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자유게시판

구본중님과 일부 남성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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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정 [annateresa] 쪽지 캡슐

2003-04-14 ㅣ No.51052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교장선생님의 죽음과 전교조 문제에 대하여

저는 역시 평소의 제 성향대로 약간은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 중에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당했던 경험이 있고

그렇기에 기간제 교사였던 진모 여교사의 입장을 이해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그 대응 방식이 적절치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전교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저의 주변에 학교 선생님들이 많으시기 때문에

이런 저런 들은 말들이 있고 해서... 그다지 긍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요컨대, 기간제 여교사로서 참기 어려운 부당한 일들이 있었을 수 있음을 이해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옳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며

스스로 죽음을 택하신 교장 선생님의 판단이 옳지는 않지만

(더욱 그리스도인의 입장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니까요)

연로하신 분이 얼마나 심하게 모욕당하고 시달렸으면 그러셨을까 하는 연민의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점점...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남성과 여성의 문제 쪽으로 옮아가는 양상을 보았을 때는 매우 씁쓸합니다.

 

제가 아무리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지녔다 해도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여자라는 현실입니다.

 

저는 이제껏 전통을 중요시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며  

젊은 세대로서는 어쩌면 약간 보기 드물다 싶게 보수적인 성향을 지녀 왔지만

 

 

보수와 진보의 대립 양상이 마치, 남성은 보수, 여성은 진보라는 식으로

그렇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저는 더 이상 이제까지의 자세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됩니다.

 

 

남성과 여성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아직도 절반인 여성에 대해 적지 않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가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젊은 여성들이 자기 주장을 하는 것마저 묵살되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마저 싸가지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권위적인 가부장제도야말로 전통을 중요시하는 아주 훌륭한 제도라는 식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남성분들이 차츰 생겨나는 것을 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닙니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들에게서 자유와 권리를 빼앗아가는

가부장제도 등은 아무리 전통이라 해도 옳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남성과 여성은 상호 보완적인 작용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 뿐

절대 하나의 성(性)이 군림하고, 다른 하나의 성은 그에 복종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구본중님,

똑똑한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그렇게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는 아닙니다.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남성을 무시하거나

남성의 입장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그런 이기적인 여성은 아닙니다.

 

구본중님의 이번 글을 읽으며... 마음이 무척 씁쓸합니다.

 

물론, 여성 전체를 겨냥해서 쓰신 글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 해도... 여성의 입장에서 읽을 때는 매우 억울하게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전교조에 동조하는 입장도 아니고, 평소 꽤나 보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닌데 싶어서 한숨만 나왔습니다.

 

구본중님 외에도, 이번 사건을 기화로 여성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시는

일부의 남성분들이 계신 것을 봅니다.

이제껏 보아 왔던 건방지고 버릇없는 여성들의 가장 안 좋은 부분을 기억하면서

여자란 것들은 하여간 안된다는 식으로 생각하시는 모습들을 봅니다.

더구나 좀 배웠다 싶은 여자들일수록 피곤한 존재들이라고 진저리치는 모습을 봅니다.

 

 

정말 무어라고 말해야 좋을지를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앞으로는 제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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