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자유게시판

0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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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2-08-24 ㅣ No.225749

 

 

세월 속에 묻힌 진품을 발굴해 감정가를 매기는 'TV쇼 진품명품' 프로가 있습니다.

지난 2019811일에는 1944년 전후 작성된 회고록 한 점이 출품되었습니다.

원고지가 아닌 계산서 같은 용지에 깨알같이 기록된 건 당시 상황의 일기였습니다.

 

얼핏 초라해 보이는 이 회고록을 출품한 사람은 회고록 주인의 증손자였고,

그는 희망 감정가로 수줍어하면서 10815원을 적어서 내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감정가는 모두를 더욱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0' 이었습니다.

 

전광판에 나온 '0'이라는 글씨는 회고록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고 걸 말합니다.

감정가에 모두가 다 당황해했으나 담당 감정 전문가는 결연하게 말했습니다.

 

"비록 낡고 때 묻은 용지에 기록된 이 일기는 한 사람의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나라 잃은 많은 애국자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을 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분들 행적을 감히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해 감정가를 매길 수 없었습니다."

 

이 회고록은 일제 강점기 만주 지역 항일 무장투쟁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규채 선생님이 자필로 적은 자연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규채 연보'였습니다.

 

이규채 선생 증손자 이상옥 씨가 회고록의 감정가를 100,815원을 적어낸 이유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8.15 광복절을 의미하는 숫자 조합이랍니다.

 

여기에는 19329월 만주에서 펼쳐진 독립군과 중국군의 합동 작전이 있는데,

쌍성보 전투'는 만주를 침략한 일제에 양국이 공동으로 맞서 승리한 전투입니다.

또한 이 회고록에는 독립운동가의 당시 상황을 언급한 재판기록도 담겨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런 피눈물 나는 서러운 내용이 깨알같이 담긴 회고록을

그 어떤 전문가라도 감히 가격을 매기는 일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특히 이 연보의 마지막에는 독립운동과 투옥으로 헤어져 살아야 했던

가족들에 대한 미안하고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한 슬픈 구절이 있습니다.

 

"아내가 우리 집안으로 시집온 지는 26년이 되었다.

나와 멀리 헤어지고서 두 아들과 한 딸을 거느리고 살았다.

내 아내는 몸 의탁할 친척은 물론 생활을 도와줄 만한 친구도 없었다.

초근목피로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것은 하루 이틀에 불과할 뿐이었다.

더구나 다섯 살 애가 수시로 밥 달라는 울음엔 오히려 빈 젖 물려 달랠 수 있지만,

조금 지각 있는 여덟 살 아이가 배고프다고 울어대는 것은 차마 들을 수 없었다."

 

슬픔에 감정이 치솟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지금 우리가 주권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신

이름도 빛도 없이 싸워주신 그분들 희생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신채호 선생님이 주신 말씀입니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역사가 많은 민족입니다.

독립 운동가 후손이 적어낸 희망 감정가 10815(100,815)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전문 감정가님이 전광판에다 새긴 그 ’0원의 가치를 꼭 기억합시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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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채,독립운동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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