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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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아이들과 함께 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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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델리아 [dellia] 쪽지 캡슐

2001-08-09 ㅣ No.23449

찬미 예수님!

 

방학이라 집에 돌아 온 아들이 9시 청소년 미사를 다녀 온 후 내게 말했다.

미사시간에 미사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 신부님이 미사 도중에 조용히 해 달라고 3번이나 말씀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한 30초가 지나면 여전히 속닥 속닥 거리고 장난 치는 통에 아들이 괜히 자기가 신부님께 민망해서 혼났다는 것이었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의 학교안에도 성당이 있어 매 주일 미사를 보는데 수 백명의 학생들이 -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 학생 모두 어찌나 경건하게 미사를 보는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학생들이 부르는 합창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오른 듯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여, 성당에 다녀오면 마치 아름다운 음악회나 천상의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온 그런 기분이 들어 그 날 하루종일 아침에 불렀던 성가를 흥얼 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야 미사의 의미를 이해 하는 구나 싶어 내심 기뻤지만

사실 불과 몇년전 까지만 해도 아들 요한이를 데리고 성당에 같이 가 미사보는 동안 한 너댓번은 아들의 옆구리를 꾹꾹 찔렀다.  

’바로 앉아....’

’강론 좀 열심히 들어...’

’몸 좀 흔들지 마...’

’그 핸드폰 좀 치워라....’

빠르고 그러나 작은 소리로 엄격하게 아들에게 잔소리를 해 대면 아들은 오만상을 다 찡그리면서 한숨을 푹 쉬곤 했다.  미사가 재미가 없다나?  재미로 미사 보냐?  돌아 오는 길에는 언제나 일장 훈계를 빼 먹지 않곤 했었는데, 아들이 이제 제가 했던 행동들은 잊어 버리고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미사를 드리게 되었으니 참으로 대견하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또 너무나 감명 깊게 미사의 아름다운 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작년에 영국의 아름다운 도시 에딘버러의 한 작은 교회에서 미사를 볼때 목격했던 일이다.  내가 갔던 그 성당은 아주 작은 규모의 고풍스러운 성당이었는데 11시 미사임에도 불구 하고 한 80여명의 작은 수의 신자들이 미사를 보았다. 성당 자체도 작아서 300명 정도가 모이면 가득 찰 정도의 작은 성당 규모라 한국의 엄청난 규모의 성당에 가득 메운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늘 미사를 보던 우리 부부는 처음엔 우리가 제대로 찾아 오기나 한 건가 싶어 내심 불안 했지만 분명히 로만 가톨릭 성당이라고 했기 때문에 일단 미사를 보기로 하였다.

미사가 시작되자 4살에서 일곱 여덟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 8명이 제대 이곳 저곳에 걸터 앉거나, 의자에 앉기 시작 하였고, 아니? 저 애들은 왜 저기 앉아 있는게야? 하고 의아 해 하는 중에 미사는 시작 되었고 미사 시간 내내 나는 아이들을 뚫어 져라 하고 한녀석 한녀석 모두 열심히 지켜 보았다.  강론 시간이 시작되고 신부님은 아이들과 다정히 인사를 하고, 꼬마들은 모두 신부님 안녕! 하면서 인사를 하였다.  강론이 끝나고 서로에게 축복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 신부님은 아이들 하나 하나를 꼭 안고 뺨에 키스를 해 주었고 아이들도 조그마한 손을 신부님 목을 꼭 감싸고 키스를 하였다.  그 광경이 어찌나 아름답고 눈물 겹던지 나도 모르게 옆에 있는 영국 사람들과 무작정 포옹과 뺨을 맞대고 축복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냥 악수만 하면 되지..... 라면서 불평하는 남편에게 당신은 남자니까 악수하고 나는 여자니까 키스하고..... 그렇게 대꾸 했다.  낯선 동양인이 성당에 온 것이 신기 했는지 먼 곳에 있던 사람들도 일부러 우리자리까지 걸어와서 인사를 하여 축복의 나눔 시간이 무척 길었다.  궂이 우리 때문만이 아니라,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서로 서로 축복을 나누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곳 저곳 옮겨가며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며

