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자유게시판

잘가시오. 도마형제. 방상복 신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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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8-12-30 ㅣ No.129084

 

종교의 벽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베푸시는 방상복 대건안드레아 신부님께서 그간 유무상통 실버타운에서 노인들 수발을 하시던 부목사님 대신에 신성구 도마형제에게 그 일을 맡기셨다는 소식을 인편에 들은 것이 한 40여일 전 일인 것 같다.

도마형제가 그간 여러 차례 식당을 운영하다가 결국 문을 닫은 딱한 사연을  들으시고 인정이 많으신 방신부님께서 그를 받아들이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소식을 접한 순간, 나 자신도 이해가 안 되는 묘한 불안감 같은 게 느껴져서 나는 먼저 방신부님께 메일을 써서 보냈다.

“..중략...곤한 신성구도마를 받아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중략)...한량없는 신부님의 큰사랑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만 도마가 만의 하나 신부님께 누를 끼쳐서 혹시나 신부님께 실망을 드리지나 않을지 자꾸만 조심스런 마음이 드는 군요. 방 신부님을 존경하고 또한 도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어느 한쪽도 마음에 상처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겠기에 버릇없이 드리는 말씀입니다...(중략)”

그러고는 곧장 신성구도마에게도 굿뉴스 쪽지를 이용해 다음과 같은 글을 보냈다.

“...(중략)...도마형제, 유무상통에 간 이상 방 신부님을 잘 보필해 드려요. 이제는 유무상통 소속직원이라 생각하고 방 신부님을 멀리서 간혹 뵙던 신부님으로 여기지 말아요. 만의 하나 신부님께서 예전과 달리 때에 따라서 심한 질책을 하시더라도 이제는 내 식구다 여기시고 미덥다고 그러시는 것이니까 서운히 여기지 말고 잘 참고 견디면서 도마형제가 그곳에 계시는 노인들을 진심으로 돌봐드리다 보면 좋은 일을 하면서 얻는 보람 또한 클 것이오.....(중략)...”

 

내 나이가 많아서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일까, 아니면 내 바지가랑이 앞섶이 너무 넓어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런 메일을 드리고 왜 그런 쪽지를 보냈는지 보내놓고 나서 약간은 후회스럽기도 했다.


어제 남희경 레오한테서 도마형제의 부음을 듣는 순간 앞뒤가 가려지지 않았다.

평일인데 유무상통에 있어야 할 도마가 어째서 명동성당에서 하는 순교자현양위원회 소속 성지봉사자 모임에서 변을 당했다는 말인가! 내막을 아는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죄 없는 레오만 비록 핸폰이었지만 내게 큰소리로 당했다.

“뭘 좀 알아보고 얘기해 양반아! 도마가 거길 왜 가? 도마는 지금 유무상통에 가 있을 텐데...?”

도마가 유무상통에 가 있는 것을 레오가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줄로만 알 정도로,

신성구 도마의 죽음은 너무나 의외였고 또한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신체 건장하고, 화색 좋은 얼굴에는 늘 미소가 잔잔히 흐르고.....

마치 계속 웃고 있는 화회탈을 연상케 하는 도마가 갑자기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전혀 상상조차 해 본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떠났다. 우리 곁에서 영영...다시는 세상에서 그를 볼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허망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순교자현양 봉사자로 함께 일하며 도마의 마지막순간을 지켜본 이영주 리드비나 자매님을 통해 들어보니 서울에 있는 절두산, 새남터 등 5개 성지를 항상 둘러 살피며 간혹 단체로 성지를 방문하겠다는 신청이 들어오면 봉사자들이 현장에 나가서 방문자들을 안내해주고 성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서울대교구 소속 봉사자 모임을 명동성당에서 하고나서, 팀대화 겸 몇명이서 커피를 마시던 중 갑자기 쓰러져 회원들과 119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하면서 구급차에 실려 백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강남성모병원으로 결국 소생치 못하고 영영 눈을 감았다고 한다.

