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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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찾기 -우선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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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덕 [ITSJESUS] 쪽지 캡슐

2000-09-01 ㅣ No.1682

* 보물찾기 -우선덕 *

 

꿈이 아니길 바랐다. 이런 일은 어쩌다 꿈에서나 있는 일이니까. 걸음걸음 놓인 지폐를 줍는다든지, 땅을 파는데 백동전이 한 웅큼씩 나와 주머니가 무거워질 때까지 담는다든지…. 그녀는 지금 막 돈을 주웠다.

 

백동전도 구리돈도 아닌 시퍼렇게 살아있는 만원짜리 열한장의 하얀 봉투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돈이지?’ 그녀 자신이 끼어 놓았을 리는 없다. 그녀에겐 그렇게 한가하게 쉬고 있을 돈이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돈이며 누구의 소행이란 말인가?’ 남편밖에 없다. 남편이 만화 흉내를 내어 다른 주머니를 그곳에 숨겨 놓은 것이다. ‘비상금을?’ 아아, 나는 얼마나 절절매며 살아왔는가 말이다.

 

들통나지 않은 비상금에 남편은 흐흐흐 웃으며 매일매일 신나게 살 것이 틀림없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혹시? 가까운데 또 저런 돈이 있을지 몰라.’ 그녀는 장문을 와락 열고 철 지난 양복 주머니를 재빠른 솜씨로 훑어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달라? 삼만원의 거금이 윗도리 안주머니에서 해롱해롱 웃고 있었다. 그녀는 신이 난 듯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신혼여행 때의 핸드백도 열어 봤다. 알몸인 채로 돈 팔 만원이 기다렸다며 튀어 나왔다.

 

어쩜, 어쩜, 어쩜만을 연발하며 그녀는 서랍장을 뒤지고 반짇고리도 뒤졌다. 거기서는 돈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집안을 뒤지면 자꾸만 돈이 퐁퐁 튀어나올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혔다.

 

‘역시 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왜 꿈 속에서도 이게 꿈이야 하면서 또 꿈을 꾸곤 하잖아. 그이한테 이 많은 돈이 있을 수가 없어. 무슨 재주로 이런 돈을 만들어 놓았겠어.’ 한 달 남편의 용돈은 십오만원.

 

촌지 받을 일도 없는 작은 회사의 월급장이인 그에겐 근거 없는 돈이 생기지 않는다. ‘남들은 부수입이 더 많다는데 우리 농사나 지어요. 농사야 뿌린 만큼 거두고, 홍수에 태풍에 종잣값 못 건질 때도 있지만 열심히 일하고 날만 좋으면 심은 것보다 더 거두기도 하잖아요.

 

우린 뭔지 몰라. 후하게 점수 매겨 늘 평년작이니….’ 그건 정말 후한 점수였다. 가계부는 단 한 번도 흑자를 내보지 못했다. 내 집을 마련하려면 부부는 아직도 사년은 족히 배가 등에 닿도록 근검절약해야 할 처지였다.

 

그녀 혼자 힘겹게 살아온 것은 아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남편이 그 흔한 비빔밥 한 번 못 먹고 점심은 언제나 달걀도 얹지 않은 라면 한 그릇으로 때운다는 사실을. 적어도 그녀 앞에서 남편이 낭비나 소비로 호기를 부려본 적은 없었다.

 

더구나 아내 몰래 이십여만원의 거금을 숨겨 놓을 야비하고 음흉한 사람도 아니다. ‘꿈이라면 차라리 빨리 깨자. 내가 깜박 낮잠이 들었나봐.’ 그녀는 수도를 틀어 얼굴에 물을 적셨다.

 

‘웃긴다. 꿈속에서 세수를 하고 물도 차갑고, 거기다 전화벨까지….’ 그녀는 물묻은 손으로 전화를 받으며 계속 생각했다. ‘꿈인 줄 알면서도 전화를 받고. 아, 왜 이렇게 잠이 깨지 않을까?’

 

“여보” 송수화기 저편에서 남편이 불렀다. “왜요?” 그녀는 정말 몽롱해져 대답했다. “보물 다 찾았어?” “보물… 보물이 어디 있어요?” “당신 생일 축하해. 그런데 보물 못 찾았어?”

 

“생일? 보물?” “오늘이 당신 생일이잖아. 월급날 은행에 안 가봤구나. 당신 생일인데 해줄 게 있어야지. 그래서 월급을 온라인으로 안 넣고 현금으로 받아와 숨겨놨는데, 찾으면서 기뻐하라고 말야. 아직 못 찾았으면 이거 큰일이다. 편지함에도 넣어뒀다구! 당신 매일 거기 들여다 보잖아.”

 

여러집이 세들어 사니 편지함부터 가봐야 한다. 대문을 향해 달리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결코 돈이 보물일 리가 없다.

 

‘가난한 남편이여, 당신의 마음이 진짜 보물이랍니다.’

 

-http://sstory.com, 꿈꾸는 요셉, <낮은울타리>, 우선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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