참으로 서로가 축복 받기를 기원하는 그 모습들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그 아름다운 미사내내 내가 진실로 감명 받았던 부분은 제대 앞에 걸터 앉아 미사를 보던 8명의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4살 5살에서 7-8살 정도면 징징 거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왔다 갔다하고 무척 산만 할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은 미사 시간 내내 성가도 열심히 따라 부르고, 그 고사리 같은 손을 한데 모아 기도도 열심히 하는 것 이었다.  나는 미사 시간 내내, 저 녀석들이 언제쯤이면 저 제대 앞에서 몸을 비틀고 소리를 지르고 해서 부모가 끌고 내려 오려나 하고 기다렸는데, 거, 참! 희한한 일도 다 있지.  고녀석들 모두 무사히 미사가 끝날때 까지 방긋 방긋 웃거나 때로는 작은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코를 후비거나, 제 부모와 눈을 맞추고 예쁘게 웃거나 할 뿐 모두 제가 앉은 자리를 잘 지키고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 하였다.  

 

외국의 성당에는 성당 한 쪽을 유리로 만들어 작은 소 성당에서 대 성당 미사 집전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설계 된 곳이 많다.  으례 아이가 너무 어려 미사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염려가 있다고 생각 되면 부모들 스스로가 아이들을 소성당으로 데리고 들어 간다.  그 곳에서도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 처럼 그렇게 소리지르거나, 난리를 피우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물론 왔다 갔다 하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자기들 끼리 노는 경우는 있어도 자기들끼리 소곤 소곤 거리면서 조용히 논다.  어른 들이 미사를 볼 시간동안 수녀님이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따로 모아 아예 교리 공부를 시키는 곳도 있다.  예수님 그림에 예쁘게 색칠도 하고 십자가도 만들면서 아이들은 자연 스럽게 성경 공부를 하거나, 성가를 배우고 미사 보는 예절도 그 곳에서 배운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크면, 부모들과 함께 대 성당에 들어와 함께 미사를 보는데 그 때 즈음이면 아이들 모두 미사를 아주 경건한 태도로 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 미사 시간 내내 조용한고 엄숙한 분위기로  보낼 수 있어 예수님과 진지한 대화도 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시간이 되는 것이다.

 

왜?  똑 같은 아이들인데 어떤 곳의 아이들은 조용하고, 어떤 곳의 아이들은 정신이 없을까?

나는 아직도 우리 나라의 그 무엇이 우리의 아이들을 그렇게 산만하게 변하게 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  숫자로 따지자면, 우리 한국의 가톨릭은 번창 일로에 있고 유럽이나 미국의 가톨릭은 쇠잔해 질대로 쇠잔해 있다.  부흥하고 성장하는 가톨릭의 세력을(?) 궂이 나이로 따지자면 우리 한국은 피끓는 청소년에 해당하고, 유럽을 비롯한 외국은 노쇠한 노인에 해당하는 탓일까?  성당이 너무 크고, 신자수가 너무 많아 미사 참석하는 숫자가 너무 많은 탓인가?  빨리 빨리 병에 병들어 미사도 대충 대충 빨리 빨리 보고 가족들과 맛있는 점심먹으로 가는 것에만 신경을 더 써서 그런가?  이것도 답이 안될것 같고 저것도 답이 안되는 것 같지만, 궂이 내 나름대로 답을 찾자면, 우리는 모두 성당 가는 일요일- 그것도 미사보는 1시간 정도만 자녀들에게 종교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그 아이들에게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무엇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평소에 소개하고 가르치는 시간이 아주 적다는 점을 들고 싶다.  우선, 나도 그랬지만, 아이들과 함께 성경을 읽고 가족 모두 모여 하루를 시작하고 끝맺으면서 기도를 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아이들이 하느님과 만나고 이해하는 것은 교리 시간뿐이고 일상 생활에서는 하느님을 느끼고 생각해 볼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여러가지 나올 수 있는 많은 답중의 하나인 나의 생각이고, 여러분들 께서는 또 다른 생각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외국 사람들은 가족 모두 함께 하는 종교 시간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같이 기도하고 같이 성경을 돌아 가면서 읽고 그리고, 무엇보다 성당의 분위기가 산만하지 않아 어렸을 때 부터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닐런지......

 

아이들이 떠들고, 심란하게 만드는 것은 꼭 성당안에서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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