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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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의 맷집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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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일 [bjohn] 쪽지 캡슐

2002-10-07 ㅣ No.39920

찬미 예수님

 

혹시 여러분 중에 현재 천주교의 위기에 대해 생각해 보시거나 말씀을 나누신 분 있는지요.

 

저는 약 3년 전에 명동성당에서 남성소공동체 1차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은 아니었죠 ^^ 솔직히 말하면 성령의 인도는 언감생심이고 본당 주임 신부님께서 따라주신 한 잔의 맥주가 저를 그곳에 참석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사흘 동안 남성소공동체를 끌어나가기 위한 기초 교육을 받은 셈이었는데, 지도신부님 말씀이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톨릭이 나아갈 방향은 소공동체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현재 우리 성당이 너무 비대해져 있다는 것이죠. 그 문제점은 여러분도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아니면, 저만 몰랐나요!)

 

그후 2년 반 동안 참 열심히 했습니다. 어느 때는 한 달에 세 번 까지 구역 형제님들과 모임을 갖기도 했습니다. 모임의 핵심은 성서 읽기와 묵상입니다. 성서에서 정해진 부분을 천천히 또박또박 세 번 읽고 거기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을 2-3 분 동안 묵상합니다. 그리고 나서 각 참석자가 자신이 잡아 묵상한 성서구절(명사 또는 동사로 이루어진 한두 단어)에 관한 느낌이나 체험을 이야기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이야기로 토론이나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냥 묵상한 그대로 말하고 또 말한 대로 듣는다는 겁니다.

 

저희 남성소공동체 모임은 네 개 지역으로 이루어진 일 개 구역으로, 각 지역의 구성원들은  40대 중반에서 70대까지, 보통 5,6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소공동체 모임의 핵심인 성서 묵상과 말씀 나누기가 참 희한한 것은 똑같은 내용에서 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자신의 경험과 묵상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눌한 말씀이라도 참석자들의 가슴에 깊게 와 닿습니다, 공감한다는 거죠. 따라서 이 모임에 고정적으로 참석하시는 형제님들은 이런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셔서 참석하시는 분으로, 절대 자매님들 등쌀에 참석하시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저녁 8시 경에 모임을 갖는데, 끝나면 보통 9시가 됩니다. 어떤 반모임에서는 이때부터가 진짜 모임이라고도 하는데 (레지오 단원들은 안다!) 저희는 정말 많아야 맥주 딱 한 캔이었습니다.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각자의 집에서 만날 때마다 주님과 함께 하는 자리인데 마지막 기분을 알코올로 적셔서는 안 된다는, 뭔가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 남성공동체를 지켜나가야 된다는 그런 자세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참석하셨던 고정 멤버 중에 한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분은 개신교에서 개종하신 분입니다. 처음 저희 반모임 참석할 때는 (저녁에) 다른 집에 피해주면 안 된다고 성서도 (기어이 불러야 한다면) 모기만한 소리로 부르자고 주장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말씀 나누기가 시작되니 대단한 성서지식으로 참석자들의 기를 죽여놓으시더군요. 보통 ’어디어디 몇 장’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다른 형제분들의 말에 주(註)를 답니다. 그러니 다른 분들도 몇 마디 말씀하시곤 그 분을 쳐다봅니다. 하지만 이 형제님도 나중에는 자신의 남다른 행동을 깨우치시곤 구역장님의 눈치를 보시더군요 (아, 그리운 이 바오로 형제님. 나이 값 하시는 우리 바오로 형제님!). 그러면서 자신의 종교 편력에 대해서 이야기하셨습니다. 뭐, 여기에서 그 분이 왜 개신교를 버렸냐 하는 것은 이야기 할 것 없겠고, 그 분이 가톨릭을 택하신 이유는 지금 이 굿뉴스 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과 비슷한 거였습니다. 관전자는 많으나, 매섭게 소리치는 분은 몇 명 되지 않는 곳. 그러나 널려 있는 지식과 지혜는 한 사람이 한 평생 알고자 하기에 너무 방만한 곳.

 

제가 굿뉴스 게시판에 정기적으로 들락날락거린 지는 오래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박용진같은 사람은 처음 봅니다. 그런데 또 다른 박용진이가 들어오네요. ’인간 완성’을 외치시는 분이야 게시판의 존재 이유에 맞게 처신하니깐 그런다고 하지만 이런 부류는 정말 참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왜 내가 믿는 하느님과 얘들이 믿는 하나님이 달라야 하나? 이유는 하나라고 봅니다. 맏형이 맏형 구실을 못 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웬만한 신흥종교나 사이비종교의 먹이감으로 가톨릭 만한 만만한 먹이가 없는 셈이죠.

 

굿뉴스 회원 여러분, 특히 형제 여러분, 소공동체를 지켜나갑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임하시는 곳, 바로 우리 소공동체를 더욱 굳건히 합시다. 우리의 소공동체가 바로 설 때 우리가 살고 우리 이웃이 함께 삽니다. 언제든지 여러분에게 소공동체 초대의 권유가 있을 때 기꺼이 참석하시길 빕니다. 우리가 우리 이웃의 형제, 자매에게서 주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박용진과 같은 신흥 종교 영업사원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 회사의 창업주라도 우리 소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가톨릭의 맷집은 소공동체로 키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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