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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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51040]구본중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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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3-04-14 ㅣ No.51071

 

전교조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님의 생각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각이 여러가지일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더 알았다고 할까요?

아니면 구본중님도 ’남자’로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 ^^

 

전교조는 실제로 ’똑똑한 페미니스트’ 여선생님들이 만든 게 아닙니다.

전교조 주체 역시 대부분 남자교사들입니다.

(아마 보시면 아실 겁니다......대부분 노조의 주체는 거의 남자입니다.

 여자는 드문 편이지요. 작업장 자체에 여자밖에 없다거나 하기 전에는 말입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조선시대의 역성형명가들이 부담스러운 처갓집을 억누르기 위해

고려시대까지 인정되던 남녀평등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유교보다 더 유교스러운 ’가부장제도’를 만들어 놓은 이후,

(중국조차 이미 내다버린....)

아니.. 어쩌면 모계사회가 사라진 후 그 이후 내내

물건 취급 이상은 받아보지 못한 여자들이

(구약성서에서도 여자는 재산 이상은 아니었지요.....)

이제 ’나도 사람이다’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안하신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님이 말씀하신

 

인정머리라고는 하나도 없고 원칙을 좋아하고(법율적인것)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나도 고개를 똑바로 쳐들고 바득바득 우기며

자신들이 조금 잘한 것은 과대포장하길 잘하고 상대방을 인정할 줄 모르며

비현실적인 이론을 추구하고 융통성 이란것을 모르며

웃사람을 몰라보고 외국의 법을 따르기를 좋아하고

자기성찰을 할 줄 모르는것 같습니다.

지금은 21세기인데 전하고는 틀려야한다 그게 발전이다..

 

이 부분은...... 님이 말씀하시는 ’똑똑한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은 아니던가요?

그리고

법적인 원칙을 지키고, 이론을 추구하며 융통성을 최소화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삶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더 필요하고 더 요구되는 덕목은 아닙니까?

여자이기 때문에

법을 쉽게 위반하고, 감정을 더 따지며 융통성을 마음대로 발휘하고

19세기적인 사고방식으로 21세기를 재단하라는 것은

산업사회를 넘어서 그 이상으로 가고 있는 요즘

세상의 절반에게 사회인이기를 포기하고

범법자가 되기를 요구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더불어...

장유유서나..... 국수주의(우리 것만 우수하다),

21세기인데도 20세기가 아닌 19세기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오히려 더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나이’가, ’지위’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시대는 19세기입니다.

21세기는 ’인간’이 기준이 될 뿐 다른 것이 기준이 될 수 없는 사회 아닌가요?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세상의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19세의 청년이

노름과 술로 세월을 보내고 가족을 두들겨패며 살아온 90세 노인에게

존경심을 갖고 그분의 말씀을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우습게 들리는 것처럼,

나이가, 지위가 존경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은 교장이 사환도 아니고 ’여교사’에게

차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은

보수도 아니고 ’수구’일 뿐입니다.

진정한 보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권위주의....

권위는 필요하지만 권위주의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권위는 타인이 인정해주기 때문에 갖는 것이지만

권위주의는 남은 인정 안 해주지만 자신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 교장선생님이 진정 존경받을 만한 인품의 소유자였다면

처음부터 딸같은 여교사에게 차 심부름을 시키지도 않았겠지만

그 여교사가 그것을 억울하거나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배려하는 마음도 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김규항씨의 B급좌파라는 책에 보면

교사 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감이라는 별명을 가진 교사에게 한 대 맞은 학생이 그 교사를 폭행하자

다른 학생들이 그 학생을 두들겨패버렸다는 이야기와,

빠가사리라는 교사에게 덤벼들었다가 맞은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이 상처를 어루만지며 격려해주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영감과 빠가사리라는 별명처럼,

학생들은 ’때린다’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누가 왜 때리는가에 대해 더 민감하게 잘 판단하는 것처럼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이

자신을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찍어누르려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권위로 이끄는 것인지를 더 잘 판단합니다.

 

교육은 중요합니다.

여교사는 차심부름꾼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선생님이 가르치면

모든 남자아이들은 여자는 차심부름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여자아이들은 자신을 차심부름 이상의 능력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구본중님도 자신의 딸이 열심히 공부한 후

회사나 학교에 들어가

짧은 치마를 입고 커피를 타기만 한다면 언짢으시겠지요?

 

옛것은 낡았습니다.

컴퓨터로 세계 모든 사람과 대화하고 일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모여서 머리 땋고 앉아서 붓글씨 쓰고 자수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출하는 아내들에 대한 프로그램에서

한 여성전문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 30대 여성들은 21세기 교육을 받았는데

남편들은 아직도 18-19세기 아내들을 요구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고 말입니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지구의 반쪽은, 아니 전세계의 나머지 부분은 21세기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교육과 사고방식이 19세기, 아니 그 이전으로 회귀해버린다면...

 

글쎄요.

아프리카의 부시족이나 토텐호트족처럼

21세기 사람들의 관광용 구경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수님이.......

그 철저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가족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어머니요, 형제들이다’라고 하셨을 뿐

아버지를 말씀하시지 않았는지에 대해

새삼 가슴에 사무쳐오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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