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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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콩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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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 [annajeonga] 쪽지 캡슐

2013-09-23 ㅣ No.11357

그저께는 하나밖에 없는 우리 서방님 생일이라서 일전에 보고서도 온 가족이 또 한번 뭉쳤다. 여섯 살이나 아래인데다 내 남동생 둘보다 더 어려서 그냥 친동생처럼 허물없이 지낸다. "형수, 그냥 맨손으로 오시면 안 되는 거 잘 아시지요?" 하기에 짐짓 "잘 몰르것는디!" 해 놓고는 조카들을 유난히 이뻐하는 지라 우리 아들 녀석들이 빠질 세라 다지고 챙겨서들 함께 자리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자기 여동생이며 조카며느리며 종손들이 건네는 선물에 든 편지들을 큰소리로 읽어 갔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라거나 새댁 때부터 일편단심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하다느니, 사랑하고 존경한다느니, 같이 재밌게 놀아주셔서 좋다는 둥 소소한 정이 듬뿍 밴 글에 뭉클해졌다.

그러자 막내 해인이가 개발새발 써 온 지 편지를 또박또박 읽어 나갔다. "작은할아버지, 설날이랑 만날 때마다 용돈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공무원인지 알 게 뭬야) 용돈을 더 많이많이 주세요! 그리고 하나 물어 볼 것이 있어요. 작은할아버지는 키가 작아서 작은할아버지신가요?" 이 대목에서 좌중이 그냥 쓰러져 버렸다.

파안대소하던 서방님이 "자알 나가다가 이 좋은 생일날에 이렇게나 큰 펀치를 손녀딸한테서 맞다니... 해인아, 작은할아버지가 졌다. 졌어!" 하고 페닉 상태가 되자, 남편 요한이 얼른 자기 동생 구원투수가 돼 줬다. "우리 동생은 그래도 헐리우드 스타 '리차드 기어'를 닮았다고!" 남편의 콩깍지에 거실이 멘붕이 되고 말았다. 그는 서방님 가족 넷이서 활짝 웃으며 찍은 커다란 걸개사진과 실물을 가리키며 거품을 물었다.

인터넷으로 '리차드 기어'를 조회했더니 두 해 전에 모델 출신 미녀 배우 부인과, 잘 생긴 아들과 함께, 잠실야구장에서 담소하는 스냅 속에서, 자기만 가진 유니크한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180인 그와 166 정도인 우리 서방님이랑 키 차이만 빼면 너무도 닮았네 뭐!

 

'아니, 부부 간이라고 콩깍지마저 전염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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