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신앙상담 신앙상담 게시판은 비공개 게시판으로 닉네임을 사용실 수 있습니다. 댓글의 경우는 실명이 표기됩니다.

q 요한 15,18-21

인쇄

비공개 [24.10.164.*]

2011-05-26 ㅣ No.9496

 
 

성당에서 봉사하시면서 조그마한 직책이라도 한 번쯤은 맡아보신 형제자매님들께서는 다음과 같은 오해를 사셨던 적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저 반장은 신부님 앞에만 서면 사람이 달라지네. 얼마나 인정받으려고 저렇게 아부를 하는지..”

“저 구역장은 술만 먹을 줄 알지. 성당 일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은 어찌나 하는지..”

“쟤는 수녀님하고 신부님 앞에서만 착한 척, 약한 척할 줄만 알지. 무슨 일만 생기면 죄다 왜 우리들한테 넘긴데.. 내가 무슨 지 몸종인줄 알어.”

“구역장이면 구역장답게 자기 구역이나 똑바로 관리하지. 뭘 안다고 자꾸 다른 일까지 설레발친데. 재수 없어.”

 

이처럼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 형제자매들에게 시기나 미움, 질투 등을 받게 되는 경우를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을 것입니다. 전혀 악의도 없고, 단지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일을 진행한 것뿐인데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하거나 냉랭한 반응은 봉사를 하는데 있어서 내 자신을 더 더욱 지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2000년 전 예수님께서도 지금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으셨습니다.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 회개하라고 서로 사랑하라고 기쁜 소식을 외치셨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속한 모든 이들은 예수님의 목소리를 외면하였습니다. 외면만 하였다면 그것도 매우 얌전한 반응이었습니다. 마을에서 내쫓거나, 사람들을 시켜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리려 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에 그들은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군중들을 선동시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게 만들었습니다.

즉 소외받고 고통 받은 이들을 뺀 나머지들, 세상의 권력에 속해있고 아무런 생각 없이 세상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살아간 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예수님의 말씀에 수긍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예수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그들은 예수님을 보내신 분을 올바르게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지 않으려 하고 예수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고 해서 소심한 모습으로 예수님의 신앙을 증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바오로 서간의 여러곳에서 볼수 있듯이  바오로 일행처럼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바오로 일행이 여러 고을들을 다니며 복음을 선포하였고 그 교회들마다 믿음이 굳건해지고 신자들의 수도 나날이 늘어난 것처럼 예수님의 목소리에 메말라 하는 이들을 위해 하느님의 목소리를 더 열심히 전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구역장일 때는 내가 반장일 때는 잘돼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으로 인해 인간적인 욕심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서간에서 보면 바오로 일행이 아시아에 말씀을 전하려다가 성령께서 거부하였고, 예수님의 영께서 이끄신 대로 마케도니아로 떠날 방도를 찾았던 것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주님의 뜻을 찾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저는 저희들의 하느님의 뜻을 위해 희생하는 모든 것과 봉사하는 모든 모습들을 예수님께서 기쁘게 바라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주위 형제, 자매들의 오해로 인한 시기와 미움에 쓰러지지 마십시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우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 예수님께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우리들의 모습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내게 주신 시간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봉사하면서 사소한 것 하나에도 주님께 감사의 찬미를 드리는 삶을 살아가신다면 우리는 주님께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될 것이고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와 주리라 믿습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요한 15,18)

이세연(시몬) 신부(인천교구 고강동 성당)



190 0댓글쓰기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