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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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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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12-25 ㅣ No.27869

1. 판공성사를 보시고, 성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성탄을 깨끗한 마음으로 맞이하기 위해서 긴 시간 기다리면서도 성사를 봅니다. 동창신부님들이 부탁하면 서울의 성당으로 가서 고해성사를 줍니다. 본당에서 손님 신부님을 모시고 판공성사를 드리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서 하느님으로부터 죄의 사함을 받으셨습니다.

 

2. 구유, 트리, 전등 설치를 합니다. 마당이 넓은 우리 성당은 전등도 많이 달아야합니다. 그래도 올해는 할아버지들께서 초가집을 만들어 주셔서 참 아름다운 구유에 예수님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가족 노래 자랑을 합니다. 성탄 전야 미사를 앞두고 본당 가족들이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올해는 수녀님께서 서울 남대문까지 가셔서 좋은 선물을 많이 사오셔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1등은 92세의 고령이신 박 미카엘 할아버지의 "경기민요"가 되었고, 모든 분들이  할아버지께 1등을 드린 것을 기뻐하였습니다. 2등은 장애인 부부가 부른 "남행열차"가 되었는데 이 또한 모두들 기뻐하였습니다. 3등은 혼자되신 어머니와 아들이 부른 "존재의 이유"였습니다. 아들을 향해서 노래를 부르며 존재의 이유를 말씀하시는 듯해서 가슴이 뭉쿨했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참가상을 받아서 만족해 하셨습니다. 저와 수녀님들은 작년에는 "하얀 성탄"을  불렀는데 정말 눈이 엄청 많이 왔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우리는 사랑의 띠로"라는 노랠 불렀습니다. 사랑의 띠로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연습할 때는 잘되었는데 무대에 오르니 잘 안되더군요... 그래도 거의 강제로 앵콜을 유도해서 한 곡 더 불렀습니다.

 

4. 구유 경배 예절과 성탄 밤 미사입니다. 92세의 할아버지께서 아기예수님께 무릎을 끓고 경배를 드리는 그 모습이 너무 경건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분들이 정성껏 주님께 경배를 드리고, 성가대는 몇 날 몇 칠을 연습한 아름다운 성가를 부르고... 정말 성탄을 맞이하는 기쁨이 가득한 시간입니다.

 

5. 떡 만두국을 먹는 시간입니다. 성탄 밤미사가 끝나면 1주일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만두와 떡을 넣어서 맛있는 떡만두국을 준비합니다. 어머니들의 정성이 담긴 만두가 추운 겨울의 냉기를 금세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식당이 조금 비좁았지만 젊은분들은 양보하고 노인분들 먼저 드시고.... 그렇게 200여 그릇의 만두국이 식탁에 오릅니다. 할아버지들께는 특별히 소주도 드립니다. 젊은 어머니들은 손을 걷고 그릇을 닦습니다. 아이들은 수녀님께서 준비해 주신 양말을 받습니다. 그 양말 속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가 듬뿍 들어있습니다.

 

 6. 이제 차량 봉사자들은 차에 시동을 켜 놓고 늦은 시간 집으로 가야하는 교우분들을 기다립니다. 만두국을 다 드시고 한분 두분 차에 오르면 차량 봉사자들은 각기 정해진 곳으로 떠납니다. 적암리, 석장리, 원당리, 장파리행 봉고차는 그렇게 떠납니다.

 

7. 차량 봉사자들이 모두 돌아오고 남은 만두국을 함께 먹으며 소주한잔을 걸치니 가슴이 짜르르 해집니다. 노래방 기계도 옮기고, 뒷 마무리를 다 하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30분입니다. 차량 봉사자들은 내일 아침 차량운행을 생각하며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이렇게 성탄이 시작되었습니다.

 

8. 시골 성당에서 성탄은 "아기 예수님"이 주인공이 되시고 본당의 모든 교우들이 함께 출연하는 한편의 영화와 같습니다.

 

 사제관에 돌아와 한 자매님께서 보내주신 성탄인사를 읽어봅니다.

 

성탄은 역사적으로 기념하는 날만이 아닙니다.

살아야 할 현재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 말씀이

내 안에 깊이 들어가는 순간이

바로 성탄입니다.

 

아프게 한 사람에게

나의 따뜻한 손을 내어주는 그 순간이

바로 성탄입니다.

 

이웃과의 관계로

내면의 깊은 양심에 들어가

반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그 순간이

바로 성탄입니다.

 

모든 시간과 힘

모든 삶 전체를 복음을 위해 바치는 그 순간이

바로 성탄입니다.

 

모든 형제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형제들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는 그 순간이

바로 성탄입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웃의 부족함을 보고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는 순간이

바로 성탄입니다.

 

용서할 줄 알고

화해를 사는 그 순간이

바로 성탄입니다.

 

준비된 마음으로

형제들 특히 필요한 이들에게 향할 때

기뻐하십시오.

내가 성탄을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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