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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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박홍 신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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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4-03-22 ㅣ No.63844

 

나도 박홍 신부를 온전한 사제로 보지 않습니다.

그가 사제품을 유지하고 있으니 신부로 부르기는 하지만, 오래 전부터 정상적인 사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우리 한국교회의 참으로 부끄러운 부분입니다.

 

정의구현 사제들에게는 신부고 뭐고 없던 자들이 박홍 신부를 빌미로 사제에 대한 존경심을 혼자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떠드는 것이 참 가관이군요.  

 

제가 1994년 <한겨레신문>에 썼던 글을 소개합니다.

 

 

 

 □작가 지요하씨가 박홍 총장에게 보내는 글

 

 

 신부님에게서 냉전 세력 선봉장 느낌을…

 

 

 오래 망설이다 이 글을 씁니다. 천주교 신자인 저로서는 신부님은 모두 사랑과 감사와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박홍 신부님을 볼 때마다 신부님의 로만 칼라가 안타깝게 느껴지곤 합니다.

 

 먼저 지난 91년 김기설씨 사망 이후 벌어진 분신 사태 때 신부님이 "재야에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한 발언은 지금도 진의를 헤아릴 길이 없고, 가톨릭 사제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도 여전히 큰 의문입니다.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가볍게 보는 그 역설과 진정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광기로 치부한 듯한 박 신부님의 그 발언에는 사제로서의 아픈 고뇌와 인간적인 안타까움 대신에 도리어 살벌함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에 신부님은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학생 운동의 배후에 김정일이 있다."고 한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신부님이 대통령에게 너무 쉽게 용두 사미가 되고만 ’개혁’에 대해서, 문민 정권의 참된 방향에 대해서 얼마나 허심 탄회한 말을 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문민’이 곧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 속에서, 문민의 시대를 연 김영삼 대통령이 우왕좌왕하며 임기 5년의 관리에만 급급하지 않고 50년의 미래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대통령이기를 소망한 그 ’과욕’ 때문에 시름이 많은 저로서는 사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알고 싶은 사항이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근거를 가지지 못한 신부님의 발언과 주장들을 살피면서, 신부님의 투사적인 모습에서 가톨릭 사제로서의 냉철함보다는 냉전 세력의 선봉장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의 그런 역할에서 제가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을 거머쥐고 있는 냉전 세력의 엄청난 ’집단 히스테리’였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 세력’이란 말은 과분한 표현이고, 기득권에 바탕한 냉전 세력일 뿐인 그들의 실체와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말미암아, 그런 면으로는 박 신부님의 돌발적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신부님! 자신의 기득권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일부 냉전 세력이 50년 뒤까지 이 나라를 주무르며 떠메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만이 중요할 뿐 미래의 후손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민족의 화해 없이, 화해의 노력 없이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겠습니까.

 

 소매 걷어붙인 대학 총장으로서의 모습보다는 기도하는 가톨릭 사제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기득권 세력과 왜곡된 여론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님 시대의 상황적 의미를 오늘 다시 되새겨보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용서와 화해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

 

                                                  (1994년 <한겨레신문>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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