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자유게시판

기쁨을 쓸어오는 어떤 청소부~♡

스크랩 인쇄

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1-07-07 ㅣ No.22000

사랑의 루미예요. 어서 오세요.

 

별빛 무너지는 돌담사이 그 무너진 돌무더기를 이고

 

소담스럽게 피어난

이름모를 한송이꽃이 되고픈 루미예요....

 

칠월의 태양이 부끄러운 듯 수줍게 고개를 숙인

 

가로수들이 너무도 싱그러운 토요일이네요.

 

곧 한낮의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가로수 잎들은

 

 가느다란 흐느낌 같은 몸짓으로 더욱 더 고개를 떨구겠죠.

들은 온통 녹색꿈에 취해 있네요.

 

여름을 사랑하는 루미,

 

기나긴 여름여행으로 무척 행복한 나날들이예요.

 

루미, 아침마다 아파트 입구에서 눈인사를 하는

 

어떤 아저씨(?)가 계세요.

 

아저씨는 저의 눈인사엔 거의 아무런 반응도 없으시고

 

늘 저의 존재엔 별 관심도 없으신 듯 묵묵히

아저씨 일만 하고 계시죠.

 

어쩔땐 그 아저씨의 저에 대한 혹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무심함(?)이 다소 섭섭함으로 느껴졌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아파트 이웃들은 그 아저씨의

 

무심함이 결코 무관심이나 무반응이 아닌

 

아저씨 나름대로의

 

특유한 인사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한 마흔살이 조금 지나신 듯한 아저씬

우리 동네 청소부 아저씨세요.

 

아저씬 키도 무척 작으시고 언어 장애도 조금 있으셔서

 

아저씨와 대화를 하긴 어렵지만

 

언제나 그 작은 체구로 한 손엔 비를 드시고

 

아파트 이곳 저곳을 부지런히 청소하세요.

 

몸과 뇌에 약간의 장애가 있으신 아저씨가

 

온종일 하시는 일은 남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시는 일이예요.

 

비가 올땐 노란 비옷과 장화를 입으시고서 또 열심히

 

빗속을 부산히 오가시며 청소를 하세요.

 

우리 아파트에 날마다 계시면서도

 

거의 눈에 잘 띄지도 않고

 

보여지지 않는 존재이면서도 늘 필요한 존재인 아저씨.

 

아저씨가 고작 하실 수 있는 일이란

 

늘 똑같은 단순작업인

쓰레기 치우시는 일이지만

 

언제부턴가 저는 아저씨의 묵묵히...그저 묵묵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너무도 좋아 보이고

 

왠지 아저씨를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이렇게 사시는 분도 계시구나..

 

어찌보면 세상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소외된 인생이지만

 

그리고 가진 건 노동할 수 있는 왜소한 육체뿐이지만

 

날마다 그 곳 쓰레기 더미 쌓인 장소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소리없이

 

해내시는 분이 계시구나.

 

머리가 똑똑(?)해서 남에게 자신을 주장할 수 도 없고

 

이것 저것 불리함과 부당성을 따질수 도 없어

 

우리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턱없는 경우를 당하실 수도 있겠지만

 

늘 아저씬 행복한 모습으로 쓰레기를 치우세요.

 

행복(?)해 보이신다는 건 저의 감상이나 상상일까요?

 

혹 저는 장애가 있으신 아저씨를

 

다소 감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 아저씨가 자신의 삶안에서 부딪히는 무수한 어려움들과

 

불편들 그리고 상처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부척 아저씨가 반가워요.

 

고된 육체 노동으로 벌써부터 등이 약간은 구부정해 보이고

 

손마디 마디가 너무도 뭉툭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와 저는 맨먼저 아저씨가

 

일하시는 곳을 바라보아요.

오늘도 아저씨는 일을 하고 계시구나.

 

아저씨는 세상으로부터 자신이 가끔은

 

부당한 대우와 차별 그리고

 

소외감을 당하시고 있다는 걸 아시고 계실까요?

 

혹은 어린애들 조차도 자신을 지나치는 작은 존재,

 

장애가 있으신 무섭지 않은 어른으로 한번씩 툭 툭 치고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계실까요?

 

제가 알기엔 가진 건 단순 노동을 할 수 있는

왜소한 육체와 아내

 

그리고 두딸이 있을 뿐인 가진 것 없는 아저씨이지만

 

아침마다 아저씬 제게 어떤 안식과 평화를 주신답니다.

 

아저씬 남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시며

 

그 어디에선가 제 마음에 기쁨과 평화를 쓸어오시는

<기쁨을 쓸어오시는 아저씨>세요.

 

가진건 아무것도 없으시면서도

 

남에게 평화를 느끼게 해주시는 아저씨!

 

저뿐 아니라 우리 아파트내의 거의 모든 이웃들이

 

아저씨와 대화를 해본적은 드물지만(언어장애때문에)

 

아저씨를 아끼고 늘 관심이 있답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저씨는

 

아주 소리없이 우리의 이웃이 되어계셨어요.

...........저희 마음의 이웃이요.

 

비록 대화를 나누긴 힘들지만 아저씬 언제나 늘 그 곳에서

 

쓰레기를 치우시며 아저씨의 소리없는 침묵으로

 

우리 마음을 두드리고 계셨나봐요.

 

화려한 대화보다도 감동적인 대화보다도

아저씨의 마음으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아저씨의 순수하고도 순박한 그 마음이 어느새

 

아저씨와 우리 사이에 놓여진

 

그 많은 벽들과 편견의 벽을 넘어

 

우리 마음의 창을 쉴새없이 노크하고 있었어요!

마치 유리창을 두드리는 유월의 빗줄기처럼요.

 

사랑의 마음은 그렇게 오나봐요.

 

화려한 대화도 아닌.. 화려한 제스처도 아닌

 

마음으로부터 오나봐요....마음으로요.

마음을 보세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루미 드림히~~♬

 

 

 

 

 

 

 

 

 

 

 

 

 

 

 

 

 

 

 

 

 

 

 

 

 

 

 



629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