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자유게시판

낚시터에서 만난 사람들...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10-17 ㅣ No.25395

 저는 낚시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입니다.

낚시를 배우는 이유는 제가 성격이 급하고 남을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저 자신을 생각하기 때문에 좀 차분해지고 여유를 갖고 싶어서입니다. 낚시터에서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조금씩 알게 됩니다.

 

 낚시터에 4번 갔었고 그 중에서 2번은 밤을 세워 낚시를 한 끝에 드디어 처음으로 작은 붕어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낚시를 몇 번 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떡밥은 같은 장소에 계속 던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로 떡밥을 주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셋째로 초보자가 못 잡는 것은 당연하다는 사실입니다.

넷째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낚시터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길 잠깐 하고 싶습니다.

한번은 제 옆에 50대의 남자 분이 앉으셨습니다. 저는 밤을 세워 자리를 지켰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아마도 제가 초보자인 줄 알았는가 봅니다.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초보자 옆에는 잘 앉지 않는다. 초보자가 물고기를 다 쫓아낸다. 낚시 줄이 엉키기도 하고 아무튼 짜증이 난다." 저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하다가 낚시 도구를 다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분은 낚시 기술은 뛰어날지 몰라도 낚시의 도는 잘 모르는구나.....

 

 며칠 전에 또 낚시를 갔습니다.

70대의 할아버지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초보자가 낚시 대를 설치하고 또 이리저리 부산하게 준비하니 할아버지께서 조금은 신경이 쓰이셨을 것입니다. 할아버지 옆으로 낚시 줄이 던져지기도 하고, 지난번에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웃는 모습으로 저를 바라보셨고, 엉킨 줄을 풀어 주셨고, 가실 때는 잡으셨던 물고기를 나누어  주고 가셨습니다. 그분은 낚시의 기술도 좋으셨지만 낚시를 이제 막 배우는 사람에게 낚시하는 사람의 자세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멀 좀 배웠다고, 멀 좀 안다고 난 얼마나 교만했는가! 돌아보게 됩니다. 드러내지는 않아도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을 은근히 깔보고 무시한 적도 있습니다.

어제, 오늘 성서의 말씀은 바로 그런 저에게 주시는 가르침이라 생각합니다.

 

" 인간은 스스로 똑독한 체하지만 실상은 어리석습니다. (로마 1, 21)

 이 어리석은 사람들아, 겉을 만드신 분이 속도 만드신 것을 모르느냐!(루가 11, 40)"

 



59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