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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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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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hyonggikim] 쪽지 캡슐

2016-11-02 ㅣ No.211622

종소리

 

“미사 중에 종을 치는 관습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미사 때, 신자들과 등을 지고 미사를 집전하던 사제가 거룩한 변화의 순간에 신자들이 집중하도록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사제가 신자들을 마주 보고 미사를 집전하므로 반드시 종을 칠 필요는 없다. 사제가 성체와 성혈을 드는 것을 보고, 함께 깊은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가능하면 종을 치는 게 좋은 점은 미사에 와서 조용히 자기 세계에 빠져 계신 분들, 종종 멍하게 계신 분들에게 하느님께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박종인 신부 글에서)

 

교회에서 사용하는 모든 종은 악기로 분류한다. 로마 미사 전례서 총 지침’은 교회용품으로 전례 때 사용하는 종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위의 설명과 같이 미사 중에 종을 칠 것인가, 몇 번 칠 것인가, 어떤 종을 사용할 것인가는 성당마다, 주임 신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전에 우리 성당에서는 사용하던 종은 작은 종 세 개가 달리고, 세 종의 꼭지가 금속판으로 서로 연결되었는데 그 위에 손잡이가 달려서 미사 중 거룩한 변화의 순간에 복사(服事=미사 중에 사제를 도와 시중을 드는 사람)가 손잡이를 쥐고 좌우로 번갈아 흔들게 되어 있었다. 그러면 “땡땡땡땡땡땡땡땡…”하고 나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주의를 집중하라는 경고음의 효과는 만점이지만 경건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요즈음 사용하는 종은 멀리서 보면 종이라기보다는 까만 뚝배기 그릇처럼 보이는데 막대기처럼 생긴 것으로 바닥에 놓인 이 종을 세 번 두들긴다. 데에에~ㅇ”하는 소리가 부드럽고 여운이 길어서 경고음보다는 묵상으로 이끄는 효과가 있다.

 

미사 중에 이 종소리를 들으면 길게 끄는 여운이 제대를 지나 예수님상 발에서 머리를 거쳐 성당 천정을 빠져나가 하늘에 닿을 거라는 상상에 즐거워진다. 때로는 거룩한 변화의 순간이라는 사실도 깜빡 잊고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지난 주일에도 종소리에 빠져서 멍하니 있는데 갑자기 어릴 적에 듣던 종소리가 생각났다. 중학교 일학년 때 살던 집 바로 앞에 예배당이 있었는데 이른 새벽마다 “뎅그렁, 뎅그렁…”하고 종을 쳐서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나는 그때 겨울 강풍에 전깃줄을 지나가며 내는 소리 같은 “쇄액 쇅” 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이명현상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면 그 소리가 더 커져서 매일 밤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겨우겨우 꼭두새벽에나 잠들었지만, 추운 겨울 새벽에 이불 속에서 듣던 그 종소리가 그래도 좋았다. 단잠을 깨우기는 했어도 왠지 그 종소리는 신비스러운 데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나지막한 산꼭대기에서 성당 종소리가 매일 여러 차례 들려왔다. 지금 생각하니 아침 6, 12, 저녁 6시 이렇게 하루에 세 번 바치도록 규정된 삼종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세 살이 채 못된 막내 여동생이 그 종소리가 들릴 때마다, 엄마, 성호”라고 채근하면 어머니는 이내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으며 삼종기도를 시작했다.  

 

요즈음은 종탑이 있는 성당이나 예배당을 보기 어렵다. 종소리를 듣기는 더욱 어렵다. 그 탓은 아니지만, 나는 삼종기도를 잊고 산다. 작년에 큰 아들을 장가 보냈고, 어릴 적에 종소리에 삼종기도를  어머니에게 일깨우던 막내 여동생은 내일 모래면 환갑이 되지만 오랫 동안 성당을 잊고 지낸다. 안토니아, 요셉, 율리아, 아네스 라는 세례명을 가진 다른 형제자매의 신앙생활도 다들 비슷하니 한 해에 한 번이라도 성당에 나가는지 모르겠다. 거의 100세가 된 어머니(골롬바)는 아직도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친다니 자식들 모두 어머니의 기도 덕으로 사는가 보다.

 

(201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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