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자유게시판

"저요,죽다 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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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남 [koserapina] 쪽지 캡슐

2003-06-11 ㅣ No.53297

 

오늘 아침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평일 아침미사에 참례하기는 참 오랫만이지 싶습니다.

사무실 출근하기 전에는 혹여 일 때문에 평일미사 한번 거르는 일이 있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느꼈었는데...

상황이 사람을 이리도 많이 변하게 하는구나 생각되네요.

 

우리 신부님께서 강론중에 어젯밤 꿈얘길 들려 주시면서,

꿈속의 자신에게 한가지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그건 다름아닌 하느님에 대한 완전한 신뢰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이 등장하는 아주 무서운 꿈이었데요.(키도 다 크신거 같은데.. 아직도 그런 꿈을  꾸시나?..^^)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서 몇번이나 되풀이해서 주모경, 영광송을 소리높여 외치며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은 물러가라!"는 둥..가톨릭 신자, 사제의 신분을 꿈속에서도 그대로 재현하셨다고 하시데요.

나중에는 그것도 통하지 않은 듯하여 사람살려 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인간적인 나약한 모습을 보였노라고...

 

그리고 드디어 꿈에서 깨셨고..

꿈속에서도 가톨릭신자 행세를 한 건 다행스럽고 좋았는데,

하느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만 있었어도

그토록 무서움에 떨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하고 아쉬움이 남으셨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신부님은 우리의 주님께 대한 신뢰를 강조하셨답니다.

 

 

근데 전 몇년 전에 꾼 제 꿈이 생각나서 성당을 나서면서

좀 지나치다 싶게 신부님을 보면서 웃었나 봐요.

 

"왜 그렇게 웃으세요?"

 

"아뇨. 그냥 신부님이 반가워서요..^^"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신부님, 제 꿈 얘기도 한번 들어보실래요?"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을 여기서나마 보따리 좀 풀려구요..^^

 

바로 그 꿈을 꾸었던 그 때,

아직 신영세자 딱지를 땐지 얼마 되지 않은 마음자리가 순수하고 고운 시절이었습니다.(이제와 생각하니 그렇다는 얘깁니당.)

운전면허 따고 시내연수 서너번도 채 하지 않은 성가대 형님의 고물차를 겁도 없이 얻어 탄 것이 화근이었죠.

보라매 공원 옆 롯데백화점 가는 길은 그야말로 지옥행이 따로 없었답니다.

일일이 여삼추.. 아니 일초가 여삼추와 같았다고 할까...ㅜㅜ  

제가 워떤 심정이었나 짐작이 가시는지 모르겄네요..

 

어차피 부딪쳐서 고물될 거 운전 잘 하게되면 새로 차 뽑는다고 굴린지 몇 십년은 족히 된 그 *차는 시동꺼지기 일쑤여서

여기저기 빵빵대는 클랙슨 소리에 주눅들고 기죽어 정신이 아득해지고..

정거장에 잘 멈춰서 있는 버스 옆구리에 끼이질 않나...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은 꿈도 못꾸어 멀리 떨어진 공원입구에 주차해 놓고 무거운 짐나르느라 땀 비질거리고...

 

으메~ 오는 길에 그날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으니,

 제 얘기 들어보시면 아실겁니다.

그러니께 왜 길가장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사람 정갱이는 들이받냐구요..

땅바닥에 코쳐박고 백배사죄에 빌고 빌어 기막혀하는 그 양반 겨우 진정시켜 놓고 ...

하이고~ ~ 이제 집에 다 왔나 부다..으메 죽다 살았......네....  "꽈당!!!"

집앞에서 커브돌다 전봇대에 흉터많은 고물차 코빼기 우거지상 만들어 놓고선

드디어 그 날의 지옥행 여정은 끝이 났습니다.

 

살아 돌아온 기념으로 짱구 이마에 혹 하나를 훈장으로 달고서는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그려!

 

근데 본론은 지금부텁니다.

바로 그날 밤 제 꿈얘기 말이예요.

 

흐미~~~  꿈에도 지긋지긋한 그 형님 차에 제가 또 타고 있지 뭡니까?

 워매.. 이 일을 워쩐다냐...ㅜㅜ

 

한강대교를 달리던 중 우려한 대로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다리난간을 힘차게 박차고 우리가 탄 그 꼬물 *차는 그대로 강물에 곤두박질치고...

`아, 이렇게 죽는구나!’  물이 차오르는 생생한 느낌....

 

그 와중에서도 전 침착하게 성호경을 긋고 두 손을 모은 채,

"오! 주님, 살아 생전 제가 지은 많은 죄 깊이 뉘우치오니, 다 용서하여 주시고 부디 제 영혼을 받아주소서..! 아멘!"

 

이렇게 기도하고 숨을 거두며 전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얼마 뒤 그 꿈얘기를 그 형님과 여러 교우들에게 들려 줄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 말씀이 가관인지라....

 "나 땜시 회개할 기회 한번 더 갖고 ...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 쓰것다."

 

"넹? 뭐시라고요..??"

 

백화점 가던 날, 옆좌석에 앉은 저만 사시나무 떨듯 벌벌떨고

운전대 콱 움켜잡은 그 형님의 침착하다 못해 철면피같은(너무 심한 표현인가?)  얼굴이 다시한번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시원한 빗줄기와 더불어 자꾸만 입가에 비어져 나오는 미소가 하루를 즐겁게 하네요...

그래서....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부족하나마 저의 얘기를 여기 게시판에 올려 봅니다.

 

기쁘고 복된 하루 되시기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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