쉬움에 매일 일만은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하루도 쉬지 않으시고

병자와 과부와 죄인들을 찾아 위로하고 고쳐주셨는데

어느 한 곳에 오래 머물며 내 몸 하나 편하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부끄러운 노릇이지요.

매번 새로운 환경을 주시고

또 새로운 신자들과 지낼 수 있도록 섭리하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당신께서 계셔야 할 자리에

나를 세우시고

내가 겪어야 할 일을 당신이 겪으셨거늘

잠깐 육심의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불평한다면

십자가 위에 홀로 계신 주님께서

얼마나 마음 아파 하시겠습니까?

지금 내가 사는 하루하루의 삶은 바로 주님의 발자취를

한걸음씩 따라 걷는

"고난과 축복이 어우러진 길"임을 생각합니다.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추신: 은혜로운 침묵의 시간을 방해하건 아닌지요?

      기도 중에 빕겠습니다. 안녕

                   

            2001년 1월 11일  프란치스코 드림

 

우리 예수님도 사형수 되시어

사형을 당하셨지요...

하지만...

그 죽음이 있었기에

우리가 새 생명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대의 사형수들...

어느 누가 그들에게 돈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오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에 죄없는 사람이 먼저 저 사람을 돌로 쳐라"

우리가 어떻게 그들에게 손가락직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난 적어도 사람은 죽이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입니까?
생각없이 던진 말 한마디로...

나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음 속으로 죽이고 또 죽입니다..

어쩌면 오늘날의 사형수들은

우리가 짊어져야 할 댓가를

우리 대신 지고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참, 한가지 이야기 더 해드릴까요?

(사형수 이야기가 나오니 할 말이 많아지네요.^_^)

제가 알고 있던 미카엘이라는 사형수 형제가 있었지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21살에 사형선고를 받고

교도소에 들어와서 세례받고

7년 정도를 수감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답니다..

1996년 12월 30일.

28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사형을 당했지요..

그런데요,

그 형제님이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장기를 기증하고,

시신까지 기증하였답니다...

죽어서라도 주님을 닮고 싶다고...

 

그 형제님이 쓰시던 성무일도를

제가 지금까지 쓰고 있지요...

기도 때마다 항상 기억하며

’과연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 그 형제가

아마 지금은 회개한 탕자가 되어

회개한 베드로가 되어

아버지의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꺼예요..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그리고 다시는 죄를 짓지말라."

 

오늘 복음 말씀은 제 뒤통수를

또 다시 후려칩니다...

 

이제 사순 5주일

다음 주면 성주간입니다...

남은 시간동안이라도 좀더 치열하게 아파하며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가는 아픔이어야겠습니다.

또 다시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주님의 죽음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학교 앞 목련이

여린 꽃 한송이 피우려고 애를 씁니다.

우리 주님의 죽음...

그렇게 우리 마음 속에

고운 꽃 한송이 피워주실 것입니다.

 

우리 미카엘 형제님이나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사람들에게 고운 꽃을 피워주며

다시는 죄 짓지 않고 사는 모습이...

그렇게 회개하여 죽음을 맞이한 모습이

자꾸 마음에 밟히는 주일 아침입니다...

 

다시 시작입니다..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제까지 지난 일들은 보지 않고

오직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주님만을 바라보며

앞을 향하여 달려갈 뿐입니다...

희망입니다...

우리 주님 함께 계시기에...

난 참 행복합니다...

우리는 참 행복합니다...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다시는 죄짓지 말라."

 

사형수 형제님들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길어지네요..

나중에 제가 그들을 위해 일할 때

저 많이 도와주세요..

꼬옥~~~

 

 

사랑하는 나탈리아 선생님..

남은 사순시기 잘 보내시기를

기도 중에 함께 할께요...

저는 시험이랍니다...

한달동안...

잘 준비해야 하는데...

응원해주세요...

 

마음도(?) 이쁜 우리 선생님...

주님 사랑 안에서 함께 할 수 있어

오늘도 저는 작은 행복입니다...

많이 아파하는 사순되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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