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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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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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회 [kaglara] 쪽지 캡슐

2010-07-03 ㅣ No.157068

 
 
오랜만에 글 하나 올립니다.
일전에 올린 <지요하 작가의 ‘일상성의 문제’>는 제 글이 아니었고요.

오늘 주말을 맞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조카아이가 집에 왔습니다.
지난 2005년 말 엄마를 잃은 이후 줄곧 큰집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초 고교생이 되면서부터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이인데요, 아이가 주말에는 꼭꼭 큰집을 온답니다. 주말을 큰집에서 지내기도 하고, 혼자 생활하는 아빠의 쓸쓸함을 생각해서 큰집에서 저녁만 먹고 잠은 아빠 집에 가서 자기도 하고 그러지요.

저는 일주일 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는 큰집에 오는 조카아이(지규왕/시몬)를 생각해서 주말 나들이도 자제하고 아이에게 맛있는 것도 만들어주고 세탁물도 챙겨주고 저 나름대로 신경을 쓴답니다.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늘 미흡한 것을 느끼곤 하지요. 큰엄마가 아무리 잘해준다 해도 제 엄마만 하겠어요?

한 가지 고맙고 다행인 것은 아이가 큰엄마와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거랍니다. 아이는 아빠나 큰아빠보다 큰엄마와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마음 편해 합니다. 사회문제라든가 정치문제 같은 성격의 대화는 큰아빠와 더 많이 하지만(큰아빠에게서 감동을 많이 받는 눈치이지만) 다른 소소한 일들은 모두 큰엄마에게 얘기하고 의논을 하고 한답니다.    

오늘은 아이가 집에 들어오면서 “큰엄마, 저 이번 기말시험 잘 봤어요. 어쩌면 우리 반에서 일등을 먹을지도 몰라요.”라며 자랑을 하더군요. 수학문제는 다 맞았고,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도 일등급이 나올 것 같다며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이어서 곱빼기로 칭찬을 해주었지요.

상으로 맛있는 걸 해주겠다고 하고, 뭘 먹고 싶으냐고 하니까 겨우 돼지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녁때 큰아빠와 함께 시장을 보면서 돼지삼겹살을 세 근이나 사다가 일터에서 돌아온 아이아빠도 오게 해서 집에서 푸짐하게 돼지삼겹살 파티(?)를 했답니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에 엄마를 잃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자라준(잘 자라고 있는) 올해 고2인 조카아이가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한지 모릅니다. 사춘기도 큰 문제없이 잘 넘어가준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 한량없답니다.

바른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며, 장래의 포부와 꿈을 가지고 씩씩하게 생활하는 아이에게 요즘은 그저 격려하고 또 격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는 조카아이의 입에서 색다른 말이 나왔답니다. 학교에서 큰아빠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시’들을 집중적으로 읽었는데, 동학혁명에 관한 시를 읽으며 충격과 같은 큰 감동을 먹었다는 말을 하더군요.

아이가 큰아빠의 책도 읽고 인터넷 글들도 더러 읽는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시 한 편을 입에 올리며 감동 먹었다고 하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아이의 그 말에 큰아빠는 의기양양 기고만장 싱글벙글하는데,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참에 조카아이가 감동 먹었다는 큰 아빠의 동학혁명 관련 시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좀 조심스럽긴 하네요. 이런 일에도 ‘자가 선전’이라고 폄훼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주저되긴 합니다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속담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어봅니다.

불원간 일전에 올린 <지요하 작가의 ‘일상성의 문제’>에 관련하는 재미있는(?) 글을 하나 써서 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작가를 작가라고 부르는 것에도 시비를 하는 분이 계시니 좀 불편한 일이긴 할 터입니다만….

(일전에 올린 <지요하 작가의 ‘일상성의 문제’>에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동학혁명군추모탑 앞에서
 

  그대, 동학의 웅혼한 넋이여
  잠들었던 오천 년의 당찬 깨어남이여
  어두웠던 겨레의 어기찬 떨침이여
 
  허전하고 썰렁했던 오천 년의 역사
  백성은 있었으되 민중은 없었던
  질기고 오랜 암울의 세월
  천지개벽은 하늘의 뜻이로되
  무심한 하늘이 귀천의 팔자만을 나눠주던
  거대한 사슬의 강
  그 도도한 강물에 속절없이 떠밀려온
  엄혹한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마침내 떨쳐 일어난 그대여
  지난 오천 년의 역사를 환히 비추고
  새로운 세기를 힘차게 잡아 이끌던
  그대, 진정한 여명이여
 
  몸은 비록 갈가리 찢기고 땅에 묻혔어도
  하늘과 땅을 밝히는 여명으로 남아
  민족정기의 탑을 세우고
  민중의 가슴에
  희망과 자존심의 얼을 심었느니
 
  그대, 동학의 웅혼한 넋이여
  길이길이 우리 곁에 머물며
  끊임없이 민중의 가슴불 지피는
  고결한 순백의 옷자락
  영원한 바람 되소서!                      

  
(1998 <태안문학>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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