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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위원의 추기경 비판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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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효응 [hidnam] 쪽지 캡슐

2004-02-05 ㅣ No.61136

손석춘 위원의 편향을 경계한다

 

- 한나라당 중앙위원 남효응

 

최근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손석춘씨가 오마이뉴스의 칼럼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에 대하여 비판을 가한 것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추기경의 발언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손석춘씨가 이슈화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과잉 반응하지 않았나,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의 발언과 어휘선택이 문제가 아니라 추기경의 발언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세력이 진정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더구나, 우리 사회가 몇 분 남지 않은 원로 지도자에 대한 예우마저 하지 않으려 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것 같아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손석춘 논설위원이 추기경의 몇 가지 발언을 문제삼아 비판하였는데 추기경 발언의 옳고 그름을 말하기 전에, 그리고 손석춘 위원의 비판 내용이 적절하였는지를 말하기 전에, 과연 손석춘 위원이 김수환 추기경을 비판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하였던 것인지 그 순수성에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손석춘 위원의 추기경 공개비판 이후 각 정당과 언론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는데, 이 것이 기실 손석춘 위원이 원래 의도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논쟁이 심화될수록 어느 쪽의 의견이 옳으냐에 상관없이 실제 문제의 출발점이 되었던 추기경의 발언과 추기경이 도마 위에 올려져 칼질을 당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었던 추기경의 권위는 상당히 훼손 당하게 될 것이란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면 추기경의 권위를 훼손시켜 이익을 볼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 것이 바로 손석춘 위원의 추기경 비판 의도이자 목적이 아니었겠나 생각해 본다.

 

정동영 의장이 명동성당으로 추기경을 예방했을 때에 추기경이 했던 말들을 되짚어 보면 우리는 보다 빨리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손위원이 골라내서 비판한 추기경의 발언 외에 나머지 추기경의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향한 쓴소리였다. 이 것은 노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 그리고 그 추종자들에게는 매우 곤혹스런 일이었으리라고 쉽게 추측이 간다. 천주교 신자, 비신자를 떠나 사회의 원로로 추앙받는 추기경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 듣기에 따라 매우 강도 높은 비판을 하였고,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으며, 이러한 추기경의 발언이 국민들의 술자리나 식사자리에서 주요한 대화의 주제 중 하나로 등장하였다. 추기경의 발언을 인용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에는 상당한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고, 시쳇말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당연히 그 비판의 당사자들에게는 추기경의 존재가 눈에 가시같은 존재로 비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인식에 근거해 보면 ’추기경’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의 ’주적’ 개념으로 바뀌게 되고, 또한 손석춘 위원의 표현을 빌면 추기경의 정치적 발언이 ’민족의 내일에 걸림돌’이라기 보다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의 내일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추기경의 노대통령 관련 발언이나 열린우리당 관련 발언을 직접 문제 삼기에는 도저히 그 뒷감당에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점을 고심하던 손위원은 추기경의 발언 중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하였고, 이를 문제 삼아 추기경을 비판하고 추기경의 권위를 떨어뜨리며, 종국적으로 추기경의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희석시키고 무력화하기 위해 회심의 칼을 빼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역공의 거센 화살을 피하기 위해 ’추기경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추기경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라며 예봉을 피해가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나는 손위원에게 묻고 싶다. 손위원이 진정 문제삼고 싶었던 것은 추기경의 ’주적’, ’반미친북’ 등의 발언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듣기 싫은 고언이 아니었는지···. 전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이 반 노무현, 반 열린우리당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 판단, 추기경의 권위에 흠집을 내기 위해 비판의 칼을 빼든 것이 비판의 실제 목적이 아닌지 묻고 싶다. 아울러 순수하지 못한 목표를 갖고 누군가의 약점을 집요하게 찾으려 하면 누구든 그 꼬투리가 나오게 마련이고, 그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기 시작하면 비판은 결국 동네 아이들의 말꼬리잡기 싸움과 별반 차이 없는 뒷골목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물론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 몇 신문들 역시, 기사와 사설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을 되짚으면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거나 사실을 일부 호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손위원의 비판도 순수언론인으로서 사심없고 순수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공인인 언론인이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편가르기를 유발하는 비판을 깊은 사려없이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 생각한다.

 

손석춘씨에 따르면, 조선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의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를 묻는 설문의 결과를 확대 해석하여 왜곡하였으며, 그로 인해 김수환 추기경의 가치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였다. 그럼 되물어보자. 손석춘 위원도 조선일보 기사로 인해 가치판단에 영향을 받았는지, 아니면 손석춘 위원은 조선일보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데, 추기경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인지.

 

리서치의 결과가 ’미국이 주적(主敵)’이라는 해석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에는 무리가 있으나, 반미감정의 심화가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러한 리서치 결과가 보여주는 분위기, 반미감정이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는 현 시기의 분위기를 우려하는 취지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이고, 반(反), 친(親)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유발하여 해묵은 이념분쟁을 일으키고자 한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정치인이 아니다. 한발 멀리 떨어져서 시국을 바라보고 뼈있는 한마디 던지는 역할을 지금까지 해왔으며, 또 할 자격이 있는 국가원로이다. 혹 문장 자체에서 어휘선택이 적절치 못했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그 발언의 본질적인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손석춘씨가 걱정해주는 것과는 다르게 대중들은 균형있게 매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반미감정 못지 않게 신문 독과점 3사에 대한 반감도 가지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대중들은 인터넷혁명에 힘입어 다양한 언론매체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조중동 언론3사에 의한 일방적인 여론장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손씨가 굳이 인신공격성 표현을 써가면서 김수환 추기경을 깎아 내리지 않아도, ’김수환 추기경의 정치적 발언이 민족의 내일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손석춘씨가 쓴 칼럼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과장되었다는 것도 자세한 근거를 들어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어렵다. 그가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분히 사적인 평가에 대해서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다만 언론인으로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존경받는 국가원로를 폄훼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 역시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이나 정당간에 국가원로의 우려 섞인 발언을 문제삼고 서로를 공격하는 것은 그만두었으면 한다. 존경받을만한 국가원로가 언론사와 정당간의 정쟁에 이용되어 상처를 입게 되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추기경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 민족의 앞날을 걱정한 이유이던지, 혹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자행된 것이던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손위원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김 추기경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디 심사숙고한 뒤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2004. 2. 5

남 효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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