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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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communion] 쪽지 캡슐

2002-06-23 ㅣ No.35328

전 안타깝게도 스페인전을 끝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특전 7시 미사 해설 때문에 성당에 가야 했거든요.

연장전이 시작되자마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다가..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윽.. 경기가 끝나면 붉은 물결이 거리를 덮칠(?)텐데..

차 막히기 전에 부지런히 성당에 가야겠다..

 

부랴부랴 일어나 버스를 타고 가면서..

벌 받았다.. 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심 6시 미사가 아니었던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었거든요.

낄낄.. 경기 끝나고 여유있게 7시 미사 가면 되겠다.. 불쌍한 6시 해설자..

이런 생각을 하며 연장까지 가지 않기를 학수고대했는데..

제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며.. 실망스럽게도(?)..

한국은 연장을 지나 승부차기까지 가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큰 용기로 결단을 내려 집 대문을 박차고 나가 버스를 탄 뒤..

차에서 내리고 나서야..

거리를 메운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구호소리..

그리고 요란한 음악소리와..

신들린 무당, 작두 타듯 펄펄 뛰는 붉은 옷의 물결을 보며..

비로소.. 아.. 우리가 이겼구나.. 실감할 수 있었답니다..

 

인파들을 이리저리 헤치고 성당에 다다를 무렵..

성당 언덕에서 두 손을 치켜 들고 환한 웃음으로 달음박질쳐 내려오는 복사단 녀석들을 보고..

그리고 성당 마당에서 붉은 옷을 입고 청년들과 악수하시고 계신 신부님을 뵙고..

저도 덩달아 마음이 들뜨더군요.

 

언뜻 보니..

6시 미사에 오신 신자분들은..

평소의 1/10도 안되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적은 인원이 특전 6시 미사에 오신 것은 처음이었지요.

한 서른분 정도 되셨을까요..

 

제의실로 들어가니 늘 온화하고 조용하기만 하셨던 수녀님께서 신부님과 하이파이브를 하시고 계시더군요.

옴마나.. 세상에.. 수녀님의 그렇게 상큼발랄(?)하신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지요.

그리고 이어.. 수녀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

베로니카.. 오늘 파견성가는 애국가로 하자..

 

평소와는 달리 6시 미사보다 7시 미사에 오신 분들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붉은 옷을 입으신 신자분들이 참으로 많으시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신자분들을 보며 든 생각은..

나야 하는 수 없이 왔다지만.. 모두들.. 어떻게 오늘같은 날, 그것도 지금 이 시각에 미사드릴 생각을 했을까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잖아요.. 주일에 미사가 얼마나 많습니까.

새벽부터 저녁까지 전국 어느 본당에서나 미사는 있을텐데요..

월드컵 4강 진출을 감사하는 의미에서의 미사 봉헌일까요..?

 

뭐.. 덕분에 오늘의 퇴장성가 멘트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4강 진출을 기념하며 퇴장성가 애국가, 애국가 2절까지 부르시겠습니다’ 였고..

모든 신자분들이 우렁차게 애국가를 열창해주셨습니다.

늘 조용하고 엄숙하기만 했던 미사가..

이렇게 감격스럽고 즐겁고 신명나긴 처음이었지요.

 

우리 대한민국..

3,4위전은 절대 안 됩니다.

우승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3,4위전은 또 다시 토요일이란 말씀입니다.

게다가 경기가 8시이니..

7시 특전미사 마치고 정리하면..

전 경기를 처음부터 볼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기필코 결승에 가야 하는 것입니다. (퍽! 이크.. 어디선가 축구공 날아왔다..)

 

그럼 결승전이 펼쳐지는 일요일 7시 미사 해설자는 어떻게 하냐구요?

헤헤.. 주일 7시 미사는 청년미사걸랑요..

그거야 뭐.. 다 주님의 뜻이죠..  ^^

그리고.. 3,4위전도 아니고 결승인데.. 청년들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0^

 

여하튼..

오늘 미사는 여러모로 아쉬운 것이 많았습니다.

미사 때 채 못한 말도 많았거든요.

자! 에브리바디.. 일~어나요, 함~께 해요. 짝짝 짝 짝짝 대~~한 민국..

하면서 양손 집게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며 방방 뛰고 오오오~~ 했어야 했는데..

그리고 시작 멘트도..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드디어 대한민국이 세계에 기상을 떨쳐 4강에 진출한 날입니다.’라고 했어야 헀는데..

성체 성가도 ’오~~ 필승 코리아..’로 불렀어야 했는데..

영성체 묵상 때 파도타기라도 한번 했어야 했는데..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집에 와서 뉴스를 보는데..

우리는 참 대단한 민족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스포츠가 아닌.. 주님의 이름으로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아무쪼록.. 결승까지 코리아팀이 승승장구하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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