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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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아름다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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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석 [msms77] 쪽지 캡슐

2002-08-18 ㅣ No.37397

며칠전에 어느 백화점근처의 커피점을 갔을때다.

요새는 커피숍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꾸며놓은 가게말고라도

길거리에다가 테이크아웃 위주로 유럽식 커피를 팔면서 실내는 두어평도 안되게 간단하게 마실수있는 유럽식 바아처럼 생긴 커피점이 꽤 많다.

그런데를 들어갔다. 카푸치노를 한잔 사서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마시고

있었다. 내옆에는  어느 아가씨가 앉아서 커피를 스트로우로

훼훼 저으며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아가씨의 표정과 음성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지금 이글을 쓰게 된거다.

그 아가씨가 한번 보고나서 못잊을정도로 이뻤냐고?

왠걸, 이쁜 여자라면 입에서 신물이 넘어오도록 많이 봐왔다.

요새 여자들 왠만하면 다 이쁘지 않는가 말이다.

니가 나를 보고도 눈이 안풀리고 배겨? 하듯이 바짝바짝 쳐들면서

패션쇼하듯이 현란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고 나는 많이 알고있다.

모르는 여자를 세세하게 씹어대기가 좀 뭐하긴하지만..

 

키가 한 백육십이나 겨우 될까, 몸무게는 족히 팔십은 훌쩍 넘어보이는

요즘 세상에 대단히 보기드문 뚱뚱한 여자였다. 나이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뚱뚱해서 더 들어보이지 스물다섯이나 아마 그럴꺼다.

눈썹부터 입술까지 완벽한 테크닉으로 진하게 화장을 하고있었으나 넘쳐나는 살에

묻혀 눈도 코도 뚜렷해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내 허리통만한 굵은 다리를 서슴없이 짧막한 치마밑으로 들어내고는

더 과감하게스리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나하고 일미터쯤 떨어져서 앉았기에 나는 옆눈으로 흘금흘금 쳐다보았다.

나른한듯 졸리운듯하며 친구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

행복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여자들끼리 수다떠는데 내가 부러 엿들은건 아니지만

절로 들려왔다. 음~ 얘, 커피 맛있다~

이러며 너무나도 황홀감에 도취된듯 행복하면서도 영롱한 눈빛을 하는거다.

따지고들자면 그녀는 특별난 미성도 아니었는데...

한가로운 오후의 그녀가 찾아들은 커피점, 거기다 맛있는 커피한잔을 앞에 두고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인가 보았다.

옆에 앉아있던 내가 다 기분이 흐뭇해지면서 괜한 감동을 받은거다.

그녀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었던걸까.

그래보이진 않았다. 들뜬 느낌이라든지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거 같지않았다.

그저 일상속에서 현재의 작은 행복과 작은 도취를 지니고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좋았던거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만약 그녀가 요즘 뭇여자들처럼 날씬하게 생겨먹었었다면

내가 그토록 감동적으로 그녀를 기억할까. 아닌것이다. 그녀가 너무나 뚱녀였고 못생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렇게 행복한 표정과 행복한 음성을 냈기 때문인것이다. 그동안 내가 봐온 바로는 남달리 비만한 여자가 그것도 젊은 여자가

그렇게 행복해하는걸 잘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뚱뚱한 분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무표정 무감동해보이며 그래서 몹시 권태롭고 살기싫은 표정들을 많이 봐왔었다.

진짜 푹퍼진 아줌마들이야 계모임같은거 하면서 지붕이 날라갈듯 깔깔거리고

잘 웃기도 하는건 익숙하게 봤지만...젊디 젊은 사람이 남달라 보이는 신체를 갖고

그리 꿈꾸는듯한 영롱함을 가지고 좋아라하는건 별로 본적이 없다는 거다.

모든 여자는 역시...생긴모습과 상관없이 아름다운 순간을 갖는다...는 말을 확인한 것같았다.

 

커피점의 그녀가 부디 매일의 일상에서 그런 작은 행복들을 누리며

기쁘게 살았으면 한다. 그리고 계속 과감하게 옷을 입고 보란듯이 야하게 즐겁게

화장하고 살았으면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을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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