 

결국 방정맞은 내 불안이 현실화되고 말았다. 우려했던 바 대로 도마는 본의 아니게 방 신부님께 큰 누를 끼치고 말았다.

겨우 한달을 근무 했나, 도마가 다른 일도 아니고 천주교봉사자모임에 간다고 하니

방신부님께서는 다녀오라고 허락을 하셨을 테고 결국 그는 유무상통마을로 다시 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내 억장이 무너지는데 방 신부님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

겨우 얼굴이 익어가는 때에, 새 식구로 맞이한 사람에 대한 새로운 정을 주며 가꾸어보려 했는데 오자마자 이런 변을 당해 그가 그만 세상을 떠났으니......

 

엊그제 방신부님을 찾아 뵌 한상기 프란치스코님 말씀을 들어보니 방 신부님께서는 금년 대학에 입학하는 도마 아들의 대학입학등록금까지 신경 쓰시는 듯 하시다니 참말로 신부님께 염치가 없고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가없는 방 신부님 그 크신 사랑을 작은 그릇인 내 부족한 머리로 어찌 헤아리랴?

오로지 그분을 도구로 쓰신 아빠 아버지 하느님만이 아시고 그분에게 복을 주시리라 굳게 믿는다.

 

오늘 오후 3시에 있은 연미사에는 방신부님이 운영하시는 복지법인 식구들 20여명, 순교자현양위원회 성지봉사자 일동, 그리고 굿자만사 회원 24명이 참석하여 강남성모병원 2층 성당을 가득 채웠다. 

 

세상에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더니 왜 나보다 훨씬 젊고 잘 생기고 아까운 이들이 나보다 먼저 갈까?

굿자만사에 나가면서 3번째로 맞는 이별인데 모두가 착하고 잘 생긴이들만 먼저 갔다. 

지막시모 처제 요안나님부터, 조성봉 미카엘에 이어 이번엔 신성구 도마까지.......

모두가 나보다 훨씬 젊고 착한 사람들이 나이 많고 죄 많은 나보다 앞서 갔다는 공통점 앞에 갑자기 내 자신이 숙연해졌다.

“나는 지은 죄가 많아 보속을 더하고 오라고 그러시는 것 같애. 왜 나보다 착한 사람들만 먼저 가냐고?” 어제 사고현장에서 따라와서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워 눈까지 충혈된 이영주리드비나님한테 그 말을 했더니

“그럼 저도 지은 죄가 많아서 안 데려가시나 보지요?” 하기에 입을 다물었지만

“지난번 조성봉 미카엘 상을 당했을 때는 박영호 안드레아님이 남자천사였고, 이번에는 이영주 리드비나님이 여자천사로 고생하신다”는 말씀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


도마형제. 이왕 세상 버린 길, 그대 하늘 길로 훨훨 잘 가시오.

먼저 가서 자리맡아 놓고 계시오.

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살지 나 역시도 모르지만

내 사는 동안 내 죄 기워 갚으면서 그대 따라 가도록 열심히 노력하며 살리다.

주님 품에 편히 쉬시오. 우리 다시 만날 때 까지. 우리 다시 만날 때 까지.


존경하는 방신부님.

망자 신성구 도마의 삶의 끝자락을 신부님께서 맡아 주시어 그가 삶의 곤궁함에서 벗어나 노인분들 곁에서 그분들을 돌보는 마지막 보람을 맛보고 떠나게 해주시어 정말로 감사 합니다.

더구나 겨우 한달도 채 못 채운 그를 직원처럼 돌보셔서 신부님께서 제일먼저 관계자들과 더불어 연도를 다녀가시고 또한 오로지 노인종합복지법인 식구들이 모두 장례식장에 와서 물심양면으로 내 일처럼 돕는 것을 보면서 방 신부님의 그 크신 사랑에 다시 한번 눈물을 머금습니다.

고맙습니다. 방 신부님. 

 

아빠 아버지, 우리 하느님.  신성구도마를 받아주소서.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신성구 도마에게 비춰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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