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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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묘지에서 만난 어느 젊은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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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순 [dona610] 쪽지 캡슐

2002-07-22 ㅣ No.36416

성직자 묘지를 다녀와서 몇번을 망설이다 방학을 맞은 자녀들을 둔 젊은 자매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처음 게시판에 이 글을 올립니다.

 

신부님!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셨다고 신부님의 사랑을 아쉬워하던 율리안나가 벼르고 벼르다가 휴가중에 신부님을 찾아 갔습니다.

신림에서 꽃집을 지나치는 바람에 꽃대신 봉헌초를 한아름 사가지고 성직자 묘지에 잠드신 주교님, 신부님들 앞에 촛불을 봉헌하는 그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많이 행복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기에는 결점이 많던 저를 친구처럼 대해 주시던 사제의 사랑이 열매 맺어 돌아가신 후에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기쁨을 안겨주신다고 생각하니 그 고마움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베론성지에서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한폭의 성화를 연상시키는 젊은 자매와 두 아이들도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였습니다. 우리가 아직 묘지에 머물러 있을 때 아이들과 엄마가 성직자 묘지로 다가오더니 참배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그 곳에 잠드신 신부님들과 인척관계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신부님들 한분한분 묘비에 새겨진 약력을 읽어주는 그 젊은 자매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순간 율리안나와 저는 감동어린 그 젊은 자매의 자녀교육에 존경의 눈빛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다운 신앙의 푸른 싹이 돋는 것을 현미경으로 바라보듯 목격한 것입니다.

"엄마! 최양업 신부님의 묘지는 어디야? " 하며 발길을 돌리던 그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이 율리안나의 기억속에도 오랫동안 머물러 있기를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부님!

이런 젊은 자매들이 있기에 한국교회의 미래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데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무덤 속에서 잠들어 계신 신부님들의 영혼의 기도가 이땅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삶도 죽음도 헛되지 않은 신부님과 모든 사제들의 영혼의 안식을 빌며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200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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