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자유게시판

에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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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09-07 ㅣ No.56729

“에파타”!!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래서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었더니 보따리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을 내밀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이 병들고 그래서 꽉 막혔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면 나는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많은 은총과 사랑을 감사드리기 보다는 채워지지 않은 나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하느님을 원망한 적이 많았습니다.

 

 본당 교우들의 신앙과 삶을 먼저 생각하고, 교우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이 사제의 생활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주보를 보면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무금과 헌금의 액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늘 부족하지 않게 채워 주시고 돌보아 주시는데 인간적인 욕심에 겉으로 드러난 헌금과 교무금을 먼저 보게 됩니다. 아직 저의 마음이 주님께로 완전히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교구에 와서 구역장, 반장들을 위한 교육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강의내용을 충실히 준비하고, 그런 강의를 통해서 조금씩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보람을 느껴야 하는데 때로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에 참석하신 분들이 얼마나 기뻐하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몇 명이 참석했는지에 신경을 쓸 때가 많았습니다. 이 또한 제가 업적과 성과에 치중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듣기 좋고 마음 편안한 이야기를 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적극적으로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진심 어린 마음으로 비판의 이야기를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또한 잘못된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해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전에 있었던 잘못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난 일들의 시시비비를 이야기 해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과연 나의 마음이 모든 이에게 똑같이 열려 있었나! 돌아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에파타”라고 말씀하십니다. “열려라!”라는 뜻입니다.

 북한의 대학생들이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미녀 응원단들이 ‘조국은 하나, 우리 민족 우리끼리, 조국 통일’등의 구호를 외치며 열띤 응원을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향하여 굳게 닫혔던 문을 열려고 합니다. 이제 그 열린 문틈으로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만남을 이루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예술과 문화 스포츠가 만남을 이루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경제인들이 만남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도가 연결되고, 금강산도 가고, 평양도 가고 그런 날들이 오고 있습니다.

 

 언제인가 남과 북을 굳게 가로막고 있는 저 군사 분계선의 철책들도 모두 무너지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사막에 샘이 쏟아 나듯이, 늑대와 양이 어울려 춤을 추듯이 이제 남 누리 북 누리가 한데 어울려 신명나게 한판 놀아보는 날도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꿈도 가져 봅니다.

꽁꽁 얼어 찬바람이 몰아치는 정치인들의  마음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 활짝 열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보수 단체 진보 단체가 손을 잡고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우리 민족의 앞날을, 우리 민족의 통일을 진지하게 토의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노조와 고용주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양보하고 신뢰 할 수 있기를...

 

 

 이제 이곳에도 주님의 그 말씀 “에파타”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오해와 불신, 분노와 미움으로 닫혔던 문들이 있다면 활짝 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타인의 작은 실수는 아량과 관대함으로 이해하고 그래서 너그럽게 용서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실수와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겸손하게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그런 열린 마음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외국 사람들과 함께 지낼 기회가 있었습니다. 16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감정과 삶을 이야기 합니다.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신앙 안에서 하나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살아갈 때, 언어의 벽도, 이념의 벽도, 민족의 벽도 넘어 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의 주님이신 영광의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들을 차별 대우하지 마십시오.”(야고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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