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자유게시판

저는 신부도 도인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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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규 [mugeoul] 쪽지 캡슐

2000-12-29 ㅣ No.16324

제 자신을 소개드리지 않아 여러분에게 혼란스러움을 안겨준

제 불찰을 사과드립니다.

황미숙님, 정베드로님, 서상식님 등등! 정말 죄송합니다.

 

또한 제 자신 모르게 조금은 지나치게 보였다는 글들로

제임스님을 비롯한 여러분께

아픔을 드렸다면 따스한 마음의 이해를 구합니다.

 

저는 신부도 도인도 아닙니다.

그저 평범하게 부산에서 살고 있는 평신도입니다.

 

따라서 하필이면 저와 동명이인이신 마산교구의 정중규 신부님께는

본의 아니게 너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하기야 제 자신 사제 성소에 오래 전부터 뜻을 두고 있었으니

여러분의 말씀이 완전히 틀렸다고도 할 수 없겠습니다.

저는 소아마비 장애을 입고 사는 휠체어 장애인으로

장애인을 위하여 사목을 하고 싶어 사제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이루어 지리라 믿고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마음으로 나마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저는 도인처럼 살고 있지도 않습니다.

단지 앞에서 말했듯 제 자신 그러한 뜻을 품고 있다보니

하느님과 하느님에 대한 것들에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고

그를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스도교 영성과 신학에 대한 저의 관심은

단순히 학문적 취미가 아니라

제 삶 자체에 관련되어 이루어 진 것입니다.

따라서 그 어떤 주관적인 관점이 짙을 수밖에도 없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지난 한 달간 이 가톨릭 굿뉴스 게시판에서의

여러분과의 좋은 만남은 참으로 뜻깊기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즐겁고 고맙기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릴 것은

우리 교회가 저와 같은 장애인들을 비롯하여     

소외계층에게 보다 더 깊은 관심과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따스한 배려를 해 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저의 꿈은 우선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언제든지

성당에 나올 수 있도록

휠체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같은 편의시설이 완비되었으면 하는 것이고,

동시에 이들이 단순하게 특별한 수혜적 대상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교회 내 모든 모임에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면서

그리스도의 복음과 삶을 나누고 살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이루어 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특별한 환경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대개 장애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것들입니다.

누구의 말대로 우리 나라는

거리에서도 장애인들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성당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것은 우리 나라에 무슨 장애인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거리나 성당에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대다수의 장애인들이 집에서만 꼼짝않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정이 들려면 우선은 어떤 기회로든 자주 만나야 합니다.

그런 기회를 교회공동체가 참으로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다시금 여러분의 관심에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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